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장 건설과 올림픽공원 운영을 위한 단계별 계획/자료=LLDC(2015)]
2012년 런던올림픽은 기존 인프라와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해 낙후한 동런던(East London) 지역을 재생한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림픽을 개최했던 대부분의 도시들이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건설한 경기장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와 달리 런던올림픽은 유산계획(Legacy Plan)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문체부도 2017년 업무계획에서 대회 이후 평창과 강릉에 건설된 경기장들을 올림픽 유산(Legacy)으로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사후 활용계획에 대한 구체적 관리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경기장과 인프라를 활용해 동런던 지역 재생에 성공한 2012년 런던올림픽 사례를 통해 관련 시설의 재활용과 주변 지역의 재생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올림픽 유산 활용’ 모토로 내건 런던올림픽
런던은 2004년 5월 발표된 2012 올림픽 최종 5개 후보지로 선정되었으나 올림픽의 막대한 교통 수요를 런던의 낙후된 교통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런던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제안서를 발전시켜 도시재생에 초점을 맞추고 올림픽을 이용해 청소년들에게 스포츠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유산(Legacy)’ 정책으로 호소했다. 결국 2005년 7월 5일 제117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런던은 최종 결선에서 프랑스 파리를 꺾고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최종 선정됐다.
올림픽의 가장 큰 유산인 경기장의 활용은 런던올림픽을 통한 재생계획에 주요한 전략이었다. 올림픽 기간 중 사용된 총 경기장은 30개소로 이 가운데 새로 건설된 경기장은 9개소이다. 올림픽 후에도 영구적으로 활용될 경기장은 주경기장, 수영장, 다목적경기장, 사이클경기장, BMX 등 6개이고, 가설 건축물로 설치돼 경기 후 해체될 경기장은 농구장, 실외하키장, 수구경기장 등 3개이다. 런던유산개발회사는 올림픽 개최 이전의 올림픽공원 현황을 토대로, 올림픽 기간 중 올림픽공원의 경기장 건설 및 운영계획과 올림픽 종료 후 올림픽 유산계획을 수립하였다. 올림픽 유산계획은 해체하는 경기장 부지의 재활용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경기장/시설명 |
소요 비용 (백만 파운드) |
운영 주체 |
경기 후 활용계획 |
올림픽 주경기장 |
429 |
웨스트햄/뉴햄 자치구 |
체육시설 및 다목적 시설 |
수영장 |
251 |
그리니치 레저회사에서 위탁운영 |
지역 엘리트 스포츠 |
다목적경기장 |
41 |
다목적 문화 스포츠 시설 |
|
미디어 센터 |
297 |
사업자 선정 후 입주기업 응모 중 |
미디어, 교육, R&D 시설 |
리밸리 벨로파크 |
88 |
리밸리 지역공원청 소유 및 운영 |
지역·광역 커뮤니티 |
리밸리 하키·테니스 센터 |
58 |
하키·풋살·테니스·휠체어 테니스, 지역사회 |
[런던올림픽 유산 활용계획/자료=NAO(2012)]
올림픽 주경기장, 수영장, 다목적경기장 등 주요 시설의 활용 용도와 운영 주체가 확정되었으며, 대부분 시설이 현재 운영 중이거나 곧 운영될 예정이다. 다른 경기장에 비해 큰 규모와 상징성을 가지기에 올림픽 이후 활용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올림픽 주경기장은 축구장·육상경기장으로 변신했다. 수영장은 올림픽이 종료된 후 기존 활용계획을 바탕으로 관중석을 해체하는 보수작업을 거쳐 2014년 3월 1일 재개장하였다. 다목적경기장은 지난 2013년 7월 올림픽공원과 함께 재개장하였고, 농구경기장 3면 규모인 60m×40m 규격(최대 2,743㎡)을 갖추고 있어 프로농구팀인 런던 라이온스(London Lions)의 홈경기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경기와 공연, 기업행사 등을 개최한다. 이벤트가 없을 때는 지역사회를 위해 학생과 주민을 위한 배드민턴, 농구, 배구, 핸드볼, 풋살 경기장으로 활용된다. 전문경기장으로 변신한 리밸리 벨로파크(Lee Valley Velo Park)와 하키·테니스 센터, 혁신중심지 히어 이스트(Here East)로 변신한 올림픽 미디어 센터 역시 재개장해 활용되고 있으며, 올림피코폴리스는 복합문화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유산계획 토대로 재생사업·주택공급 추진
올림픽 이후 주택공급과 도시재생사업은 올림픽 유산 세부 도시계획 지침과 스트래트포드 광역 마스터플랜 등의 계획을 바탕으로 런던시와 개별 자치구의 계획에 따라 진행되었다. 주요 사업으로는 올림픽 유산계획에 따른 올림픽공원 개발사업과 인근 지역의 개발사업이 있다. 올림픽 유산계획에 따르면 올림픽공원은 신규 개발이 시행되는 주요한 거점이다. 올림픽유산개발회사는 올림픽공원 내의 사업이 인근 지역의 다양한 사업과 연계되면서 유산계획이 함께 발전하도록 계획했다.
