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사례인 영국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Collection)/자료=위키미디어]
1970년대까지 전 세계적으로 산업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제조업 바람이 잦아들면서 여기저기 방치된 폐공장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흉물들은 현대에 와서 새로운 도시재생의 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산업화의 흔적들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같은 관광지로 재생되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 역시 급격한 근대화를 겪으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공장들이 뾰족한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산재해 있으며, 이는 폐공장뿐만 아니라 개발의 이면에 위치한 지역의 수많은 건축물들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건축물의 정비와 노후화 된 도시를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특별법)을 제정하여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는 도시재생을 종합적이고도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발전 전략으로 과거의 법제화된 주거지 정비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간 주거지 정비사업은 민간의 주도로 상업성에 초점을 맞춘 공동주택 위주의 재개발로 귀결되었다. 민간 자본의 개입에 따른 재개발은 원주민을 위한 배려보다 투기를 위한 장삿속으로 변질되었고, 오랜 시간 그 지역에서 공동체를 형성했던 많은 원주민들이 자본 논리에 의해 재정착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지역공동체가 해체되는 후유증을 겪었다. 도시재생특별법은 지역공동체의 해체와 같은 부작용을 끊어내고자 문화시책, 보육사업, 마을기업 등 사회문제 대응책을 도시재생사업의 범주로 포함하여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전면철거 방식 이외의 물리적 환경개선을 중요시하였다.
도시재생은 쇠퇴한 지역의 물리적·경제적·사회적 측면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노후화 된 주거지역에서 주거 기능을 회복하고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 생활기반시설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경제에 활력를 불어넣음으로써 상주·유동 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도시재생의 목표이다. 이러한 모든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은 도시미관, 정주여건 개선보다 주민공동체가 적극 참여하여 스스로의 터전을 가꾸어 주거 기능을 회복시키는 과정 속의 산물을 중요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서울 도시재생 종합플랜」을 발표하고 27개 지역을 지정하여 도시재생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서울형 도시재생의 기본 방향은 크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람이 중심이 되고 서울이 갖는 정체성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모두 헐고 새로 짓는 획일적 철거 재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계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주민과 함께 추진한다. 넷째, 단순히 건물이나 공간을 바꾸는 단기·물리적 성과보다는 지속성 있는 동력 형성에 주력한다. 다섯째, 서울시 투자는 지역 활력을 이끌어내는 공공의 마중물 사업에 집중한다.
[서울시 도시재생 선도지역/자료=서울시]
지난해 3월 선정된 27개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은 △쇠퇴·낙후 산업지역 △역사·문화자원 특화지역 △저이용·저개발 중심지역 △노후 주거지역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27개 지역은 민간투자 촉진, 통합적 계획수립, 공공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마중물 성격의 예산이 2018년까지 우선 투자되며, 일률적인 전면철거 방식이 아니라 계획부터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 주민이 주축이 되어 그 공간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정비방식이 도입된다.
먼저, 쇠퇴·낙후 산업지역은 한때 성장을 견인했으나 산업재편 과정에서 활력이 떨어진 곳으로 기존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는 세운상가 일대, G-밸리,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일대 3개소가 선정되었다. 역사·문화자원 특화지역은 역사·자연자원, 근·현대산업유산의 재활용을 통해 도시재생을 이루는 지역으로 세종대로 일대, 마포석유비축기지 등 7개 지역이 선정되었다.
저이용·저개발 중심지역은 과거 철도역 등 성장을 견인했으나 현재는 지역발전 저해시설로 전락한 곳들 중에서 지역 단절을 극복하고 중심지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지역들로 서울역, 광운대역 등 5개소가 대상이다. 노후 주거지역은 노후화 된 주거지를 선진형 주거지로 개량하기 위한 지역으로 성곽마을, 백사마을 등 12개 지역이 대상이다. 특히 저성장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고 과거 뉴타운·재개발이 계획되었던 지역의 정비구역이 취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후 주거지 재생이 시급한 사안이다.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후 주거지 전체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공공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관리하고, 기존의 획일적인 재개발·재건축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통합 재생모델을 정립하고자 하였다. 노후주택을 스스로 개량할 수 있는 주택개량 융자지원, 종합정보 서비스망 구축, 주택관리지원센터 등을 통해 공공의 지원을 강화하고, 기존의 전면철거 재개발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뉴타운의 대안이 되는 노후 주거지 재생모델을 정립·확산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