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자료=urban114]
현대 도시환경이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무분별한 색채의 오·남용이다. 환경 속 색채는 인간으로 하여금 시각적·정서적 강한 반응을 일으키며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동안에도 삶 속 깊숙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합당한 목적 아래 효과적이고 기능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색채는 주변의 경관과 도시의 정체성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부조화, 획일화로 일관된 경관의 정비가 필요하며 교량 또한 경관요소의 하나로서 주변 경관의 색채를 이해하여 경관 정체성에 부합하는 교량 색채를 적용해야 한다.
색채의 지각(知覺)은 ① 광원(자연광: 태양, 인공 조명등) ② 빛의 반사 대상체(교량) ③ 빛의 반사 대상을 둘러싼 환경(교량을 둘러싼 주변 경관) ④ 관찰자의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 교량의 색채는 감상자와 교량과의 거리 및 위치에 따라서 고유의 색채감이 변할 수 있는데, 거리에 따라 색의 선명도(채도)에 차이가 나며, 원거리로 갈수록 교량과 인접 환경과의 색 간섭이 일어나 교량의 색채 인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가시영역 500m 정도까지는 물체의 색이 잘 인식되지만, 그보다 멀리 떨어진 물체의 색의 실제의 그것보다 흐트러져 보일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의 시간에 따른 동일한 교량에 대한 색채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맑은 날, 흐린 날, 안개가 낀 날 등 날씨의 변화에 의해서도 교량의 색채는 영향을 받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동일한 교량에 대한 색채 느낌도 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감상자의 심리적·생리학적인 상황에 따라서도 색감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상생활 속 교량의 미적인 색채 체험은 앞서 언급한 다양한 변수들에 영향을 받게 된다.
교량의 색채 변화는 다양한 시점, 시간, 계절, 감정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교량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경관의 색채와 함께 존재하므로 같이 고려돼야 한다. 교량의 색채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야 하며 조성되는 장소와 환경을 고려하여 색채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체계적으로 색채디자인이 접목된 교량은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환경의 질을 떨어뜨리고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장조사, 문헌조사 등을 통해 도출된 색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으로 검토하여 교량의 색채가 주변 경관에 조화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진주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새롭게 건설한 김시민 대교/자료=urban114]
경관색채의 디자인 방향은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들은 색채를 결정함에 있어 크게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한다.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 아니면 주변환경과 차별화를 둘 것인가?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경관색채 계획은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 확률이 높다. 색채의 지리학을 생각하고, 기후를 생각하고, 문화를 반영하려는 생각은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려는 생각이다. 이에 비해 주변과 차별화된 색채는 다른 것보다 돋보이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상업건물이나 기념비적 건물에서 주변과 차별화된 색채가 많이 나타난다.
교량의 색채를 디자인할 경우 무엇보다도 전체 교량설계의 목표와 방향에 부합하는 색채 선정이 필요하다. 또한 주변환경과 교량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데, ⑴ 주변환경에 융화된 교량색채 ⑵ 주변환경과 무난하게 조화로운 교량색채 ⑶ 주변환경에 비해 교량이 강조된 교량색채 계획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⑴~⑶의 구분은 교량을 둘러싼 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해 교량의 존재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인 ⑴에서부터 교량 자체를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⑶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