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산업시설을 활용해 조성된 선유도공원/자료=urban114]
산업혁명 이후 생산활동이 기계화, 분업화되면서 제조시설, 창고, 공장 등 다양한 산업시설이 대량으로 건설되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탈산업화가 일어나고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한때 경제 발전을 견인했던 2차 산업 중심의 산업시설은 점차 기능이 저하되었고, 끝내 기능을 잃고 도시 내에 방치되기에 이르러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되었다.
폐산업시설, 가치의 재발견
폐산업시설을 단순히 물리적 형태의 건물로 생각하면 기능을 잃고 버려진 건축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폐산업시설에는 오랜 시간동안 지역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오면서 형성되고 축적돼 온 역사적, 사회·문화적인 가치가 잠재되어 있다. 시대의 흔적이 내재돼 있는 폐산업시설은 산업화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에게 과거의 경험을 전달해주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업시설은 오랫동안 해당 지역 내에서 경제적 거점 역할을 했기 때문에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 전기 등의 각종 인프라가 이미 완비돼 있다. 또한 입지면에서도 대체로 도시의 중심부나 주요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적절하게 변경해 활용할 경우 지역 재생의 거점으로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방치된 산업시설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부식된 기계설비나 오염된 폐수, 각종 폐기물 등이 정화되고, 산업시설이 문화시설이나 공원 등으로 재생될 경우 살아 있는 환경교육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폐산업시설의 가치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도시개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에 의해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 산업화시대에 중요 역할을 수행했던 산업시설 중 기능 상실과 노후화된 산업시설은 도시의 흉물로 철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산업구조 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기능 부여를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문화재생의 효과
최근 도시비전과 목표에서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고 있는 ‘문화’라는 콘텐츠를 도입해 지역의 폐산업시설을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폐산업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해 지역문화와 경제 활성화,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 흐름이 됐으며, 이로 인한 산업유산의 가치는 문화 정책에 반영을 넘어 도시공간계획에서 필수적으로 다루어야 할 영역이 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문화적 재생에 대한 요구는 물리적 재개발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도시발전의 지향으로서 출현하였다. 아울러 변화하는 도시의 비전과 목표에 맞추어 삶의 공간에 대한 문화적인 접근과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도 문화적인 풍요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창의적 계획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화적 재생이란 도시재생 전략의 한 방법으로서 문화와 관련한 요소들이 시민들의 삶의 중심이 되어 도시를 재생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도시의 문화적 재생에 대한 요구와 폐산업시설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바탕으로 조성된 문화공간은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와 운영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역발전의 거점 공간이 된다. 문화공간은 지역민의 생활의 질을 높이고 도시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문화, 상업, 위락 및 여가, 교육 등의 기능을 포함하는 공간으로 △도시 이미지 개선과 지역 정체성의 구축 △지속가능한 건축의 구현 △지역주민의 문화향수 제고와 문화적 교류의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도시재생 효과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심 쇠퇴와 인구감소 문제의 해결 차원에서 폐산업시설을 활용해 문화와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폐산업시설은 도시 내 경제적 거점으로 각종 인프라의 완비, 도심 입지 등 도시재생의 가능성이 높아 그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활용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다면 도시재생을 위한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폐산업시설의 잠재된 가치를 보존하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한다면 건축물 재생의 차원을 넘어서 도시재생을 이끄는 차별화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