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Freiburg)
독일의 환경수도이자 태양의 도시(Solar City)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Freiburg)는 독일 남서부와 프랑스, 스위스의 국경을 형성하는 라인강(River Rhine)의 상류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인구 22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친환경 생태도시라는 글로컬 브랜드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도시의 43%가 나무와 숲으로 이뤄져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또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시민들의 비율은 독일 도시 중 가장 낮은 반면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은 절반에 달한다.
[자전거가 일상화된 프라이부르크 아우구스티나 광장/자료=www.freiburg.de/greencity]
프라이부르크가 처음부터 친환경 생태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내에서 포도주와 목재 무역의 중요한 중심지였다. 1974년 프라이부르크 인근 숲과 포도밭이 있는 비일(Wyhl)이라는 곳에 국책사업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추진되자 시민들의 자발적인 환경운동과 녹색당의 영향 등으로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전개되었고, 이는 그린시티 운동의 모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프라이부르크는 원전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에너지 문제에서 시작해 교통, 주택 건설, 폐기물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두 환경을 중심으로 시 정책을 만들어간다.
우선 프라이부르크는 시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물에는 에너지 절약 강제기준을 적용하는 한편 태양광 발전, 소수력, 열병합 발전을 장려해 핵 발전이나 화력 발전에 대한 의존비율을 낮췄다. 또 지난 1980년대 말부터는 쓰레기 분리수거에 앞장서 독일 전역에 전파했으며, 재활용 되지 않는 쓰레기는 기계·생물 분해방식을 도입해 처리하는 등 다이옥신을 발생하는 소각처리 문제에서 완전히 탈피했다고 할 만큼 앞서 있다.
교통 부문을 살펴보면 대중교통 확대와 자가용 이용 억제, 도심상가 자동차 진입금지, 자동차 소음과 사고 예방을 위한 주택가 속도제한(시속 30㎞/h 이하)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프라이부르크를 뒷받침하는 힘은 독일 최대의 환경보호단체인 분트(BUND), 태양에너지 국제연구조직인 ISES(International Solar Energy Society), ICLEI(국제환경지자체협의회) 등 환경 NGO 단체와 시민들에 있다. 이들은 각종 환경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며 시와 파트너십을 잘 형성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내에서 햇빛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태양 에너지에 관한 지식과 기술의 통합에 있어 독일은 물론 유럽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앞서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건축가인 롤프 디슈(Rolf Disch)가 설계해 지은 ‘헬리오트롭(Heliotrop, 태양주택)’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회전하는 원통형 3층 목조주택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집 전체가 직경 11m, 연면적 200㎡로 콘크리트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외벽의 절반은 단열유리로, 또 다른 절반은 단열재로 되어 있어 난방이 필요한 겨울철에는 유리면이 태양을 향하고, 더운 여름에는 단열효과가 뛰어난 벽이 태양열을 차단하도록 돼 있다. 옥상 위에는 태양광 발전용 패널이 있는데, 이 패널은 집의 방향과는 무관하게 태양의 움직임에 맞춰 방향을 바꾼다. 이 장치로 전력을 생산하며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시 에너지 회사인 FEW(Freiburger Energie und Wasserversorgungs)에 판매된다.
태양 에너지와 자동차 억제, 그리고 시민참여가 조화돼 있는 곳이 생태주거단지인 보봉(Vauban)이다. 보봉지역은 도심에서 약 3㎞ 떨어진 11만 평 규모의 생태주거단지이다. 1992년까지 주둔했던 프랑스군이 떠나자 시의회는 이 지역을 재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재개발 방안으로 생태마을 조성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들의 자치모임인 ‘포럼 보봉(Forum-vauban)’이 1995년 출범했다. 이 포럼은 생태마을 조성 원칙으로 태양열을 주 에너지원으로 채택하고 자연재료로 건물을 지으며 주거지역에서 차량통행을 최대한 막고자 하였다. 또한 ‘패시브 주택’은 필요한 에너지 전체를 태양열로 충당하고 에너지 절약이 최대화되도록 설계됐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시민운동을 통해 도시 브랜드가 만들어진 사례다. 우리나라 일부 지자체에서 소각장 반대 운동을 통해 시민들의 힘이 결집된 사례가 적지 않지만,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원전 반대 시민운동이 ‘그린시티’라는 글로컬 브랜드를 탄생시킨 사례다. 여기에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 아닌 중·장기적 차원에서 일관되게 그린시티 정책을 추진한 시정부의 방향도 큰 도움이 됐다.
