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산업중심도시로 잘 알려진 미국, 독일, 유럽 등 국외의 많은 도시들은 최근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도시들은 심한 오염지역, 버려진 지역, 기존 산업지역에서 주변지역으로의 공간적 확산, 인구의 주변지역으로의 이주, 교통비 증가, 유가 급등 그리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 등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을 나타내는 도시들은 축소도시(Shrinking Cities)로 불린다. 축소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aln 2010’ 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는 미국 영스타운시의 축소도시 전략은 축소도시의 개념, 성장 없는 도시의 재생을 함의하고 있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미국 ‘영스타운(Youngstown) 2010’
미국 클리블랜드와 인접한 영스타운(Youngstown)은 1950년대 미국 3위의 제철도시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철강산업의 하락으로 인한 급격한 축소과정을 겪고 있다. 1950년대부터 중산층이 꾸준히 교외로 이동해 10년에 인구의 16%가 감소하는 현상이 지난 40여 년간 지속됐다. 결과적으로 1950년 16만 8,330명이었던 인구가 2014년에는 6만 5,062명으로 절반 이상이 감소했으며, 산업이 쇠퇴하고 교외화가 진행되면서 도시 곳곳에는 비어 있거나 버려진 공간이 발생했다.
영스타운은 과거의 번영과 영광을 누렸던 시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 축소된 것을 좋은 방향으로 전개할 수 있는 ‘스마트 수축(Smart Shrinkage)’을 검토했다. 이를 위해 2001년 자원봉사자, 지역 커뮤니티 대표, NPO단체 및 기업인 등 약 200명과 시정부·YSU가 참여해 ‘The Youngstown 2010 Citywide Plan’을 수립, 2002년 12월 시민에게 공표되었다. ‘영스타운 2010’은 현재의 영스타운 상황을 방치하면 2030년에는 인구가 5만 4,000명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바탕으로 도시축소 시대에 걸맞은 도시의 형태를 꾀하자는 사고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인구 10만 명에 초점을 맞춘 도시계획을 대폭 수정하여 인구 8만 명 규모에 적합한 도시계획으로 수정했다. 그 결과 주택용도지구는 30%, 상업용도지구는 16%가 축소되었다.
[영스타운 토지이용 현황과 향후 변화 계획/자료=건축도시공간연구소]
영스타운의 대응전략은 ‘영스타운 2010’의 수립을 통해 ‘도시축소는 패배가 아니다’라는 가치의 공유에서 시작되었다. 즉 현명하게 쇠퇴(smart shrinkage)하는 방법을 시민들이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나치게 특화되고 편중된 지역의 산업구조를 탈피하고,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유치해 도시의 몰락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영스타운은 도시축소가 담고 있는 다양한 정책과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시민, 지역 커뮤니티대표, NPO단체 및 기업인, 시정부, 지역대학이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협업체계(Collaboration system) 즉,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는 지역대학인 YSU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즉, 도시 전체의 종합계획이 미시적 수준에서도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근린지구 계획 수립 과정에서 자발적인 주민 참여를 유도하여 비전을 실행함으로써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활력있는 도시로 변모하였다. ‘영스타운 2010’에서는 주택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으면서 남아 있는 건물, 기반시설, 경제활동, 주거환경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녹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주민의 협력적 의사소통과 거버넌스를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녹지 사용에 적합한 구역을 지정하고, 기반시설을 합리적인 규모로 공급하기 위해 저밀도 지역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방법을 강구하였다.
축소도시에는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거나 저이용되는 토지와 건축물이 많다. 미국 축소도시에서는 이들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도시농업 공간으로 활용 또는 녹지로 전환, 오픈스페이스로 바꾸려는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조닝 코드와 개발 절차를 변경하였다. 영스타운에서는 도시의 상업용도지구를 혼합용도지구로 다운조닝해서 상업 전용을 주택, 아트스튜디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심을 재생하였다. 영스타운은 ‘중첩조닝(Overlay Zoning)’ 제도를 활성화해 기존의 엄격한 조닝 구분에 비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토지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클리블랜드에서는 주거지역 내에서 농업이 가능하게 하거나 빈 대지를 도시정원, 풍력발전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닝을 변경하였으며, 버팔로에서도 2000년부터 다운타운의 일부 공장을 로프트로 전환하였다.
또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목표로 도심에 남겨진 역사적 건축물을 활용하여 뉴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Youngstown Business Incubator)를 개설했다. 또한 2개의 종합병원을 활용한 보건의료산업 육성에 착수했다. 영스타운 도심에는 소규모 중·소도시에서는 가질 수 없는 철강도시로 번성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역사·문화자산이 있다. 20세기 초 번영을 누렸던 시기에 지어진 아름다운 근대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건축물들을 개·보수하여 아트스튜디오나 IT계열 사무실로 용도 전환했다. 그리고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능가하는 규모의 밀크리크(Mill Creek) 파크와 장미공원 등을 활용한 도시의 쾌적함에 덧붙여 역사·문화자원을 창조적으로 활용한 스마트 수축을 도시재생의 전략으로 채택하였다.
‘영스타운(Youngstown) 2010’의 시사점
미국의 축소도시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영스타운의 사례처럼 축소의 과정은 인구와 고용의 증가의 맥락과 관련되어 있으며, 스마트 수축(Smart Shrinkage) 도시발전계획이 축소도시를 위한 새로운 계획으로 중요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개발계획은 지역적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방도시 간 협력 관계가 도시축소의 대응 전략의 중요할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에서 도시재생사업단을 운영하여 다양한 연구와 적용기법 개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 처한 상황의 차이에 따라 축소도시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정형화된 틀을 만들어 모델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형화된 모델은 결국 시설의 투자를 촉진시킬 뿐, 침체된 지역을 근본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2018년 우리나라 총인구가 줄어드는 인구감소시대에 도시축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시설의 투자만으로 침체된 지역의 회생을 바라는 현재의 도시재생 전략은 전폭적으로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또한, 전국의 도시에 대한 유형 분류가 필요하며 인구가 성장하는 지역, 정체하는 지역, 침체하는 지역과 도시와 지역이 어디에 입지하는가 즉, 수도권이냐, 대도시권이냐, 백두대간의 내륙지역에 입지하고 있느냐 등에 따라 적용가능 모델과 정책 방향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