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으로 조성된 아파트단지 예시/자료=urban114]

글로컬(Glocal) 시대를 맞이해 지역이 모든 활동의 주체가 되고 있고 지자체들은 지역 아이덴티티(Local Identity)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이상 지구촌과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한데 묶는 글로컬이라는 명제를 따르게 되었고, 또한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동시적 상황에서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자연적·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지역 아이덴티티를 갖춘 이미지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도시공간은 토착적 의미와 역사적 가치가 배제되고 균질화·획일화되어 도시경관의 아이덴티티를 잃어가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의 진전과 무분별한 개발에 따라 경관 훼손은 점차 심각해지고 주위 경관과 조화되지 않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획일적인 아파트 외형, 무질서한 간판, 훼손되는 소하천과 산 등 자연경관의 파괴, 난립되고 있는 저급 디자인의 소형 건축물 등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들은 스스로가 가진 색채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도시에서는 급격하게 진행된 개발의 물결을 타고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강한 수단으로서 색채가 사용되었다. 도시색채를 계획하는 것은 도시를 상징하는 특정한 색으로 통일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도시정비를 위한 경관계획을 전개하며 외국의 배색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거나 타 지역에서 개발된 매뉴얼을 벤치마킹하여 그와 유사한 디자인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각 도시들과 지역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환경색채 계획과 디자인 단계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색채는 도시의 첫 인상을 만들어주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될 수 있는 고유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환경색채를 사용하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다. 지중해 그리스 산토리니를 떠올릴 때처럼 개성 있는 도시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색채를 사용하고 이를 통해 그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고 있다.   

도시경관을 개선하는 것이 도시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국토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경관관리를 위한 경관계획의 수립 방법을 규정하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급격한 도시성장에 따른 주택공급 위주의 정책과 기능주의 건축만 이루어져 획일적인 건축물로 인한 도시경관 저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각 지자체들은 개성 있는 외관양식, 오픈스페이스와 테마로 질 높은 환경과 차별화된 개념의 건축물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경관법의 시행으로 지역별 경관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경관법은 선행 법률에서 미비했던 지역주민이 스스로 경관을 가꾸고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바탕으로 자주적인 경관사업을 유도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도시경관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경관계획의 수립, 경관조례의 제정, 경관심의 의무화, 경관협의체 운영 등 지자체의 경관행정 노력과 더불어 도시경관계획과 관리에 있어 시민의 참여도 증대하고 있다.

경관법 제정을 시작으로 범정부적으로 추진 중인 공공디자인·환경디자인·도시경관 개선사업들이 앞다퉈 추진되었다. 다양한 경관계획 및 경관정책 사업은 일부 성과를 거두고는 있으나 도시 환경색채 분야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방식이 미흡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개성적인 도시 이미지 형성 기준의 색채계획이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아름다운 경관 형성을 위한 환경색채 계획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의 색채 컨트롤에서 출발하며, 그 지역의 역사성·사회성을 이해하면서 도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일관성 있는 색채 적용을 통한 도시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