[해방촌 도시재생 마중물 사업계획/자료=서울시]
서울시는 지난 2015년 11월 서울도시재생 종합플랜을 통해 지정된 27개 중점추진지역 가운데 재생이 시급하지만 자생적 변화 가능성이 낮아 공공의 통합지원이 필요한 13개소를 1단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했다. 이들 지역은 4~5년에 걸쳐 최대 100억 원 이상 규모로 지역역량강화사업, 앵커시설 확충 등 마중물 사업에 대한 공공지원을 받는다. 해방촌도 이들 지역 가운데 하나다.
해방촌 마중물 사업은 지난 2015년 12월 해방촌 도시재생 주민협의체가 주축이 돼 주민설명회를 거쳐 마중물 사업 8개를 선정했다. 해방촌 도시재생을 위한 8개의 마중물 사업은 △신흥시장 활성화 △공방·니트산업 특성화 지원 △해방촌 테마길 조성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 △녹색마을 만들기 지원 △주민역량 강화 지원 △마을공동체 규약 마련 △주민공동이용시설 조성 등으로 나누어 시행되고 있다.
‘해방촌 신흥시장’ 50년 만에 젊은 아트마켓으로
용산 해방촌 신흥시장이 50년 만에 젊은 ‘아트마켓’으로 재탄생하며 제2 도약을 꿈꾼다.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용산구 해방촌 오거리 일대 신흥시장을 아트마켓으로 조성하기로 한 가운데, 일대 도입되는 신규 도시재생 모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흥시장은 해방촌의 흥망성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60년대 초 판잣집을 허물고 시멘트 건물을 여러 채 지은 뒤 지붕을 이어붙여 만든 신흥시장은 한때 쇼핑 명소였다. 1970~1980년대 니트 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으나 지금은 시설 노후화, 지역산업 쇠퇴 등으로 소수 업체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신흥시장 환경개선 사업 구상도/자료=서울시]
시는 이곳을 기존 산업기반이었던 니트 산업을 재조명하고 청년 중심의 예술공방을 접목해 도시재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흥시장 환경개선은 서울시가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 상반기까지 완료한다. 칙칙하고 어두운 시장 분위기의 주범이었던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 하늘이 보이는 시장을 만들고, 도로 포장, 배수시설 정비, 이벤트·휴식공간 조성, 디자인 간판 및 조명과 CCTV를 설치한다.
물리적인 환경개선뿐만 아니라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해방촌 지역 내 젊은 예술인과 디자이너,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니트 산업 종사자 등에게 시장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해주고, 예술과 젊음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때 건물주에 최대 3,000만 원까지 리모델링비를 지원하는 대신 5년 이상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는 ‘서울형 장기안심상가’ 도입을 검토해 이들이 상권을 활성화시켜놓고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없도록 한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뜨는 동네가 된 해방촌이지만 여전히 노후 저층주거지와 신흥시장은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이번 현장시장실을 통해 해방촌의 주인인 주민 여러분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주민이 원하는 도시재생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해방촌 가는 길이 편해진다
앞으로는 남산 아래 첫 마을 해방촌으로 가는 길이 좀 더 편리해진다. 용산구는 용산2가동 일대 해방촌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신흥로 108계단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 주택가와 맞닿은 이동편의시설로는 서울시 최초 사례다. 신흥로 108계단은 지난 1943년 일제가 경성호국신사를 지으면서 참배길로 처음 만들어졌다.
지금은 주민들이 학교와 동주민센터, 버스 정류장 등을 오가는 주요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다. 2013년 계단 주변에 각종 벽화가 조성된 이후 외지인들의 방문도 크게 늘었다. 반면 이곳은 계단수가 많고 지대가 높아 노약자와 장애인을 비롯한 보행약자들로부터 이동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민원도 빈번하게 제기돼 왔다. 구 조사에 따르면 신흥로 108계단의 유동인구는 1일 평균 1,082명으로 이 중 노약자와 학생의 비율이 약 36%를 차지한다.
[해방촌 108 하늘계단/자료=용산구]
구는 108계단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를 통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주민들과 관광객들 불편을 해소하고자 한다. 아울러 마을탐방객 유치로 골목상권 활성화도 도모한다. 구는 지난해 부산시 동구 개항가도 경사형 엘리베이터와 초량동 168계단 모노레일, 영주동 오름길 모노레일 등 현장을 견학하며 사업을 구상, 최근 계획 수립을 완료했다. 오는 5월 주민설명회를 가진 뒤 하반기 중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한다. 공사 소요예산은 28억 원이며 전액 서울시 특별교부금을 활용한다.
[해방촌 테마가로 조성안/자료=용산구]
구는 이르면 4월부터 총 연장 3.4㎞에 이르는 ‘해방촌 테마가로’ 조성도 본격화한다. 테마가로 조성사업의 핵심은 2019년까지 HBC 가로, 남산가는 골목길, 역사문화탐방로를 단계별로 조성하고 구역별로 보도와 녹지대, 휴식공간 등을 신설하는 데 있다. 테마별 상징물도 설치하고 시설도 정비한다. 사업비는 약 21억 원이다.
올해 1단계 사업 구역은 상업·외국인 밀집지역인 HBC 가로(한신아파트 입구~기업은행 사거리 550m)다. 내년에는 2단계 사업으로 남산가는 골목길(남산~용산공원 1.6㎞)이 만들어진다. 2019년 시행될 3단계 사업은 역사문화탐방로 조성과 신흥로 생활가로 정비다. 108계단과 경성호국신사 부지, 신흥시장 등을 연계한 근현대 역사탐방로가 조성되면 해방촌의 장소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방촌 일대 녹색마을로 탈바꿈된다
이와 더불어 해방촌 일대가 녹색마을로 탈바꿈한다. 용산구는 용산2가동 일대의 삭막하고 노후한 환경을 쾌적하게 개선하기 위해 ‘해방촌 녹색마을 만들기’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오는 2020년까지 4년간 총 14억 6천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구는 재생사업의 기획부터 실행, 유지관리 등에 있어 용산구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민·관 협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올해는 사업의 첫 단계로 도시녹화 전문업체 및 지역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녹색골목길 조성을 위한 기본 디자인을 개발하고 주민 스스로 집 주변을 가꿀 수 있는 녹화기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부터 2020년까지 해방촌 곳곳의 자투리땅과 골목길, 담장 주변 등에 녹지대를 순차적으로 조성한다.
주민들에게 개방이 가능한 사유지는 공유정원으로 조성하고 이웃 간 친목공간을 만들어간다. 남산자락을 끼고 있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옥상전망대도 3곳 이상 조성된다. 이외에도 공원 이용 활성화를 위해 △공원예술제 △생애주기별 녹색문화 교육 △여름철 공원 물놀이장 운영 △외국인 엽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지난해 이태원 퀴논정원과 창의어린이공원을 조성한 데 이어 올해는 해방촌 녹색마을 만들기에 나선다”며 “새로운 녹지대를 조성함과 동시에 기존 공원을 주민들이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다변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