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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상·하부 공간 민간개발 허용…한국판 ‘라 데팡스’ 될까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구간 지하화 ‘탄력’

강현선 기자   |   등록일 : 2017-02-20 09: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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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라 데팡스/자료=국토부]

 

오는 2019년부터 도로의 상·하부 공간을 민간이 문화·상업·업무·주거 공간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모든 도로를 지하에 만든 프랑스의 ‘라 데팡스’(La Defense) 같은 입체적 도시개발이 가능해지고, 서초구가 추진 중인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구간 지하화 등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라 데팡스는 프랑스 파리 중심에서 6㎞ 떨어진 거리에 760만㎡ 규모로 조성된 계획도시다. 모든 도로가 지하에 만들어져 지상에는 차가 다니지 않고 최첨단 건물과 공원만이 자리 잡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신산업규제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 공간의 입체적 활용을 통한 미래형 도시 건설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간 공공에만 허용됐던 도로 부지 개발이 민간에 개방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그동안 도로 부지는 사실상 공공에게만 개발이 허용되고 민간의 개발은 제한돼 공공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앞으로 도로 상·하부 공간에 민간이 문화·상업·업무시설 등 다양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로에 관한 규제를 일괄적으로 개선한다. 도로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공공이 유지하되 민간이 도로의 상·하부에 시설을 개발해 50년 이상 등 일정 기간 장기임대 방식으로 소유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교통 외에 통풍·일조권 확보 등 도로의 본래 기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발 요건을 담은 입체도로 개발구역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정 요건뿐 아니라 도로·도시·건축 부문을 통합해 지자체, 사업 주관사, 도로 관리 주체 등이 협의할 수 있는 심의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혜 소지를 차단하고 개발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이익의 25% 안팎을 세금으로 걷는 도로공간활용 개발이익환수금도 신설한다. 국토부는 올해 12월까지 도로법 개정을 마치고 내년 말까지 관련 지침을 일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도로 공간 융복합 인포그래픽/자료=국토부]

 

국토부는 교통편의, 공간통합 등을 위해 인근 사유지와의 연계개발도 허용할 계획이다. 철도와 도로망 등을 지하에 배치하면 도심 지상부를 보행 중심의 시가지로 개발하거나 문화·상업시설을 복합개발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고가도로의 경우 활용도가 낮은 안전지대 등 하부공간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도로 상공에 건축을 허용하면 도심에 새 명소가 생기는 등 창의적인 건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도로가 건축물을 관통하거나 도로 위로 구름다리를 놓아 주변 건물을 연결할 수도 있고 고가도로 옆 건물 옥상에 간이휴게소가 조성될 수도 있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도 도로 입체화와 연계하면 지하에는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지상은 보행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도로 상공을 연결해 마련한 공간에 저렴한 주택공급을 유도할 수 있고 도로에 의한 공간 단절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도로를 입체개발하는 경우 4m 이상(8m 미만)의 도로가 통과하는 곳도 가로주택정비구역에 포함하고, 인근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이용시설을 설치하면 용적률도 올려줄 계획이다. 국토부는 8m 이상 도로로 단지가 나뉜 아파트에도 도로 입체화를 적용하면 예외적으로 공동관리를 허용하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도로를 입체화하면 교통편의를 위한 환승시설 개발도 쉬워진다. 고속도로 IC와 요금소 공간 등을 활용해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환승시설을 만들면 다양한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하 환승시설에는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상업시설을 허용할 계획이다.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구간 지하화 ‘탄력’

 

특히 정부는 지하도로 상부 공간에는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문화·상업시설과 같은 복합공간이 조성될 수 있도록 문화관광 활용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 같은 규제 개선에 따라 최근 서울 서초구가 강력한 시행 의지를 밝혔던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6.4㎞ 구간 지하화 사업의 실현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는 지난 2015년 말부터 경부고속도로 서울 구간 아래에 터널을 뚫어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보행로와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지하화 사업 조감도/자료=서초구]

 

공사비만 3조 3,0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 사업은 기존 고속도로 노선을 지하로 내리면서 지하 40m 깊이에 차량이 서울 강북과 지방을 직통으로 오가는 ‘스피드웨이’를 뚫고 그 위에 강남권을 연결하는 저심도 ‘로컬웨이’를 만드는 내용이다. 상부에는 녹지공원뿐 아니라 인근 지역과 연계되는 대형 상업시설을 짓는다는 복안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세금이 들지 않는 재원조달 방안까지 마련한 사업계획을 시행 주체인 서울시에 건의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입체도로 활성화 방침에 따라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도 추진에 힘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서초구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5대 학회에 의뢰해 최근 제출받은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공사비는 3조 3,159억 원이 들어가고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과 대규모 부지 매각 등을 통해 총 5조 3,000억 원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현재 공원 조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계획을 민간 복합개발로 변경할 경우 국민 세금을 들이지 않고도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밖에 지하화 터널사업이 진행 중인 서부간선도로와 동부간선도로 구간도 도로 지상 공간에 대한 민간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렬 국토부 도로국장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상부 공간 개발은 서울시 전체의 도시계획과 교통 체제, 수도권 균형 발전 등과 연계된 사안으로 최소 10년가량이 걸리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며 “이번 도로 규제 개선은 지하도로 상부 입체 개발이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므로 확대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책 입안이 이뤄진 만큼 연속되는 행정의 특성상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가 대표적인 수혜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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