프라이부르크의 특징 중 한 가지는 바로 시민들이 가꾸어 가는 ‘진행형 도시’라는 것이다. 독일의 환경수도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시민들이 보여줬던 공동의 노력과 의지는 프라이부르크 곳곳에 잘 집약되어 나타나 있다. 시민들의 참여에 의해 도시가 모습을 갖추어 가는 과정은 곧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에 대한 애착을 부여해 보다 높은 차원의 보호의식을 불러오게 된다. 시민들의 필요에 의해 개선안이 만들어지고 그 의견에 따라 시행되면서 실용적인 활용도 높아진다. 시민참여의 구심점이 되었던 NGO단체인 포럼 보봉(Forum-vauban)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주민들의 참여는 전통으로 남아 자율적인 주민달의 협의에 따른 생태도시 조성은 계속되고 있다.
골목이 살아있는 도시, 스위스 루가노(Lugano)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루가노(Lugano)는 이탈리아와 경계를 이루는 루가노 호수와 하늘이 맞닿은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다. 루가노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진 역사, 문화에 축제와 쇼핑을 결합시켜 특유의 글로컬 브랜드를 만든 스위스의 대표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인구는 6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스위스에서는 세 번째로 큰 경제도시, 남알프스 관광중심도시로 역사·문화·패션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명품거리와 골목문화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현재의 루가노는 스위스 남부 중심도시로 관광과 금융이 주요 수입원이지만 과거에는 호수를 중심으로 한 어업이 시민들의 주 소득원이었던 어촌이었다. 과거부터 존재하던 어부들의 길에 전통가게가 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었으나 어업이 쇠퇴하면서 전통을 이을 수 있는 제반시설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1800년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어촌에서 명품 도시,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비아 페씨나(Pessina) 거리 모습/자료=루가노 관광청(www.lugano-tourism.ch)]
루가노의 매력은 오랜 역사와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골목문화다. 1499년 산타마리아델리안졸리 성당이 건립되면서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가장 유명한 골목은 나싸(Nassa) 거리와 페시나(Pessina) 거리다. 어부들이 물고기를 담던 나무 바구니를 일컫는 나싸(Nassa) 거리는 명품 숍이 들어서 있다. 또 80년, 100년 역사를 가진 전통음식과 식재료를 파는 등 오래된 가게가 몰려있는 페시나(Pessina) 거리,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 숍과 디자이너 제품을 판매하는 점포가 즐비한 거리까지 재미있는 골목길을 형성하고 있다.
루가노는 스위스의 여느 도시처럼 도심의 육상교통과 호수를 연결하는 배, 케이블카 등 3박자 관광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근래에는 호텔과 상가가 집중되고 있는 중심가에 도시 케이블카를 놓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에 이들이 편리하게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 개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세계 각국에서 밀려드는 여행자들의 욕구에 발맞춰 올해부터는 육상교통과 배, 케이블카 등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루가노 교통카드를 제작할 계획이다.
루가노는 주민들과 고민한 끝에 전통거리와 대조되는 명품거리를 조성한 데 이어 일상에 지친 여행자들이 편하게 쉬면서 즐길 수 있는 축제와 각종 이벤트를 가미하고 관광코스와 연계시키며 관광·휴양 글로컬 도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골목 테마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공감대를 전제로 한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루가노시 관광 정책의 핵심이다. 루가노의 모든 관광정책 중심에는 시민들의 생각과 삶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어 도시브랜드는 물론, 경쟁력 또한 배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