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가리발디 광장 프로젝트/자료=urban114]
현대 도시는 초대형화, 지상 가용공간에 대한 과밀집화가 지속되면서 이에 따른 용지 부족, 교통혼잡과 열악한 주거환경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산업 활동과 도시화 과정이 이루어지면서 원래의 자연적 순환 기능이 왜곡됨에 따라 물 부족, 에너지 고갈, 이상 기후 등 부작용이 발생하였고 도시 사회와 구성원의 안전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미 도시문제의 해결을 위한 개발로 지상에 사용할 수 있는 토지는 한계점에 다다랐으며 그로 인한 지가의 상승,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새로운 도시공간 창조와 활용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지하공간은 원시시대부터 열악한 기후 조건이나 사나운 야생동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여러 목적으로 개발·이용돼 왔다. 지상환경에 비해 지하공간의 개발은 항온, 항습, 내진성, 격리성 등의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지상의 환경 및 경관 보존, 역사적인 보존의 가치가 있는 장소의 보존, 국민의 안보와 군사 등의 차원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에 더 나아가 지하공간은 도시문제 경감, 개발억제 지역에서의 토지이용, 도시 구조의 다변화 요구에 대한 대응으로서 개발될 수 있다.
[지하공간의 개발 방식별 유형/자료=urban114]
지하공간은 개발 방식에 따라 개별건물 개발, 블록단위 개발, 네트워크 개발로 나눠진다. 개별건물 개발은 현재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는 초보적인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이다. 블록단위 개발은 여러 필지가 모여 있고 간선도로로 구획되는 구역에서의 개발로서 이러한 개발은 지상의 오픈 스페이스를 확대함과 동시에 지하에 보행자 네트워크를 도입하는 등 도시계획적인 차원에서의 고려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개발은 도시 차원에서 네트워크화 하여 개발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안목과 종합적인 계획, 그리고 법적·제도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고도의 개발 방식이다. 네트워크 개발 방식은 지상과 지하의 입체적인 활용을 높임으로써 도시의 효율적인 고밀도 개발과 오픈 스페이스의 확대로 향상된 지상 환경을 가져올 수 있다.
[이화여대 이화캠퍼스 복합단지 전경/자료=urban114]
성공적으로 추진된 지하공간 개발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이태리 나폴리의 가리발디 광장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가리발디 광장은 지상의 광장과 지하를 통합적으로 개발됐는데, 지하 레벨은 하늘로 개발되면서 긴 보행로를 통해 지하 지하철역과 연결된다. 대규모 지하공간에서는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특별한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 승강장 레벨의 벽에 이태리 미술가가 디자인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결과적으로 도시의 멋진 공공공간이 창출되었다.
이러한 비슷한 프로젝트로 국내 이화여대 ECC를 들 수 있다. 공모를 거쳐 계획된 이화캠퍼스 복합단지는 건축 당시 지하복합공간으로서 신개념을 도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단순한 건축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지하복합공간이 기존 캠퍼스와 주변 지역과의 교류를 확장하고 연결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상과 지하의 단절적 사고를 극복하는 ‘지오시티’라는 개념이 이러한 요구와 가능성에 부응하는 새로운 공간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지하공간이 가지는 폐쇄성을 개선해 인접 건물이나 지상 보행 체계와 입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쾌적한 공기질, 산뜻한 빛환경 조성 등을 통해 안전성과 함께 개방성을 가지는 도시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지하 보행시설과 지하 공공공간 등은 도시 철도·도로, 정류장, 터미널 등 주변 대중교통시설과 연계하여 상업문화시설 외에도 입체 보행광장, 지하 녹지공원과 휴식공간 등으로 토지이용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지하공간 역시 국토 공간의 일부로 도시계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지만 관계 법령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도시 지하공간 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하공간 종합기본계획 수립을 추진 중이다. 도심 토지의 고도이용을 통한 지하공간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