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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질리언스, 새로운 도시 방재 패러다임 ③

도시설계 및 디자인 분야의 리질리언스

정범선 기자   |   등록일 : 2016-06-30 22: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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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생태 측면에서의 도시계획 및 디자인의 실천은 전통적인 생태적 평형성(Ecological Equilibrium)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복잡하고 역동적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도시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도시계획 및 디자인 분야에서는 도시의 이상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form)에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 생태학에서 제시한 평형성(Equilibrium)에 기반하고 있어 복잡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변화 예측이 어려운 도시에 적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글로벌 경제위기나 지진, 쓰나미, 질병 확산, 홍수, 기후 변화 등 위협적인 외부 영향들이 도시에서 다양한 공간적·시간적 스케일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쉽게 예측되거나 이해될 수 없는데다 어떤 특정한 도시형태적 대안만으로는 결코 대응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환경생태 계획 및 디자인은 이상적 평형성에 기반한 형태 중심의(form-based) 대안에서 벗어나 복잡 다양한 물리적·사회적 충격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회복할 수 있는 리질리언스 개념으로의 전환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비평형성(Non-Equilibrium) 관점으로의 전환은 이미 생태학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불확실성 및 사회적 시스템과의 탄력적 연관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한 적응형 계획 관리(Adaptive Resource Planning and Management) 개념이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 또는 적용되어 오고 있다.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다 확장된 논의와 경관 생태학적 접근을 통해 리질리언스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특히 도시설계 및 디자인 분야에서는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Landscape Urbanism) 등 조경학을 중심으로 한 리질리언스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비평형성에 입각한 리질리언스 개념의 도시 및 환경생태계획적 적용은 관련 분야에서 다각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적용 방법에 대해서는 폭넓은 경험적 실험과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 메사추세츠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at Amherst)의 Jack Ahern 교수가 경관생태학 이론을 바탕으로 제시한 리질리언스 개념의 환경생태계획적 도입 방식에 대한 제안은 환경생태계획의 미래와 역할에 대한 주목할 만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리질리언스 증진을 위한 환경생태계획적 전략

Jack Ahern 교수는 도시 리질리언스를 증진하기 위한 환경생태계획적 접근방법으로 5가지 요소 즉, 환경생태 생물종 다양성, 도시생태 네트워크, 토지이용의 다원적 기능, 중복성의 모듈화, 그리고 적응형 디자인을 중요한 실천전략으로 제안했다. 생물종 다양성의 경우 최근 학문적·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도시계획 및 디자인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도시와의 직접적 연계성 및 혜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중요한 범주에서 빈번하게 제외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생물종 다양성의 가치는 대응다양성(Response Diversity)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설득력을 갖는데, 대응다양성은 생물종 및 생태 시스템의 다양성이 총합적으로 특정 기능을 발휘하는 한편, 외부로부터의 변화 또는 충격 시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특징을 가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시 내 식재된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상당량의 강우를 흡수하여 통합적으로 홍수를 저감하는 기능을 하지만, 특정 병충해에는 각각의 종류가 다르게 반응함으로써 대규모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리질리언스를 구현하는 또 다른 전략은 도시생태 네트워크와 연결성의 강화인데, 이는 도시에서 교통과 에너지 보급 및 의사소통을 위한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으나 생태적 시스템의 연결성은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경관생태학에서 생태시스템의 공간적 연결성(Connectivity)에 대한 중요성은 일찍이 강조되어 왔으나 도시계획 및 디자인에서는 전통적으로 수문, 교통, 이동성 등 물리적 연결성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왔다. 이러한 도시의 생태적 연결성에 대한 이론은 최근 도시녹도(Urban Greenway) 확보를 통한 생물다양성 증진과 도시 내 하천 수문(Hydrology)의 완충 작용 및 안정화, 보행로 개선, 선형의 레크레이션 공간, 문화자원의 연결성 등을 증진하는데 활용될 필요가 있다.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의 증진 또한 리질리언스를 구현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제한적 공간 이용이 불가피한 도시의 특성상 토지이용이 특정 이용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 또는 계절에 따라 야생동물의 보존, 문화활동, 레크레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공유하며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포틀랜드시 그린 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 사례/자료=SESYNC]

대표적인 예로 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를 들 수 있는데, 그린인프라는 도로변 배수를 겸한 우수 정화처리용 습지 조성이나 야생동물 보호 및 이동통로 확보를 위한 자전거도로 조성 등 기존의 인프라와 새롭게 조성된 생태시스템이 결합된 복합적 기능을 추구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미국 포틀랜드시에서 계획한 도로 디자인에서는 이러한 다원적 기능 증진을 위해 도시의 도로가 자동차 이동이라는 고유의 기능뿐만 아니라 우수유출 저감, 자전거 및 보행로 확보, 야생동물 서식처 및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다양한 기능을 수용하도록 계획했다.

중복성(Redundancy)과 모듈화(Modularization)는 경관생태학에서 위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생태적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이 또한 도시의 리질리언스를 구축하는 환경계획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주로 중앙집중식이며 중복성을 줄이도록 계획됨으로써 재난 또는 위험에 훨씬 취약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리질리언스 이론은 도시계획 또는 디자인 분야에서 중복되고 분산화된 모듈의 적용을 제안하는데, 이러한 모듈은 개별적 실패가 전체로 확산되지 않고 국소적 위험에 그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모듈의 예로 도시경관 단위의 우수유출 흡수 시스템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최소 공간 단위의 배수권역을 설정하고 권역별로 불투수층 주변으로 우수유출수를 집수하여 권역별로 정화, 배출하도록 하는것이다. 이는 우수배수관이라는 기존 인프라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지표층의 다양한 자연형 배수로 및 집수 시스템의 활용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중앙집중식 시스템의 실패에 따라 예상되는 대규모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리질리언스를 증진하기 위한 적응형 디자인(Adaptive Design)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는 도시디자인을 할 때 불확실성과 불완전한 지식의 한계를 장기적으로 보완함으로써 새로운 계획 및 정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적응형 디자인은 주어진 불확실성 및 이에 따른 가설(Hypothesis)을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우수유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대안적 포장재료의 흡수성(Permeability)이나 유해물질을 저감하기 위한 특정 식물종의 생물적 환경정화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실험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을 요구하므로 실험의 실행성을 높이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작은 규모 단위에서 구체적인 전략 수립을 통해 책임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리질리언스의 이론적·경험적 검증과 과제

Jack Ahern 교수가 제시한 5가지의 환경생태계획적 전략들 중 도시생태 네트워크나 그린인프라 등 일부 전략들은 이미 많은 도시와 환경계획가들이 주지하고 있으며, 정책적 활용을 위한 노력 또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생물종 다양성이나 다원적 기능, 중복성 및 모듈화, 적응형 디자인 등은 아직 환경생태계획적 적용 차원에서의 이론적 연구 및 경험적 검증이 부족하며 향후 이와 연계 혹은 보완적 측면에서의 다양한 새로운 전략 또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론적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관생태학에서 바라본 리질리언스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사회생태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영역에서의 확장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폭넓은 시민참여와 상호학습, 다중적 거버넌스 등은 사회생태적 리질리언스를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으로 제안되고 있으며 이는 환경생태계획에서의 의사결정 및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한 주요 목표로 포함될 수 있다. 환경생태계획을 통해 리질리언스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경험적 검증과정 또한 필수적인데, 이는 Ahern가 제안한 것처럼 중복성 및 모듈화와 적응형 디자인 등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적은 규모에서의 다양한 실험이 디자인의 핵심전략으로 구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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