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부 밀집시가지 정비사업
오사카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로 시가지에 불법건축물이 난립하였으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도시관리 기능을 갖추지 못하였고 건축행위에 대한 합리적 조정기능이 없어 밀집시가지가 확산되었다. 이에 1980년대부터 ‘전국시가지재개발협회’라는 전문가그룹과 함께 밀집시가지 정비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개발하여 적용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밀집시가지에 적용되는 제도인 주택시가지종합정비사업을 오사카 지역특성에 맞는 수단으로 변용하여 적용해 오고 있다.
오사카부를 비롯하여 일본의 밀집시가지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제도적 수단인 주택시가지종합정비사업은 2004년에 책정된 ‘주택시가지종합정비사업제도요강’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1994년까지 시행되었던 밀집주택시가지정비촉진사업과 주택시가지정비종합지원사업이 통합된 것이며, 정비계획책정을 비롯한 공공시설정비, 주택개량정비와 관련한 다양한 공공재원 및 인적자원 보조가 병행되는 공공주도형 정비사업이다.
◆ 밀집시가지 정비추진 사례_스에히로미나미(末廣南) 지구
[스에히로미나미(末廣南) 지구 전경/자료=ww.city.kadoma.osaka.jp]
게이한(京阪)전철 후루카와바시(古川橋)역 남동쪽 약 400m에 위치한 스에히로미나미지구는 오사카 도심까지 전철을 이용하여 약 30분 정도로 교통이 편리한 위치에 입지하고 있다. 사업대상지 주변은 후루카와바시역 남측으로 특정토지구획정리사업, 역 북측은 연도구획정리형 가로사업에 의해 역 주변의 도시기반정비가 잘 이루어져 토지이용증진이 도모되고 있는 지역이다.
사업대상지는 단독주택과 문화주택, 나가야 주택이 병존하는 노후주거지로 권리관계도 가옥주와 차지권자, 차가권자, 토지소유자 등 복잡하여 토지구획정리사업만으로는 토지효율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기존 도로 등의 기반정비와 함께 토지이용의 증진과 양호한 가로경관 형성을 위해 토지의 정형화가 필요하였으나 주택시가지총합정비사업만으로는 토지의 정형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정비사업을 추진협의회에서 주택시가지총합정비사업과 구획정리방식이 양 제도를 병행하여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고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시케인 처리기법 도입으로 일방통행제를 운영하고, 계획적인가로수 식재를 통해 가로경관을 개선하였다.
[스에히로미나미(末廣南) 지구/자료=ww.city.kadoma.osaka.jp]
도시재생구획정리사업에 의해 토지의 분할과 합병 등 가구 정비 및 세제상 우선 혜택을 부여했고, 주택시가지정비총합지원사업에 의해 공동정비사업조합에 의한 기반시설정비 및 노후건축물 철거와 주택정비를 수행하였다. 스에히로미나미 공동정비사업조합이 사업주체가 되어 스에히로미나미 마을만들기 협정을 체결, 카도마시와 조합 간의 협력형 사업을 추진하였다.
공공시설 정비내용을 살펴보면, 구획정리에 의해 3개의 가구로 정비 후 건물계획이 가능하도록 도로, 공원을 배치하였다. 기존 어린이 공원에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의해 권리자가 부담한 3%의 공원을 추가하여 286㎡를 510.72㎡로 확대되었다. 또한 시도 2개 노선 확폭과 지구 남북을 종단하는 신설도로 3개 노선을 계획하여 구획정리사업으로 도로정비, 주택시가지종합정비사업으로 도로 포장을 실시했다.
