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권 역세권/자료=서울시]
2030청년주택이 역세권 개발로 부동산 거품을 증가시키고 고가 월세 공급으로 청년 주거양극화 문제를 심화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서울시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2030청년주택)’ 조례를 공포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알렸다. 2030청년주택은 서울시가 3년 동안 토지주에게 역세권 민간토지 용도지역 상향,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고, 토지주는 주거면적 전부를 임대주택으로 지어 청년에게 입주 우선권을 주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올해 9월 1차 사업대상지 87곳(총 사업면적 25만 8,792㎡)에서 역세권 청년주택 2만 5,852가구 건립에 연내 본격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가 4,830가구(19%), 민간임대가 2만 1,022가구(81%)다. 먼저 지난 11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삼각지역 인근(한강로2가)과 충정로역 인근(충정로3가)에서 총 1,587가구(공공 420가구, 민간 1167가구) 규모로 착공해 이르면 내년 말 공급한다. 시는 건물 안에 창업지원센터, 교육시설, 공연·전시장 등 커뮤니티시설을 설치해 청년마을로 조성함으로써 낙후한 역세권 주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가 사업대상지 토지주에게 주는 혜택은 파격적이다. 한강로2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일반상업지역으로 용적률이 250%였으나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되면서 지하 7층~지상 37층의 용적률 1000%에 육박하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됐다. 충정로3가도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지하 6층~지상 26층으로 지어진다. 주차장 설치기준을 절반으로 낮추는 대신 필요할 때 빌려 타는 나눔카 용도로 주차가능대수의 10%를 확보하기로 했다.
문제는 시가 청년 주거난 해결을 내걸고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오히려 주변 지가와 임대료를 높여 정책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급되는 임대주택 가운데 10~25%만 공공임대주택이고, 75% 이상은 민간임대다. 가구당 전용면적은 공공임대 45㎡ 이하, 민간임대 60㎡ 이하로 공급한다. 민간임대의 경우 연 임대료 인상률은 5%로 제한하지만 최초 임대료는 주변시세의 90%까지 책정할 수 있다. 8년의 의무임대기간 이후에는 분양전환도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한강로2가의 전용면적 50㎡ 오피스텔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60만 원, 33㎡는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75만 원에 이른다. 게다가 시범사업지로 지정되면서 한강로2가와 충정로3가 주변의 지가와 임대료가 상승 추세여서 청년주택 입주시기가 되면 임대료가 더 오를 수 있다. 이런 고가 월세를 지불할 만한 신혼부부·사회초년생·대학생이 얼마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차장 설치규제 완화로 인한 주차난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 역세권 2030청년주택 부작용 보완 필요해…
2030청년주택은 저밀도 역세권 용도변경을 통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서울시의 목표와 달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신련)은 이번 사업이 역세권 난개발과 고가 월세 주택 공급 등 대다수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실련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기 내 무리한 임대주택 공급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업을 승인할 것이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의 보완책으로 먼저, 초기 임대료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20만 가구 임대주택 가운데 16만 가구는 민간이 공급하는 준공공임대주택이다. SH공사가 공급하는 준공공임대(민간)는 연 5% 이내 인상 규정만 있을 뿐 초기 임대료 제한이 없다. 준공공임대는 전용 85㎡까지 공급되기 때문에 높은 임대료가 예상된다. 시의회 조례 심사 과정에서 서울시장이 초기 임대료를 권고하도록 보완됐지만 강제성이 없어 예방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초기 임대료가 높을 경우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을 통해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초기 임대료를 최대한 낮게 책정함으로써 주거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시범사업지구 |
아파트명 |
전용면적 |
보증금 |
임대료 |
기타 |
충정로역 |
중림삼성사이버빌리지 |
59㎡ |
20,000 |
100 |
|
40,000 |
- |
전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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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SK뷰 |
84㎡ |
25,000 |
80 |
|
|
LIG 서울역 리가 |
55,000 |
- |
전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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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
74㎡ |
32,000 |
- |
전세 |
|
삼각지역 |
용산파트e-편한세상 |
84㎡ |
56,000 |
|
|
40,000 |
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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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산메가트리움 |
55,000 |
|
전세 |
||
3,000 |
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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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e-편한세상 |
59㎡ |
52,000 |
|
전세 |
[2030청년주택 시범지구 주변 아파트 전세·반전세 시세/자료=경신련]
2030청년주택 시범사업 예정지인 충정로권 역세권의 경우, 충정로역의 주변 전용 59㎡형 기준으로 전세보증금은 4억 원, 월세는 보증금 2억 원에 월 임대료 100만 원에 달한다. 삼각지역 역시 59㎡·84㎡ 전세보증금이 각각 5억·6억 원에 이르며, 3.3㎡당 2,000만 원으로 청년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결국 전체 공급량의 80%를 차지하는 준공공임대주택은 고가 월세주택으로 전략해 사업주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서울시의 역세권 2030청년주택의 보완책으로 의무임대기간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30청년주택 준공공임대주택은 재산세와 취득세가 감면·면제된다. 고가 월세주택이지만 임대소득세 역시 75%가 감면되는 등 적지 않은 혜택이 제공된다. 그렇지만 의무임대기간은 고작 8년에 불가하다. 이는 월세 수입과 이후 분양전환을 노리는 투기판으로 번질 위험성이 높다. 정책 도입 취지인 주거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의무임대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뉴스테이 의무임대기간을 최장 20년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2030청년주택 준공공임대 역시 의무임대기간을 늘려 투기를 예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세권 개발로 인한 부동산 거품 조장을 막아야 한다. 용도변경을 통한 역세권 개발로 인해 서울시 전역의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상업용지로의 용도변경은 용적률 상승과 비주거 시설 건축 가능 등 토지이용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토지가격이 크게 상승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삼각지역 주변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토지가 상업지역으로 바뀌면서 260가구의 주택이 가능하던 것에서 665가구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주변의 제3종 주거용지는 6,400만 원, 상업용지는 1.9억 원으로 가격차가 큰 이유이다. 서울 전역에서 무분별한 역세권 개발이 이뤄질 경우 부동산 거품 조장액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사업 활성화를 위한 무분별한 용도변경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역세권 2030청년주택은 서울시의 기대와 다르게 토지주와 투기자본, 건설업체를 위한 사업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고 치솟는 주거비로 청년층의 서울 이탈은 더욱 가속화 될 우려가 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확충이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과도한 특혜를 제공하며 고가 임대주택을 공급에 앞장설 것이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 방지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