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1 MoMA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자료=MoMA PS1(http://www.momaps1.org/)]
오래된 도심의 낙후 지역과 과거의 산업시설 등이 새롭게 재편되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성과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훌륭한 방안으로 인식되었다. 도시재생을 꿈꾸는 도시들은 어디나 할 것 없이 예술가들의 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지기 시작하였고, 이는 유휴시설이 예술가를 위한 창작공간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도시재생을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지역 활성화, 나아가 도시 경쟁력 향상이란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고, 더 이상 예술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공공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이것의 한 예가 창작공간 사업이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창작공간은 예술가들이 창작·제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창의적 예술활동의 공간을 제공하고, 폐허가 되어 더 이상 쓰이지 않아 버려진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지역 매력도와 브랜드를 상승시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도심 속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조성된 예술창작 공간은 일반인들에게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교육프로그램들을 제공하며, 예술가와 일반 대중들과의 소통을 좀 더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처럼 창작공간이 수행해야 하는 새로운 사회적 역할은 지역에 대한 재생을 통한 지역 활성화로 점차 범위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문화가 도시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서구 선진 공업도시들이 탈산업화를 경험하면서 산업 공동화, 도시성장 동력의 상실 등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문화·예술 활용을 통한 도시재생 정책 등 각종 문화산업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시도되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유휴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하였고, 유휴 산업시설의 문화적 재활용은 도시 슬럼화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주요산업 재편으로까지 이어졌다. 더불어 지역의 역사적 상징물을 보존하고 창조적 예술인의 작품과 활동을 통해 지역의 문화 수준이 향상되며, 공동체 강화에 기여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발전소를 문화예술지대로 재생시킨 영국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Collection)이나 버려진 철도역을 활용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Orsay Museum), 폐교를 리모델링한 미국의 P.S.1(Contemporary Art Center)은 유휴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수명을 다한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전환시키면서 문화·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문화 행동을 창출하며 새로운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2년 정부는 문화예술 분야의 종합적인 발전을 위해 문화예술진흥법을, 1999년 문화산업의 진흥·육성을 위해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하였으며, 문화예술진흥기금과 문화예술진흥원을 설치했다. 또 문화산업의 진흥·발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설립하는 등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많은 노력 중 서울시 창작공간에 대한 정책도 그 대표적인 사례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2008년부터 구 공업지역의 폐 공장, 유휴 공공청사, 상권이 쇠락한 지하상가 등 도시 내 유휴공간을 예술창작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실시하였다. 이는 서울시의 컬처노믹스(Culturenomics) 정책에 따른 것으로, 예술가를 위한 안정적인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을 원천으로 지역재생의 거점을 구축하는 것을 사업의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사회 전반에 걸친 문화·예술의 가치와 경쟁력에 대한 필요성의 인식이 있었다. 즉 단순한 도시의 경관 재생과 건축물의 경제적 가치라는 관점을 넘어서 국가 및 도시 자체의 경쟁력과 활력을 일으키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삶의 질을 향상을 위해서는 문화가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과거 서구에서 도심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문화시설이 대규모 랜드마크형 프로젝트 위주였다면, 이제는 도시의 정체성과 장소성뿐만 아니라 예술 생태계에서의 창작·기획·촉매·향유·교육·소비 등 다양한 기능이 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 종합계획의 바탕 위에서 유휴공간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