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도시방재 분야에 리질리언스 개념이 적극 도입되고 있으며, 다양한 도시 리질리언스 강화 정책이 수행되고 있다. 리질리언스가 도시방재 분야에 도입된 배경에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대형 재해가 있었다. 카트리나에 의해 1,800명 이상의 사망자와 810억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였고,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뉴올리언스는 피해 복구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직접 피해뿐만 아니라 2차 피해도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된다. 카트리나 발생 이후에 「포스트 카트리나 위기관리 개혁법(Post-Katrina Emergencyreform Act of 2006)」이 수립되었고, 이를 계기로 재난 대응에 관한 연방단위 계획이 국가단위 계획으로 변경되었으며, 현재에는 국가대응체계(National Response Framework)로 변경되었다.
[미국 주요 방재 정책 및 복원력 도입 연혁/자료=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국가대응체계에는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관계부처 간 원활한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기능체계인 비상지원기능(Emergency Support Functions)이 있다. 비상지원기능 중 하나로 국가재난복구체계(National Disaster Recovery Framework)가 있는데, 구축 초기에는 재해 복구에만 초점을 두었지만 현재에는 재난관리의 전체 단계에 걸쳐 리질리언스 개념이 도입된 포괄적인 관리체계로 발전되고 있다.
도시방재 분야에 리질리언스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계기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 이후라고 할 수 있다. 허리케인 샌디는 미국 동부 22개 주에 많은 피해를 발생시켰으며, 특히 뉴욕시의 경우 카트리나 발생 이후인 2008년에 뉴욕시 기후 변화 대응 합의체(New York City Panel on Climate Change)를 수립하여 통합적인 기후 변화 적응도시 조성을 위해 다양한 계획과 정책을 수립·운영하고 있었지만, 허리케인 샌디에 의해 막대한 직·간접 피해가 발생되었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및 샌디와 같은 대형 재해를 겪으면서 기후 변화로 대형화되는 자연재해에 대해 완벽한 예방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미국에서는 재해 예방뿐만 아니라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복구를 통한 2차 피해를 저감시키는 포괄적인 개념인 리질리언스를 도시방재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2013년에는 리질리언스 및 재건을 위한 특별계획(Special Initiative for Rebuilding and Resiliency)을 발표함으로써 도시방재 분야에 리질리언스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리질리언스 강화 정책의 특이한 점 중에 하나는 방재 관련 전문부서인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이 있지만, 많은 리질리언스 관련 정책을 국토교통부와 유사한 성격의 부서인 ‘주택도시개발부(House & Urban Development Department)’에서 수행한다는 점이다. 리질리언스 강화 정책은 기존의 방재시설물 위주의 재해 예방·저감의 방재 정책과는 다르게 도시의 다양한 시설물 및 건축물뿐만 아니라 시민들과도 밀접한 영향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주로 주택도시개발부에서 리질리언스 강화 정책을 수행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리질리언스 강화 사례: 국가재해 복원력 경쟁대회
[국가재해 복원력 경쟁대회/자료=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리질리언스 강화 정책은 ‘디자인에 의한 재건(Rebuild by Design)’이라는 설계공모전과 ‘10억 달러 국가재해 리질리언스 경쟁대회($1 billion National Disaster Resilience Competition)’ 등이 있다. 디자인에 의한 재건은 샌디와 같은 대형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도시개발부 전 장관인 숀 도너번이 제안한 공모전이며, 2013년 CNN이 선정한 10대 베스트 아이디어에 선정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공모전은 샌디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은 뉴욕주, 뉴욕시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민간단체 등에서 참여하였고, 2013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10개월에 걸쳐 교육, 아이디어 회의, 현장 방문 등 다양한 활동과 심사로 이루어졌다. 최종적으로 6개의 디자인 콘셉트가 선정되었으며, 리질리언스 강화도시를 수립하기 위해 약 9억 2천만 달러가 지원되었다.
주택도시개발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또 다른 대표적인 리질리언스 강화 정책은 ‘10억 달러 국가재해 리질리언스 경쟁대회’이다. 본 대회는 기후 변화로 대형화되는 재해에 적응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혁신적인 재해 리질리언스 제고 및 재구축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참여자격은 최근 2년간 국가재난 피해가 발생한 모든 주 및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본 대회에서 나온 다양한 지역의 아이디어는 서로 공유하고 지역사회 개발계획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미국 정부에서는 지자체 및 민간단체 위주의 리질리언스 강화 정책과 더불어 범부처 차원의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기술적으로도 리질리언스 강화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범부처 파트너쉽 중에 하나는 2009년에 수립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구축을 위한 파트너쉽(PSC: Partnership for Sustainable Communities)’이며, 현재 주택도시개발부·교통부·환경부·농무부·연방재난관리청 등 다양한 부서가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기후 변화 재해대응 리질리언스 강화를 위해 ‘기후대비 및 리질리언스 대책위원회(Task Force on Climate Preparedness and Resilience)’를 구축하였으며, 기후 변화 대응 리질리언스 분석 지원을 위한 ‘기후 리질리언스 툴킷(Climate Resilience Toolkit)’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미국의 리질리언스 강화 정책의 시사점
미국은 최근 10년 동안에 카트리나, 샌디 등 대형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방재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방재 정책 변화 동향을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우선, 방재 정책이 도시 및 지역의 리질리언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재 분야의 리질리언스는 재해 예방·저감·복구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기후 변화 등으로 대형화되는 재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모든 방재단계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리질리언스 개념이 방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국가차원의 협력 프레임을 구축하고 지자체 및 민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점이다. 재해 발생 시 일차 피해자와 그 피해를 극복해야 하는 당사자는 그 지역의 지자체 및 주민들이다.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는 기후·지형적 요소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특성 및 저감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피해 당사자인 지방정부 공무원이나 지역 주민들이다. 하지만 대형재해의 복구는 지역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할 때가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국가차원의 방재계획 및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방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지자체에 대한 예산 및 기술 지원이다. 대체로 지자체는 연방정부에 비해 예산 및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도시 및 지역의 리질리언스라는 신개념의 방재 정책을 분석하고 실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리질리언스를 분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