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 구상도/자료=국토부]
도시재생을 논하는데 있어 문화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많은 도시 정부들은 산업구조 재편에 의해 야기된 경제적·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는 도시재생 수단으로 문화공간, 문화자원, 문화이벤트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소위 문화주도 도시재생 정책을 채택하게 되었다. 문화주도 도시재생 정책은 1970년대 북미대륙에서 시작된 문화·예술을 활용한 새로운 의미의 도시정책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198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문화주도 도시재생 전략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도시의 문화적 재생에 대해서는 문화를 통한 도시의 재생과 도시의 문화를 재생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전자는 도시의재생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으로서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도시재생의 목표이자 결과로서 도시의 문화를 되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도시의 재생에 있어서 문화는 수단이자 방법인 동시에 그 자체로서 결과가 되고 추구해야 할 목적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간 국내에서 시행되어온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사업 모델은 크게 공공예술형, 마을만들기형, 예술창작마을형 등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공공예술형 사업은 예술작품 및 활동을 통해 도시의 미관을 개선하는 경우이며, 마을만들기형 사업은 예술의 참여적이고 창의적 속성을 활용하여 기존의 마을만들기 등에서 한 요소로 활용하는 경우, 그리고 예술창작마을형 자생적 또는 정책적으로 예술가가 유입되어 예술창작촌을 조성하는 경우이다.
공공예술형은 가장 보편화된 유형으로 공공부문 주도의 공공예술 사업으로 시작하여 주민 참여의 폭을 넓혀가는 방향으로 진행하며, 이 경우 공공부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생활환경 개선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지원이 중단되면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마을만들기형은 주민의 발의와 자체적인 노력으로 예술을 받아들여 예술을 통한 마을만들기를 이루어가는 유형이다. 지역주민의 주체적 활동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커뮤니티의 활성화 등 사회적 재생에 효율적이나 지역에 살고 있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역량과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여 우연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생활예술의 측면에 국한하여 이루어지기 쉽다는 한계점이 내포되어 있다.
예술창작촌형은 재개발 예정지 등 예술 임대료가 저렴하며 활용공간이 풍부한 지역에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입지하여 창작촌을 이루거나 공공 또는 민간 부분의 주도로 예술창작공간을 조성하여 예술창작촌을 형성하는 경우이다. 예술창작촌형의 경우, 다양한 이벤트와 예술가의 창작공간이 형성하는 독특한 분위기에 의해 지역의 명소화를 견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창작촌의 명소화는 문화적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가속화시켜 임대료의 상승 등 개발압력을 견디지 못한 예술가들을 유출시키고 창작촌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창동예술촌 조성사업 개선 전·후/자료=창원시]
도시재생 선도지역 13개소 가운데 창원시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국토부와 창원시에 따르면 인구가 약 49% 정도 감소하는 등 도시쇠퇴가 심각했었던 창원 원도심(옛 마산지역)에 도시재생선도사업 등을 추진해 유동 인구와 청년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창원시는 도시쇠퇴로 인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전국 최초 민간 주도로 도시재생위원회를 설립했고, 이후 국토부와 함께 도시재생 테스트베드(2011년~2014년), 도시재생선도사업(2014~2017년)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도시재생사업을 꾸준히 시행한 결과 사업 시행 전과 비교해 유동 인구는 132.6%, 월 매출액은 45.0%, 영업 점포 수는 13.5%, 청년 창업 사례는 39.5% 증가했다. 이러한 도시재생 사업성과의 원동력은 민간의 적극적 사업 참여와 부처 협업 사업의 효율적 활용을 손꼽을 수 있다.
창원시는 인근 산업체의 침체로 인한 원도심의 쇠퇴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예술 중심의 도시재생 추진 전략을 수립하였다. 방문객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고, 문화도시로의 정체성 부여를 위한 작품 전시‧경관 개선‧예술 체험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었다. 창원시가 빈 점포를 활용하여 조성한 창동 예술촌과 부림 창작공예촌에는 현재 20명의 자발적 참가자를 포함한 102명의 예술가가 활동 중이다. 예술가들의 활발한 활동들은 방문객과 주변 상권의 매출액 증가를 견인하고, 다른 민간 주체들의 사업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예술가로 촉발된 원도심의 변화에 힘입어 사회적경제 조직, 민간기업, 지역의 사회단체도 각자의 역량과 전문 분야를 활용해 도시재생에 기여하고 있다. 연극 공연단체 ‘상상창고’, 독립영화 상영관 ‘ACC프로젝트 협동조합’, 지역 상인 및 주민 협의체 ‘골포공화국’ 등 9개의 사회적경제 조직이 활동 중이며, 기업 미술관인 ‘금강미술관’은 예술‧공예촌과 함께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강화에 기여하고, 무료 관람(1‧2층)이 가능해 지역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 사회단체의 운영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논의하는 ‘도시힐링 창조센터(경남대)’, 원도심 지역에 대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는 ‘창동 시민대학(NGO)’ 등이 대표적이다.
창원시 도시재생 선도지역에는 국토부를 비롯한 4개 중앙 부처에서 1,600억 규모의 협업 사업이 12개 이상 진행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문제를 해소하고 공연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토부·중소기업청이 손잡고 ‘오동동 문화광장’(국토부)과 ‘부림시장 도심공원’(중기청)을 조성했다.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부림시장 등에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중기청)이 추진되었으며, 마산 아귀찜 거리를 관광코스로 개발하기 위한 ‘음식 테마 거리 관광 활성화 사업’(문화체육관광부)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교방천 생태하천 조성’(국토부)과, ‘서항 해양공원 조성’(해수부)을 통해 주민들에게는 머물고 싶은 수변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 경관을 한 단계 발전시킬 계획이다.
국토부는 도시재생 지원기구와 함께 13곳 도시재생선도사업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사업단계별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 중이다. 지방 도시에서도 양질의 도시 재생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강사진 발굴·연계, 현장 전문가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해나가고 있다. 창원시 도시재생 선도지역은 문화·예술을 핵심콘텐츠로 발굴하여 지역 예술가, 주민, 기업 등이 협력하여 상권을 살려내고 관광객을 유치한 도시재생 우수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성과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사업 단계별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현장 전문가 컨설팅 등 다양한 각도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