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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퇴거 충돌, 서대문 옥바라지 골목의 앞날은

서울시 “충분한 협의 거칠 때까지 철거 중단” vs 조합 “월권 행위”

강현선 기자   |   등록일 : 2016-05-23 09: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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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전 옥바라지 골목 풍경/자료=서울시]

 

강제퇴거 충돌, 옥바라지 골목 어떤 곳이였나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일대는 굴곡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조선시대 중국 사신을 영접하던 장소인 영은문과 모화관이 있던 자리이자, 1897년 독립문이 세워진 곳이다. 사대외교의 상징이라 하여 철거된 영은문 자리엔 독립문이 세워졌으며, 모화관은 독립관으로 개축해 독립협회 회관으로 사용했었다. 하지만 1979년 고가도로 건설로 북서쪽으로 70여 미터 떨어진 현재의 자리인 독립공원 안으로 옮겨오게 되었으며, 남겨져 있던 영은문 기둥 초석도 함께 옮겨왔다. 사라진 독립관도 복원했다.

 

독립공원은 서울구치소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공원이다. 1908년 통감부(일제에 의해 강제적으로 체결된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하고 설치한 감독기관)가 경성감옥을 설치한 이후 서대문감옥으로,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일제 강점기 때 애국지사들이 옥고를 치른 악명 높았던 곳이다. 해방 후 경성형무소,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로 명칭이 바뀌며 격동의 현대사 속에 많은 시국사범이 수감되어 고초를 겪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곳이기도 하다. 1987년 서울 도심의 팽창에 따라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였으며,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이유로 철거 위기에 놓였으나 우여곡절 끝에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대부분 건물은 철거되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주로 수감되었던 일부 옥사와 사형장 등 11개 동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남겨져 있다.

 

서울시 종로구 무악동 46번지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마주 보고 있는 곳으로 일명 옥바라지 골목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수감자들의 가족이 머무르면서 옥바라지를 했다는 유래에서 나온 이름이다. 좁은 골목을 따라 한때 여인숙, 모텔, 여관이 42곳에 이르면서 ‘옥바라지 여관 골목’으로도 불렸다. 현재 재개발을 둘러싸고 철거와 골목 보존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악2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추진 과정에서부터 계속됐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과 건설사, 골목 보존을 요구하는 주민과 이들을 돕는 활동가들, 서울시청, 종로구청이 각각 입장이 엇갈린 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철거가 계속되면서 골목은 이제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됐다. 
  
재개발구역은 1만㎡에 불과하다. 롯데건설이 아파트 6개동에 195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독립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있는 문화재 구역이다 보니 고도제한에 걸려 아파트 층수도 가장 높은 곳이 16층이다. 골목에 재개발 바람이 분 것은 2000년 초반부터였다. 2004년 주민재개발조합이 설립되고 2006년 종로구청으로부터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지난해 6월 관리처분 인가까지 내려졌다. 지난해 7월부터 이주·철거를 시작해 오는 7월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총 195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오는 8월 일반 분양한 뒤 9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조합에 맞서 비상대책주민위원회도 구성됐다. 

 

‘옥바라지 골목’ 보존이냐 철거냐…논쟁 불씨 여전

 

재개발조합과 이를 허가한 종로구청은 옥바라지 골목이 이곳이라는 증거가 없는 데다 80% 이상 철거가 진행돼 재건축을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역사성 논란에서 1970년대 군부독재 시절 옥바라지는 여러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일제강점기에도 골목에 여관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종로구청이 옥바라지 골목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문제 삼고 있지만 이곳을 옥바라지 골목으로 내세웠던 것은 정작 종로구청이었다. 종로구는 ‘동네 골목길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무악동 ‘인왕산 바위가 전하는 이야기길’을 6코스로 선정했다. 여관골목에서 인왕산 국사당을 거쳐 무악공원에 이르는 길로 종로구청은 2011년 독립문역 3번출구 앞에 관광코스 표지판도 세웠다.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아낙들의 임시기거 100년 여관골목’이란 표지판은 건물 철거와 함께 사라진 상태이다.

 

일단 서울시는 2013년 발표한 ‘재개발·뉴타운 강제철거 예방대책’에 따라 주민과 합의 없는 강제철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주민 합의 없이는 재개발을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애국지사들의 옥바라지를 한 지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종로구에 개발을 인허가 했던 서울시가 철거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철거 및 개발 권한이 종로구에 있어 협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립에 철거를 맡은 효창건설 측은 지난 17일 아침 용역을 동원해 비대위 관계자들이 있던 구본장여관의 기습 철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철거용역과 반대하는 비대위측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을 방문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이 공사를 중단하겠다. 내가 손해배상 당해도 좋다”고 약속한 후 철거작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반면 재개발 인허가 절차가 끝난 상황에서 철거작업을 중단한 것은 조합원 재산권을 제한하는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승인을 내준 서울시가 철거작업 중단에 힘을 실어주면서 분쟁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조합 사무처장은 “해당 구역은 어디까지나 조합원의 사유재산이기도 하지만 명도소송에서 승소까지 한 데다 명도집행을 하기까지 사전협의체를 3번 진행했는데 시장이 뒤늦게 이를 막는 것은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초법적이고 위법적인 행위”라고 맞불을 놨다. 일부 조합원들은 철거 단계에 와서야 개발사업을 중단시킨 박 시장의 태도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합 측은 ‘옥바라지 골목’은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추정이자 방법론 중 하나일 뿐, 더 많은 보상금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옥바라지 골목의 보존을 요구하는 주민대책위/자료=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

 

지난 17일 강제철거 집행에 대해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는 종로구가 석면해체 및 철거과정에서 실제 거주자가 있는 골목인데도 안전장치 없이 중장비가 오가게 했으며, 분진을 막을 수 있는 가림막 설치가 부실했는데도 이에 대한 행정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극단적인 갈등으로 나타난 옥바라지 골목 문제는 책임기관인 종로구청의 무성의와 편파적 행정에 비롯된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특히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에 대한 강제철거가 집행된 지난 17일, 조합 및 시공사에서 동원한 사설용역에 의해 주민들이 끌려나오고 몰매를 맞는 상황에서도 종로구청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면서 주민들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감사 청구와 서울시장이 약속한 주민협의체 등에서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을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종로구청”이라며 “부디 종로구청이 같은 지역 주민을 이편 저편 구분하지 말고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길에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철거 않겠다”는 박시장…개발 중단 가능할까

 

박 시장의 철거 중단 선언이 갖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그의 행동에는 자본과 개발 논리에 짓눌린 약자에 대한 배려가 녹아 있기 때문이며, 대립과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절차적 과정의 중요성이 함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종로구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런 행정지침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법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선은 엇갈리지만, 몇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그동안 서울 곳곳의 재개발·철거 지역에서 수없이 많은 분쟁이 있었고, 거의 모든 경우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것으로 마무리 됐으며, ‘옥바라지 골목’ 말고도 분쟁은 어디에서든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쟁점은 문화유산 보존 및 세입자 생계유지와 조합원 재산권 보호 중 어느 부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느냐는 것이다. 둘 모두 이해관계자 재산 및 생존권과 관련된 사안이다. 해당 사업장의 경우 재개발 행정절차가 마무리된 현장이라는 점에서 법적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함께 살아가는 서울을 위해 좀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이 기로에서 선택할 도시정책이란 자본 중심의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하는 도시재생이어야 한다.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이 좋을지,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고 주거 환경을 정비하는 도시재생사업 방식이 좋을지, 해당 지역 주민들 스스로 삶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방식이 과연 무엇일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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