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은 예로부터 관심의 대상이자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다.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녹읍 제도, 전시과 제도, 과전법, 직전법 등으로 변해온 토지제도는 각 시대의 특징을 반영하는 한편, 새로운 사회적 변화를 야기하는 주요 동인이 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유형원, 정약용, 이익 등 쟁쟁한 실학자들이 토지제도 개선방안을 놓고 균전론, 여전론, 한전론 등 다양한 주장을 펼치며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공업화 등으로 생산 수단이 다변화됨에 따라 부동산 제도의 중요성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으나 부동산은 여전히 특별한 재화이다.
특히, 인구가 도시로 모여들고 주택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택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주택은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이면서도 평균 가격이 3억 30만 원(KB, ’16.8월)에 달하는 고가의 재화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의 주거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며, 정부는 국민의 주거여건 향상과 최저 주거수준 충족을 위하여 다양한 주택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16년 10월 누계 지역별 주택가격 상승률/자료=국토부]
정부는 지난 3일 관계기관 간 협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과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주택 정책의 핵심 기조로 견지하며 일관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총 54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으며, 행복주택·주거급여제도 등을 도입하고 뉴스테이 정책을 통해 주거문화도 혁신해나가고 있다. 또한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고 세제·금융지원 등을 통해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활력 회복에 기여하고, 지난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서는 수급 불균형 우려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다.
이번 대책은 주택공급 축소를 골자로 한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다만 주택시장 정책 노선은 ‘공급 속도조절’에서 ‘수요 억제’로 방향을 틀었다. 공급을 줄이고 중도금 대출 규제를 강화키로 한 8.25 대책에도 청약 과열 양상이 계속되고 일부 지역의 집값이 계속 들썩인 데 따른 것이다. 국내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늘어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인 불안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부 재건축 예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고, 서울·경기·부산·세종 등지의 일부 청약시장에서는 이상 과열현상이 발생했다.
실제로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상승률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10월 2주차 0.22%, 3주차 0.22%의 변동률로 2009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게다가 서울, 경기 내 공공택지, 부산, 세종 등으로 청약수요가 집중됐다. 청약경쟁률이 50대 1이상인 청약과열 단지의 비중은 2012~2013년 1% 미만이었으나 2015~2016년 8~9%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최근 단기 전매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수요가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실수요자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국지적 과열현상이 더 심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장래 주택경기의 조정 과정에서 가계와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음을 감안해 국지적 과열이 발생한 지역에 대한 선별적·단계적 대응을 통해 시장 질서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주택시장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과도한 단기 투자수요 등에 의해 이상 과열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을 선별하고 이들 지역에 대하여는 전매제한 제도, 청약 자격 등을 강화하여 과열현상과 주변 집값의 불안 소지를 완화해 나가는 한편,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되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아울러, 불법전매, 다운계약, 청약통장 매매 등 주택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행정력과 시스템을 동원하여 철저히 단속하고 강도 높게 처벌해 나갈 예정이다. 불법·비리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번 대책과 함께 정부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디딤돌 대출 등 정책모기지를 지속 공급하고, 무주택 서민용 공공분양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등에 대해서도 차질 없이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매제한, 청약 1순위 강화, 재당첨 금지 등의 제도를 선별적·단계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의 국지적인 과열을 완화시키고자 하는데 이번 대책의 목표가 있다”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국지적인 시장 과열을 완화하고 실수요자의 주택 당첨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대책에 따른 시장 상황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집값 상승이나 청약 과열이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판단되면 관련 규제를 해제할 계획이다. 반대로 과열 현상이 확산될 경우 규제지역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