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 남경 성곽도/자료=南京市文物局(2006)]
서울은 오랜 역사를 보유한 역사도시이면서, 산과 언덕의 능선을 따라 성곽을 쌓고 도성(都城)을 세운 성곽도시이다. 성곽을 보유한 역사도시들에게 있어 성곽만큼 중요한 역사문화유산은 따로 없다. 성곽 자체가 소중한 문화재일 뿐만 아니라 역사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성곽을 보호하고 주변지역을 관리하기 위한 ‘성곽보호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성곽도시들은 성곽과 주변지역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계획과 법제도를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다. 보호구역이나 앙각 규제와 같은 문화재보호법에서 정해둔 매우 일률적인 보호장치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그나마 실효성도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곽도시의 체계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어서도 주목할 만한 시도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중국 남경(南京)시는 북경(北京), 서안(西安), 평요(平遙) 등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중국의 성곽도시 가운데 하나다. 특히 북경과 서안 등이 평지 위에 장방형의 형태로 성곽을 세운 도시임에 반해 남경은 산과 언덕, 하천과 같은 자연지형을 활용하여 유기적 형태의 성곽을 쌓은 도시여서 서울과 매우 유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남경시는 1988년 남경 명성곽(明城墻)이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성곽 보호를 위한 계획수립을 본격화하여 1999년 3월에 남경 성곽 보호를 위한 종합계획이라 할 수 있는 ‘남경 명성곽풍광대계획(南京明城墻風光帶規劃)’을 수립하고 이를 충실하게 실천에 옮기고 있다.
[사자산 주변 규제계획도 예시/자료=南京市規劃設計硏究院(2008)]
남경 명성곽은 1950년대 초까지만 해도 완전한 모습이 보존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50년대 중반 이후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성곽의 훼손과 철거가 점차 심화되었다. 시정부의 승인 하에 시민들이 성곽의 전돌을 가져갔으며, 성곽과 해자(護城河) 사이 구간에 공장이나 민가의 불법점유로 인한 성곽 훼손도 심각하게 확산되었다.
명성곽 보호 노력이 본격화된 것은 1988년 남경 명성곽이 국무원에 의해 국가중요문화재(全國重點文物保護單位)로 지정되면서부터이다. 1992년에 남경시 건설위원회와 도시계획국, 원림국, 문화국이 함께 협력하여 「남경명성곽보호계획(南京明城墻保護規劃)」을 수립하였는데, 이것이 남경 성곽 보호계획의 효시가 되었다.
1996년에는 강소성(江蘇省) 인민대표대회에서 「남경성곽보호관리지침(南京城墻保護管理方法)」을 제정·공포하여 성곽 보호를 위한 최초의 법제화 조치가 시행되었다. 1997년 국무원의 비준을 받아 1998년에 수립된 남경도시기본계획(南京城市總體規劃, 1991~2010)은 명성곽 풍광대 보호의 필요성을 명확히 밝히고, 성곽과 자연지형을 일체적으로 보호함으로써 과거 육조(六朝)와 명대(明代) 및 민국(民國) 시기를 거쳐 내려온 남경의 독특한 역사문화를 드러내야 한다는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였다. 도시기본계획에서 이와 같은 지침을 마련하면서 남경시 성곽보호계획의 핵심이 되는 명성곽풍광대계획 수립이 본격화되기에 이른다.
2004년 8월에는 풍광대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3개년 추진계획이라 할 수 있는 「2005~2007년 명성곽풍광대보호건설계획(明城墻風光帶保護建設規劃)」이 수립되었다. 최근에는 남경시 계획설계연구원에서 성곽 주변지역의 상세한 건축규제 및 지침도면을 담은 「남경 명성곽풍광대 및 주변지역 규제성 상세계획(南京明城墻風光帶及基沿線控除性詳細規劃)」을 수립하고 있다. 남경시의 이와 같은 성곽 보호정책 수립 및 실천 노력은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대내외적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경시는 성곽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치밀하게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성곽도시들의 성곽보호계획 수립과 실천에 참고할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명성곽이 남경시의 중요한 유산이자 자원인 것처럼 한양도성 역시 역사도시 서울의 중요한 유산이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자원이다. 한양도성을 문화재의 하나로 보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서울의 도시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는 핵심요소이자 환경, 생태, 경관을 아우르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서울 도시기본계획 및 도심부 관리계획에 명확히 규정해야 하며, 성곽의 보호와 주변지역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계획을 수립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