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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산업시설, 문화재생으로 숨결 불어넣는다 ④

해외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례와 시사점

정범선 기자   |   등록일 : 2017-03-02 02: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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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자료=프리쉬 라 벨 드 메(http://www.lafriche.org/)]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위치한 ‘라 벨 드 메(la Belle de Mai)’ 지역은 노동자 등 서민들이 주로 사는 항구도시로 과거 이곳에는 12만㎡에 이르는 대규모의 프랑스 담배공장이 있었다. 제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오랜 시간 운영돼 왔던 공장은 1990년 문을 닫게 되었고 도시 역시 점점 쇠퇴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빈 공장을 처리하기 위해 마르세유 시는 1992년 공장의 부지를 매입해 몇몇 예술단체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장을 처리할 마땅한 대안이 없어 만든 한시적 방책이었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이게 되면서 예상을 깨고 도시의 문화중심지로 성장하게 되었고 지금 이 공장들은 ‘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리쉬 라 벨 드 메는 크게 3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1구역은 도시 유적 아카이브 시설, 2구역에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시설이 들어서 있고, 가장 큰 4만 5,000㎡ 규모의 3구역은 1,000여 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레지던시와 70여 개 예술단체의 사무실, 연습실, 전시장, 공연장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500회 이상의 문화 행사와 80여 회의 워크숍이 열리며, 180여 개의 국제 교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힙합, 재즈, 록, 퍼포먼스, 서커스, 오페라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과 실험적 예술을 접할 수 있고 탁아소, 스케이트보드 강습, 요리 프로그램, 매주 서는 장터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 장소로도 활용된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마르세유 시는 이곳의 매각을 고려한 적도 있지만, 시와 예술가, 상주 단체들이 함께 고민한 끝에 프리쉬 라 벨 드 메를 사회적 기업 형태로 전환하기로 해 프리쉬 라 벨 드 메는 오늘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유럽에는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이나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처럼 공간의 용도 전환을 통해 성공을 거둔 대규모 문화시설들이 많이 있지만 프리쉬 라 벨 드 메처럼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스스로 유산적 가치가 없는 전혀 뜻밖의 공간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낸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그 덕분에 프리쉬 라 벨 드 메는 항구 지역의 경제 발전과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유로 메디테라네(Euromediterrannee)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를 리노베이션하고 2013년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리쉬 라 벨 드 메의 성공 요인과 시사점

프리쉬 라 벨 드 메의 성공 요인은 예술 프리쉬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의 결과물을 공유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고 다양한 실험과 장르 간 교류를 통해 새로운 창작활동을 촉진시킨 데에 있다. 이는 문화생산의 주체가 단순히 예술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지역과 도시, 청소년과 대중 모두가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들은 예술가들 저마다의 다양한 표현 양식뿐 아니라 다른 장르 예술가들과 결합하고 지역 및 국제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경험과 성과를 확산하고 보급함으로써 기존의 문화예술 공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재생을 위한 자발적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자발적 소통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는 프리쉬 라 벨 드를 공공제도에 의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문화예술 공간과 차별화시킨다.

현재의 도시공간들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순간에 거리의 건물들이 생겨났다 없어짐을 반복하면서 기존의 거리의 모습까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도시생활 속에서 여러 경제적·문화적 발전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잘못된 현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기는 건축물의 기능 상실과 노후화로 인해 소실돼 가는 산업유산들에 관한 재활용 방법이 요구되어야 한다.

그 도시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담아내고 있는 중요한 존재였던 산업유산들은 더 이상 골칫거리여서는 안 된다. 한때 그 지역의 중심에 서서 모든 생산과 경제를 책임지고 있었던 도시 성장의 주역이였고, 인간의 역사와도 연계되어 있는 산증인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대신해 들어올 건축물에 대한 발전과 이점들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사라졌을 때 생길 수 있는 역사적·기술적·사회적·건축학적·과학적 가치의 상실을 고려해 산업시설을 보존·재생·재활용에 대한 심도 있는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건물들의 적극적인 활용은 기존 건축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이제는 과거와의 단절된 도시성장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융합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주변의 산업유산에 더욱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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