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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어떻게 연착륙 할 것인가? ①

저성장의 징후와 우리나라 저성장 기조의 특징

정범선 기자   |   등록일 : 2017-02-02 13: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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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가 2%대의 저성장 국면에 급속도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2030년부터는 전체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저성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성장은 주로 경제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되지만 경제성장률이 몇 퍼센트 이하일 때 저성장이라고 판단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일반적으로 저성장은 경제의 성장세가 과거 추세나 잠재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을 말한다. 경제가 성숙 단계에 도달함에 따라 성장의 체중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지는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성장은 경제성장률의 추세적인 하락 현상이 지속되는 경제 상태를 말하며 투입 대비 산출, 즉 총요소생산성(TFP)이 감소하는 성장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저성장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경기 순환상의 침체 혹은 불황과 다른 개념이다. 경기 침체는 생산활동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것으로 고용과 소득 감소로 인해 투자·소비가 둔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경기 침체는 단기적 현상이므로 금리 인하, 규제 완화, 양적 완화 등 정부의 노력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저성장 기조는 경기 침체와 같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구조적이다. 이런 점에서 전 하버드 대학 교수 로런스 서머스(Lawrence Summers)의 장기침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장기침체란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가운데 총수요가 억제되거나 잠재성장률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을 말한다. ‘장기’란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노동 증가율의 감소, 자본 투자의 감소 등 공급요인에 의해 성장 잠재력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하며, ‘침체’란 재정 지출 축소 등 수요 요인에 의해 성장 회복이 지연되거나 성장이 정체되는 것을 말한다. 

[한국과 외국의 경제성장률 및 고령인구 비율 비교/자료=OECD data]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과거 개발연대 때의 고성장 시기는 이제 우리에게 다신 오지 않을 것”이라며, 2015년 초 매일경제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우리는 고성장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이노믹스(Choinomics)’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끌어왔던 경제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1970년대 10.5%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초 8~9%를 유지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5%대로 주저앉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근에는 2~3%대에 머물고 있다. 2015년 경제성장률은 2.6%였으며, 앞으로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2012년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40~2055년 1%대, 2055년 이후 1% 미만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기구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2014년 OECD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12~2017년 3.4%에서 2031~2050년 1%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하락과 더불어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10년 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저성장은 신흥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경험하는 보편적 현상이며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고도성장기 정책 기조와 제도적 관성, 사회경제적 여건이 상당히 남아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차별적인 특징을 보인다.

첫째, 우리나라는 저성장에 따른 변화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이 같은 저성장의 징후가 상당히 구조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단순히 잠재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다거나 일시적으로 경기가 부진한 현상이 아니라 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소득 감소, 가계부채 증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회 전반의 활력을 둔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경제적으로는 세수 감소와 복지수요 증가에 따른 공공재정 부족, 투자 및 소비 둔화, 성장 동력 감소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도시공간 측면에서도 건설투자와 개발수요가 감소하면서 주거지 간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경제적 문제와 공간적 문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악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국가별 소요 기간/자료=urban114]

둘째, 우리나라의 저성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 하락과 고령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와 영국, 일본, 독일의 경제성장률과 고령화 추이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제성장률 하락과 고령화가 동시에, 그리고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경험하는 보편적인 사회구조적 변화이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수준이며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프랑스 115년, 영국 45년, 일본 25년이 소요되었지만 한국은 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와 생산가능인구 및 유소년 인구의 감소는 생애주기 적자를 확대시키고 인구 감소를 가속화시킨다. 또한 공공재정의 상당 부분을 고령인구를 지원하는 데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7년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정점 이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2017년부터는 이른바 ‘인구절벽’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동력의 공급이 줄어들고 핵심 소비계층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매력이 높은 노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고도성장기의 민간 자본과 부동산을 활용한 경기부양 방식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고도성장기에는 늘어나는 주택수요에 대응해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 주를 이루었으며, 계속적인 지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민간 자본을 투입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가능했다. 정비사업의 정체, 주택가격의 정체 및 안정, 인프라의 관리 수요 증가 등 최근 우리 사회의 저성장 징후는 고도성장기를 뒷받침했던 공공정책 기조가 시장의 여건 변화와 불부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과 시장의 불부합은 투자 감소, 공공재정 감소, 소득 및 수요 감소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저성장기 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 제도와 정책을 보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개발수요 감소와 사회적 격차 문제로 인해 지역 간 격차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지역별 쇠퇴와 정비는 더욱 차별적인 경향을 보일 것이다. 특히 대규모로 지정된 재개발사업의 추진을 기다리면서 오랜 기간 방치되어온 단독주택지의 노후화 문제가 우려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하 계층의 근로소득 감소, 계층 간·세대 간의 갈등 심화 등 사회적 문제는 공간적 격차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저소득층, 외국인 이주노동자, 고령인구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정, 거주지 노후화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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