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의 NDSM지역과 현재의 NDSM지역/자료=www.ndsm-werfmuseum.nl]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동서로 흐르는 IJ강의 북부지역(Amsterdam Noord)은 1950년대 유럽 최대 규모의 조선 산업이 입지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1980년대 유럽의 제조업 및 2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조선 산업을 기반으로 했던 북부지역이 전체적으로 쇠퇴하고, 이곳의 지역 개발과 관련하여 산업지역으로서 재개발을 주장한 자유당(VVD)과 주거지역으로의 탈바꿈을 주장한 노동당(PvdA)의 대립으로 인해 오랫동안 정치적 교착지로서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네덜란드의 토지이용계획(Bestemmingsplan)에 따르면 북부지역은 경제개발지역으로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되어 있었다. 1990년대 초반, 지정 용도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민관 합동 방식의 대규모 오피스지구 개발 계획이 수립되었으나 사업 자금 조달과 실현 가능성 및 개발 지역의 입지적 효율성과 관련하여 문제가 제기되면서 개발이 무산되었다.
이에 암스테르담 시 정부와 북부지역 지방정부는 침체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암스테르담이 문화예술 생산 도시를 지향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하위문화를 생산·육성하기 위한 공간을 보호하고 장려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시 정부 및 암스테르담 시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에서 하위문화를 생산·육성하고, 이것이 지속적인 문화예술의 생산·소비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고자 하였다.
암스테르담 북부지역의 지방정부는 이처럼 IJ강 북부지역에 대한 대규모 경제 개발이 불가능한 점, 암스테르담 전반에 걸친 문화예술 공간에 대한 높은 수요와 같은 상황이 맞물려 있었다. 이에 북부지역 지방 정부는 경제개발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IJ강 북쪽 지역 중 예외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한 NDSM지역을 대상으로 일시적인(temoporary) 기간 동안 문화예술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지역 활성화를 시도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북부지역 지방정부는 1996년 NDSM 동쪽 지역을 조선회사로부터 매입하고 북부지역 전체를 문화지구로 활성화하기 위한 기폭제로서 NDSM지역의 재생 계획을 추진하였다.
[NDSM지역 공업 소음선 경계/자료=City Administration Amsterdam Noord, 2003a]
1999년 암스테르담 북부지역 지방정부(Stadsdeel Amsterdam Noord, SDAN)는 NDSM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이 공모전은 NDSM지역의 재생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이를 실행할 주체를 함께 공모하는 것이었다. 이에 불법 점거(squatting)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가 네트워크 조직인 Stichting Kinetisch Noord(Kinetic North Foundation, KN)는 NDSM지역을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를 육성할 수 있는 커뮤니티 지역으로 개발할 것을 제안하였다.
북부지역 지방정부 SDAN은 예술가조직 KN의 계획안을 당선시켰고, 이후 계획안에 대한 타당성 계획과 운영계획 수립을 요구하였다. 이에 예술가조직 KN은 공공과 외부전문가와 함께 단계별 개발계획과 비용 및 타당성 계획, 프로그램 운영계획을 수립하였고, 당시 첫 실행된 문화산업 육성 공간 지원 정책(Broedplaatsenbeleids, BPP)을 비롯한 정부 부문의 지원금과 자체 재원을 통해 2002년부터 NDSM지역의 개발에 착수하였다.
북부지역 지방정부 SDAN은 IJ강 북부 지역의 전체적인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5년간의 임대 기간을 목적으로 공모전에 당선된 예술가조직 KN과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예술가조직 KN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타당성계획과 운영계획에서 NDSM지역의 개발과 초기 운영 정착에 있어 10년이 소요된다는 결과를 수용하고, 2003년 예술가조직 KN과의 10년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였다.
현재 NDSM지역은 다양한 분야의 비영리 예술가와 단체들을 육성하는 ‘문화예술 인큐베이터(Breeding Place)’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2006년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문화예술 소비 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NDSM지역과 인접한 지역으로 문화산업과 관련된 대규모 기업들과 중소규모의 창조적 기업들, 암스테르담의 주요 문화예술시설이 입지하면서 IJ강 북부지역 전체가 암스테르담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생산 및 소비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NDSM지역의 시설 및 면적/자료=Stichting Kinetisch Noord, 2002]
국내의 도시재생 관련 제도는 암스테르담의 문화산업 육성 공간 지원 정책과 같이 문화예술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 진흥과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목표가 상충되고 도시재생 측면에서의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NDSM지역 재생 사례를 통해 나타나는 전략과 시사점은 먼저 공공 부문은 대안적인 지역 재생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민간 부문의 조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이전의 정부 주도의 재생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공모전 형식의 재생사업을 시도하고 이러한 형식을 통해 지역 재생에 대한 아이디어만을 차용한 것이 아닌 실질적인 운영 주체와 재생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실질적인 운영 전략을 함께 공모한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을 매개로 하는 지역 활성화에 있어 문화예술 산업 분야의 네트워크가 가지는 파급력을 인식한 것으로, 민간 부문의 조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수평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운영 방식,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임대 계약기간을 수용함으로써 운영의 자율성과 자립성을 보장하였다. 이를 통해 공간 사용자와 운영 주체가 자체적인 수익 모델과 운영 전략을 수립하게 하고, 공간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하여 지속가능한 운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수평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재생사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참여 주체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였다.
공공 부문은 토지 소유주이자 사업의 주체로서 지역 전반에 대한 재정적인 투자를 시행하여 초기 재생사업이 원활하게 진 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재생사업과 관계된 전담 부서를 조직함으로써 재생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러한 공공 부문의 참여는 지역 재생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재생사업이 단순한 일회적인 사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반에 대한 기폭제로 작용하도록 하여 이미지를 쇄신하고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가진 지역으로 거듭나게 하였다.
민간 부문의 조직은 재생사업의 시행 주체이자 공간의 사용자로서 지역 재생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타당성 계획을 수립하고 운영 전략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이러한 운영 전략은 개발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내부적인 재정 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최종 사용자들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지역과의 유대관계를 지속시키며 공간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공공 지원의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한 운영 방식을 수립한 것이다.
또한 재생사업을 시행하고 지역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최종 사용자들을 대표하는 운영 조직을 구축하여 내부적인 결속력을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사용자와 공공부문 간의 원활한 교류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즉, 민간 부문은 공간의 운영 주체로서 구체적인 사업 시행 계획과 실증적인 재정 모델 및 운영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 받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였으며, 조직화된 체계 구축을 통해 재생사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확보하고 주체성을 확립함으로써 공공 부문과의 수평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는 자생적으로 형성된 지역에 공공이 지원을 하거나 공공 부문이 시행하는 사업에 민간 주체가 개별적 또는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그 방식이 제한적이며 문화예술 분야와 공간 요소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제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두 분야의 요소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재생 제도의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평적 협력 관계 시스템과 전략을 구축하고 다양한 형태의 주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지역 재생의 거점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정체성과 특색이 다양한 지역 조성이 가능할 것이며, 더불어 문화·사회·경제적인 도시재생 효과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