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신공항 조감도(상),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하) /자료=대구시, 부산시]
신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영남권 내 분열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핵심은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에 세우느냐, 경남 밀양에 유치하느냐이다. 지난해 6월부터 정부 의뢰로 신공항 입지 선정 조사를 한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이달 말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당사자인 부산과 경남·북 광역단체장은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전면에 나서 갈등이 증폭될 조짐이다.
신공항은 1980년대 초부터 영남지역의 열악한 지방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성이 대두됐고,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사업 공식 검토 지시로 공론화됐다. 부산은 가덕도, 대구·경북은 영천, 경남·울산은 밀양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대구·경북이 밀양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갈등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영남권 신공항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백지화됐다. 표면적 이유로는 미흡한 경제성이 제시됐지만 지역 간 극심한 갈등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에 따라 재추진했고, 2014년 파리공항공단(ADPi)이 영남지역 시·도민 항공 수요가 3,500만 명(2030년 기준)이라고 발표하면서 다시금 필요성이 부각됐다.
가덕도 vs 밀양, 장단점 제각각
지역 | 가덕도 | 밀양 |
위치 | 부산 강서구 가덕도 남단 | 경남 밀양시 하남읍 일원 |
규모 | 3.3㎢, 활주로 1본 | 7.2㎢, 활주로 2본 |
사업비(지자체 추정) | 5조 9,000억 원 | 4조 765억 원 |
장점 | 24시간 운영, 안정성 | 접근성과 경제성 |
단점 | 접근성 떨어지고 매립 비용 등 | 항공기 이착륙 위험성과 소음 |
지지 지자체 | 부산 | 대구, 경북, 경남, 울산 |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장단점 비교/자료=urban114]
각 지자체에 따르면 신공항 유치에 드는 사업비는 가덕도와 밀양이 각각 5조 9,000억 원, 4조 765억 원이지만 실제 비용은 1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신공항 유치를 가정할 경우 두 곳 모두 장단점도 제각각이다. 가덕도의 경우 바다 매립지로 분지인 밀양에 비해 항공기 이·착륙이 안전하며, 인접 민가가 없어 소음 피해 우려 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최근 김해공항 취항 조종사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9%가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덕도는 부산을 제외한 영남권 지역민의 접근성이 낮고 매립 비용, 지반 침하 등의 우려가 있다.
밀양의 경우 영남권 5개 시·도 모두에서 1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접근성이 최대 장점이다. 구미 등 주변 산업단지와 연계돼 경제적인 효과도 거론된다. 반면, 소음 문제로 공항 운영 시간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고 도심과 밀접한 내륙 공항으로 이·착륙 위험성이 잠재한다. 건설 단계에서 인근 4~5개의 산봉우리를 깎아야 하는 점도 환경 파괴는 물론 안전성 문제로 꼽히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戰), 정치권·지역민 분열 양상
신공항 추진은 이용객 수용 범위를 부산과 울산, 경남 등 영남권 일대를 아우르는 ‘동남권 인구 1,000만’으로 확대되며 지역 갈등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공식 명칭은 ‘부산권→남부권→동남권’ 등으로 변경되다가 ‘영남권 신공항’으로 최종 명명됐다. 표면적 대결 구도는 부산·경남, 대구·경북이지만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과 경남 밀양을 응원하는 경남·울산·대구·경북 등 5개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막대한 경제효과에 따른 지역민들의 기대심리와 정치권의 정치 생명과 맞물리면서 가열되고 있다. 공항이 어느 쪽에 유치되든 어느 한 쪽은 정치적 치명타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을 걸고 당선됐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에 실패할 경우 시장직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재보선을 치를 경우 야권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부산지역 의원들도 가덕도를 방문해 편들기에 나섰다.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도 밀양으로 결정될 경우 불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남·울산·대구·경북 4개 시·도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반(反) 부산 전선을 형성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난 10일 정치권을 향해 “신공항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입지 선정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산을 중심으로 정치인들이 부산을 방문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자 신공항 입지 선정에 대한 불복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정치와 지역 민심이 맞물리자 신공항 유치에 필수적인 경제성 여부는 뒷전이 됐다. 가덕도와 밀양 중 어느 한 곳이 결정되더라도 정치적 논란으로 이에 불복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정치권 개입은 갈등만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유치전에 가세하기보다 입지 선정 후 야기될 수 있는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합의대로 5개 시·도가 공항을 매개로 경제공동체를 구성하고 탈락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논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은 정치 포퓰리즘과 지역 갈등에 휘말리며 후끈 달아올랐다. 5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 어디에서 실시되느냐하는 문제는 두 지역의 큰 관심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신공항 입지 선정은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 이익 차원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되어야 할 일이다. 해당 지역 정치인과 언론은 근거 없는 갈등 조장 행위를 중단하고, 국익 차원에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