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지역거점 활성화 사례/자료=기획재정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보통신기술(IT)의 요람인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중국 최초의 첨단산업단지 중관춘 등은 지역 클러스터화를 통한 지역거점 활성화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이다. 일본은 지난 2013년 국가전략특구를 도입해 도쿄(국제비즈니스), 간사이(의료), 니가타(농업) 등 9개 도시권을 지역거점으로 조성 중이며 현재 세계 첫 드론 택배 상용화 추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일본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통해 특구 정책을 지금까지 3단계에 걸쳐 추진하고 있다. 자민당 고이즈미 총리가 추진하여 2002년에 제정한 ‘구조개혁특구’, 민주당 간 총리가 추진하여 2011년에 제정한 ‘종합특구’, 그리고 현재 아베 총리가 추진하여 2013년 12월에 제정한 ‘국가전략특구’ 등이 있다.
구분 |
구조개혁특구 | 종합특구 |
국가전략특구 |
시기 |
2002년 12월 | 2011년 6월 |
2013년 12월 |
배경 |
고이즈미 개혁 | 민주당 정권의 성장전략 |
아베노믹스 |
대상지 |
371개 | 48개 (국제 7/지역 36) |
현재 10개 |
구조 |
지방자치단체 신청 후 국가가 지정 | 지방자치단체 신청 후 국가가 지정 |
국가가 주도적으로 특구의 구역과 방침을 정함 |
특징 |
현장의 수요에 따라 규제 완화 추진, 지역 활성화 | 규제 완화·세제 우대로 지역의 첨단화 지원 |
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규제개혁 |
[일본의 3가지 특구 비교/자료=민주정책연구원]
규제프리존이 벤치마킹한 일본의 국가전략특구 제도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한 축이다. 2012년 12월 출범한 아베 정부는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한 금융 완화와 재정 정책, 그리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추진했다. 국가전략특구는 현 일본 내각의 수장인 아베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무제한 양적·질적 완화, 강력한 경기대책, 산업경쟁력 강화 등으로 구성된 아베노믹스의 3대 전략 중 성장에 속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기존 특구 정책이 중앙과 지방의 합의 도출이 어렵고 중앙부처 간 이해 충돌로 기존 규제 관련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크다고 판단, 총리 책임으로 결정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규제에 관한 부처 간 갈등 조율을 원활하게 해 정책 추진력을 높인 제도이다.
농업·의료·자율주행 등 신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 했던 일본 정부는 흔히 일본에서 ‘암반(岩盤) 규제’라고 불리는 고치기 힘든 고질적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설 경우, 이익단체와 관료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 뻔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대신 국가전략특구 조성이라는 우회로를 찾았다. 총 10개 권역에 대해 의료·농업·관광·교육 등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으로 지난 2014년 3월 1차로 국가전략특구 6곳을 선정한 후 지난해 3월 2차로 지방창생특구 3곳을 추가해 운영 중이다.
[일본 내 국가전략특구 현황/자료=한국무역협회]
대표적으로 니가타시 국가전략특구는 혁신적 농업실천특구를 지향한다.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업생산법인에 50% 이상 지분을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농촌인구 감소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발 농업시장 개방에 앞서 농업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려 일본판 아그리젠토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저성장 시대 일본 정부의 규제 개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특구에서는 농지의 효율적 이용 촉진사업, 농업법인 경영 다각화 촉진사업(농업생산법인 설립) 7건, 농업용지구역 내 농가 레스토랑 설치 4건, 농업 경영에 진입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사업이 추진돼 유통업체 로손과 이토요카도 등 농업생산법인 7곳이 설립됐다.
국제 의료 이노베이션 거점 형성을 지향하는 간사이권 국가전략특구는 의료 특구로 지정해 혼합진료 3건, 병상규제 관련 의료법상의 특례 1건, 도로법 특례사업 2건, 과세 특례조치 활용사업 1건, iPS 세포로 제조하는 시험용 세포 등에 대한 혈액 사용사업 1건 등을 허용했다. 또 첨단 의약품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로봇수술 등을 시범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했다.
2차 특구에서는 무인비행기(드론)와 자동주행 실증 프로젝트가 주목받았다. 센보쿠시는 규제특례를 활용해 드론을 화산 감시, 조난 구조, 농작물 피해 조사·대책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치현은 재택재활 분야에서 로봇을 활용한 원격의료에 관한 실증실험, 드론의 실증실험, 자동주행 실증실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밖에 2020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쿄에 대해서는 용적률과 용도변경 등 토지 관련 규제를 완화했고, 지난 4월 드론 특구로 지정된 지바에선 일본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드론 택배가 시험 운영되기도 했다.
일본의 국가전략특구는 고령화와 TPP 협상 등 조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농업·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특구 지역에 덩어리 규제를 통째로 덜어내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일본은 기존의 특구제도에 대한 분석과 개선을 통해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기업 투자를 끌어내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규제 완화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며, 규제프리존 도입에 앞서 현재 시행 중인 지역특화발전특구, R&D특구 등 다양한 특구제도를 일본의 의료·농업 분야 등의 특례처럼 국가경쟁력 강화로 직결될 만한 굵직한 규제개혁의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