그 하나로 올림픽공원 내부와 주변 지역에 5개 신규 네이버후드를 계획하면서 주택 총 7천 가구를 공급하고자 하였다. 새롭게 계획된 네이버후드에는 피시 아일랜드의 동쪽 주거지인 스위트 워터(Sweet water), 해크니윅 동쪽 주거와 업무공간이 복합된 이스트 윅(East Wick), 레이톤 서쪽이며 가족 중심의 네이버후드 인 초브햄 매너(Chobham Manor), 스트래트포드의 워터프론트에 위치한 고밀 주거지인 마시게이트 와프(Marshgate Wharf), 복합지구인 푸딩 밀(Pudding Mill) 등이 포함된다.
올림픽공원 내에서 최초로 재개발이 진행되는 초브햄 매너는 벨로파크와 이스트 빌리지 사이에 있으며 주택 850가구 규모 개발이 계획됐다. 이 사업은 인근에 새로 건설된 초·중·고등학교인 초브햄 아카데미(Chobham Academy)에 자녀를 보내고자 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공급되었으며, 따라서 아이가 있는 가구를 위한 중대형 주택이 75%,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이 28%를 차지한다. 초브햄 매너는 2015년 가을부터 입주가 진행됐다. 미디어 센터와 인접한 이스트 윅(East Wick)에는 2031년까지 주택 850가구가, 피시 아일랜드 인근에 있는 스위트 워터(Sweet Water) 지역에는 65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5년 3월에 개발업체가 선정되면서 완공 시점이 2023년으로 6년 단축되었고, 기존 계획에서 공급하기로 했던 저렴주택은 690가구에서 450가구로 감소하였다.
[올림픽 선수촌의 조성 모습/자료=EG Focus(2012)]
올림픽 선수촌으로 건설된 이스트 빌리지는 초기 계획에서는 4,200가구가 목표였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개발업체인 렌드 리즈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올림픽조달청은 건설자금을 지원하고 선수촌의 규모를 4,200가구에서 2,818가구로 축소했다. 이 중 절반인 1,379가구가 저렴주택으로 할당되었다. 또한, 2011년 8월에는 올림픽 선수촌 내 나머지 주택과 미개발 부지의 개발권은 카타리 디아(Qatari Diar)와 드란시(Delancey)에게 5억 5,700만 파운드(약 1조 원)에 매각했다.
저렴주택 물량이 계획보다 줄어드는 문제는 올림픽공원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택공급을 살펴보면, 2004년 런던플랜은 저렴주택을 전체 공급주택의 50%로 목표했던 반면, 올림픽공원 내 저렴주택 비율이 35%로 감소하였고 올림픽공원 인근 지역은 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에 진행 중인 올림픽공원 내 사업에서도 저렴주택이 전체 주택의 30%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이 수치는 분양형과 임대용 저렴주택을 포함한 것으로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임대용 사회주택 공급은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개발사업이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일부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런던올림픽은 기존에 추진되었던 동런던 지역의 도시재생을 가속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 동런던 지역의 도시재생은 기존에 계획되었던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 런던올림픽 개최를 통해 힘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올림픽 개최 확정 전부터 동런던 지역의 도시재생 필요성이 인식되어 사회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2004년 런던플랜이 수립되었고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중앙정부와 런던시, 지방정부는 기존의 계획을 바탕으로 통합적인 계획체계를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런던올림픽의 성과는 다른 올림픽 개최 도시와 차별화되어 다른 도시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