◆오사카부 밀집시가지 정비사업의 시사점
소위 카도마방식으로 불리는 정비방식은 오사카에만 적용되는 수단으로 주택시가지종합정비사업을 중심으로 구획정리사업을 병행하여 기반시설정비와 주택정비를 동시에 추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정비과정에서 복잡한 권리관계에 따른 이해관계 조정과 협의과정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며, 이는 사업의 지연요인이 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으나 민관협력을 전제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점진적인 사업을 추진해 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사카 밀집시가지 정비사례의 시사점으로는 첫째,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전담 코디네이터 조직을 운영하면서 민관협력형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오사카부는 지속가능한 주거지재생을 위해 밀집시가지 정비대상이 많이 밀집해 있는 6개 시로부터 출자를 받아 도시정비사업을 전담하는 오사카부 도시정비추진센터를 설립하였다. 이 조직은 정비계획 수립을 비롯하여 민간사업에 대한 컨설팅, 기반시설정비사업에 대한 지원 등의 역할 수행하며, 협력원제도를 도입하여 주택정비를 원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전문가 파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둘째, 광역단위의 전략적인 정비계획수립에 의한 기반시설정비와 소단위 정비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주택정비만 시행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다르다. 주택시가지정비종합지원제도에 의한 정비계획은 정비사업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으며, 밀집시가지의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노후주거지에 대해 생활권단위의 광역적인 정비구역을 정하고 필요한 기반시설이나 공공용지 위치를 정하는 유연하고 가변적인 전략계획수준으로 수립되고 있다. 이에 정비계획은 행정과 전문가, 주민이 함께 협의하는 과정에서 계속 수정할 수 있으며,정비계획안을 수정하는 피드백과정을 통해 다양한 개별 정비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시도할 수 있는 유연성을 담보하고 있다.
셋째, 단일 사업지구에 2개 이상의 사업수법을 병행하는 종합적인 사업제도를 운영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도마 방식이다. 일본의 밀집시가지는 우리나라 단독주택 밀집지역과 마찬가지로 영세필지나 4m이상 접도하지 않는 필지가 많으며, 도로폭도 좁아 방재에 안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주택시가지종합정비사업만으로는 부족한 공공시설정비나 방재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정비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카도마시에서는 권리자의 사업부담은 줄이면서도 주택시가지종합정비사업제도의 최대 결점인 토지의 교환과 분·합필에 수반되는 번거롭고 방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작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재생구획정리사업을 병행함으로써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도모하였다. 2가지 이상의 제도적 수단을 하나의 사업단위에 적용한다는 것은 공공재원을 장소단위로 집중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권리관계자들을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유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넷째, 하나의 정비사업을 위해 다양한 공공지원 수단이 병행,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비과정에서 추진되는 주민조직의 구성과 정비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방공공단체와 국가가 지원하고 있으며, 주민 스스로 소단위 공동재건축을 시행하고자 할 때에는 1%대의 저리 건설자금융자와 토지교환분합에 의한 세제감면, 협력원제도에 의한 전문가 파견제도 지원, 설계비와 주택철거비 등 다양한 공공보조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주택정비방식에 따라 토지와 건물을 구분 소유하는 이중벽방식, 공동재건축에 의한 협조건축, 주택성능개선을 목적으로 우량임대주택건설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수단을 병행하여 적용함으로서 토지나 권리관계자들이 자신의 경제 부담 능력에 따라 적정한 정비수단을 선택하여 조합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다양성은 장소특성에 따라 소단위의 정비사업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근간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일체화된 가로경관형성을 위해 사례지구에서 수립된 정비계획은 우리나라의 정비계획과 달리, 평면적이고 개략적인 기반시설정비계획 방향만 반영되어 있고 중점정비지구나 거점개발구역 등이 제시되어 있다. 3차원적인 공간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적인 재건축의 진행은 난개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오사카의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별로 ‘경관디자인 룰 북’이나 마을만들기협정, 재건축조합협정 등을 통해 지구 전체의 경관형성을 위한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이외에 경관협정이나 건축협정을 통해 개별적 재건축에 따른 경관적 부조화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 지도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오사카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노후주거지는 하나의 수법과 제도만으로는 정비대상지구의 다양한 물리적, 사회·경제적 여건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추진과정이 요구된다. 소규모의 점진적인 정비사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지구에 여러 제도와 정비수단을 결합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시각에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필요하며, 단순한 주택정비가 아니라 마을만들기로서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력과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