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 디자인이 적용된 행운길 안내판/자료=서울시]
범죄예방 디자인 사례 1. 관악구 행운길
서울에서 여성비율이 두 번째로 높고, 특히 20~30대 싱글 여성 1인 인구가 절반에 육박하는 관악구 행운동은 경찰청이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해온 지역이다. 다닥다닥 붙은 원룸 사이사이의 어둡고 좁은 골목, 어두운 주차장 때문에 늦은 밤 걷기 무서웠던 이곳의 공포 지점들이 LED 방범등으로 빛을 밝히고 후면 240도까지 보이는 반사경, 비상 부저와 경광등이 곳곳에 설치된 ‘행운길’로 새 옷을 입었다.
주요 골자는 ▲혼자 걸어도 안심되는 4단계 방범 모듈을 적용한 ‘행운길’ 조성 ▲현관문 미러시트, 반사띠 등 사각지대 표시시스템 설치 ▲여성들이 즐겨 찾는 네일샵, 헤어샵, 카페 등 연결 ‘안정정보 공유’ ▲주민이 결성한 안전거점 및 커뮤니티 공간 ‘행운동 안심다락방’ 및 여성안심지킴이집 운영이다. 이 지역의 핵심 변화는 가로 380m, 세로 214m의 원룸 밀집지역에 조성된 ‘행운길’이다. 낙성대역 맞은편에 위치한 까치산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이 일대 골목골목을 여성이 늦은 시간 혼자 길을 걸어도 누군가 ‘동행’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조성했다. 현관 도어락까지 가기 위해 꼭 지나쳐야 하는 어두운 입구, 건물 간 좁은 사각지대 등 인적이 드물어 무섭기만 했던 공간들에 LED 방범등, 반사경, 비상 부저, 경광등으로 구성된 4단계 셉테드(CPTED) 통합방범모듈을 최초 개발해 적용했다.
[여성을 위한 범죄자 심리위축 4단계 통합방범모듈/자료=서울시]
예컨대 어두운 골목길을 더 밝게 밝힐 수 있는 LED 방범등을 설치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엔 후면 240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 반사경을 설치했다. 위급한 상황엔 주변에 알릴 수 있는 비상 부저를 곳곳에 설치하고, 부저가 울리면 경광등이 자동으로 번쩍이도록 했다. 또, 현관문에 다다라서 현관비상번호 입력 시 시간차를 이용해 외부인이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울 역할을 하는 ‘현관문 미러시트’를 부착해 뒤에 누가 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어두운 필로티 주차장에 숨어있는 사람을 인지할 수 있도록 주차장 테두리에는 반사띠를 붙였다.
특히 건물과 건물 사이 자투리 공간인 사적 영역에 이방인 출입을 차단하는 어둡고 칙칙했던 펜스들은 지역 학교, 학생, 학부모, 선생님, 포스코강판 자원봉사단 등 총 80여명의 자발적 참여로 눈에 띄는 노란색으로 도색해 주위의 주목성을 높였다. 이는 셉테드의 원리 중 ‘영역성 강화’로서 건물 사이 틈새 공간을 선명하게 나타나도록 해 범죄 의도를 가진 사람의 침입에 실질적이고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역할을 한다.
또, 싱글여성들이 많이 사는 만큼 여성이 자주 찾는 지역상권을 연결해 안전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모른 채 살아가던 싱글여성들의 커뮤니티 공간과 안전거점 역할을 동시에 할 ‘행운동 안심다락방(현 미루카페)’을 운영한다. 여성들이 즐겨 찾는 이 일대 네일샵, 헤어샵, 카페 등 3곳에 보드판 형식의 안심 담벼락을 설치, 경찰의 안전 관련 소식들을 공유하도록 했다. 행운동 안심다락방은 50여 명의 지역주민이 결성해 미루카페에 마련, SNS, 팟캐스트 소식알림, 공구나 책 대여, 세미나 개최 등 커뮤니티 활동을 펼친다. 또, 여성안심지킴이집도 마을 초입의 편의점에 있어, 도움이 필요한 경우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범죄예방 디자인 사례 2. 염리동 소금길 프로젝트
염리동 소금길 프로젝트는 좁고 미로처럼 복잡하여 사각지대가 형성되어 범죄 발생률이 높은 염리동 골목을 중심으로 CPTED의 원칙을 적용하여 디자인되었다. 설문을 통해 주민들이 조도의 격차가 심한 곳이나 골목길의 결절점이 많이 분포하여 사각지대가 많은 곳, 드문 인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곳에서 가장 범죄 두려움을 느낀다는 결과를 도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염리동 지역의 범죄 두려움 지도를 제작하였다. 범죄 두려움 지도를 기반으로 하나의 순환활동 코스를 조성하였고 이곳에 주민들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운동, 문화, 커뮤니티의 서비스 콘텐츠를 담았다. 소금길의 코스를 범죄 두려움 지도상에서 가장 두려움이 높게 나타나는 빨간 점을 연결하며 골목과 골목이 연결되는 지점들을 거치도록 디자인하였고 ‘소금길’이라는 명칭과 로고, 컬러와 캐릭터를 디자인하여 지역주민들이 인지할 수 있게 구체화 하였으며, 주민 간의 정서적 교류와 소통을 유도하는 골목 갤러리와 바닥 놀이터 등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하였다.
[염리동 소금길 변화 전(좌)·후(우) 모습 비교/자료=서울시]
소금길에서 운동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행동유도 메시지와 콘텐츠를 전문 헬스트레이너와 함께 만들어 나갔는데 지형, 지물을 이용하여 운동하는 방법과 칼로리 소모량 등을 계산해 길 안내 사인과 전문 운동트레이너와 함께 운동 콘텐츠를 골목에 집어넣었다. 이러한 정보들을 인지할 수 있게 콘텐츠 정보 사인시스템과 코스를 안내하는 전신주 번호 사인, 바닥 라인 등으로 지역 주민들이 올바른 동선으로 길을 걸을 수 있게 유도하였다.
또한 물리적 범죄 억제 요소인 비상벨, 안전펜스 등과 전신주 번호가 표시된 지역 지도는 관할 지구대에 전달하여 주민의 범죄신고 시 바로 위치를 파악 할 수 있도록 위치 정보 안내의 역할도 부여했다. 지역주민들의 안전지대 역할을 하는 소금길 지킴이집도 만들어졌는데 이곳에는 범죄 상황에 놓인 피해자가 쉽게 보호받을 수 있게 비상벨과 아이피 카메라가 설치되었고, 관할 경찰서의 협조로 안전교육도 이루어졌다.
[전봇대마다 설치된 번호 표시등, 지킴이집, 비상등/자료=서울시]
마지막으로 소금길의 운영과 관리 역할을 할 커뮤니티 활성화 요소인 소금나루가 기획되었는데, 소금나루의 역할은 지역주민을 위한 편의 서비스와 야간 초소의 안전지대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 이러한 진행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커뮤니티 활성화가 전제되어 소금길의 운영과 활성화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지역 커뮤니티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소금길을 중심으로 거주하는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 커뮤니티 아트 작업이 함께 이루어졌다.
범죄예방 디자인 적용으로 주민들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동네에 대한 애착이 높아지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에 범죄예방 디자인을 적용한 뒤 그 효과를 분석한 결과 자신이 범죄를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9.1% 줄어들었고, 이와 함께 동네에 대한 애착은 13.8% 증가했다. 특히 범죄 불안감을 느끼는 지역을 연결해 운동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꾼 ‘소금길’에 대해서는 주민 83.3%가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