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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도시공간을 치유하다 ④

국내 메모리얼 공간 사례

장희주 기자   |   등록일 : 2016-03-24 19: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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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간을 통해 과거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장소이다. 특정한 대상을 위한 공공공간을 만들어 다수의 방문자를 받아들이는 점에서는 미술관, 박물관 등과 유사한 전시공간으로서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메모리얼은 기본적으로 시간성을 깊이 받아들이고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별된다. 관람자 또한 이러한 시간성을 전제로 한 기억의 능동적 주체 및 대상이 된다는 점에 메모리얼 공간의 독특성이 있다.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내부/자료=한국관광공사]

 

◆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위안부 피해자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본래 주택이었던 기존 건물의 구조를 활용하였다. 담장과 마당, 2층 건물의 기본 구성에서 기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건물은 주택이라는 친근한 공간을 활용, 다양한 공간구성을 시도함으로써 위안부 피해자라는 특정 집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가지는 무게감을 덜어내었다.


이곳은 대지 안의 기존 건축물의 크지 않은 규모 안에서 입체적인 동선이 유도하는 공간의 시퀀스를 통해 극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주출입구는 담장을 따라 걷는 측면에 배치되어 있으며, 처음 마주하는 공간은 건물과 건물 뒤 옹벽 사이의 외부공간이다. 방문자는 이곳을 지나 지하의 전시공간으로 진입하게 되며, 지하 공간을 경험한 이후에는 2층으로 올라간 후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마당으로 나오게 된다. 평면과 수직 공간, 내외부 구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간요소를 최대한 활용하여 입체적인 동선을 만들었다. 각 공간마다 모두 다른 명암의 대비는 공간 시퀀스의 극적인 서술을 강화한다. 뒷길과 지하공간은 어둡고, 실내 계단실과 2중 외피로 된 2층의 반외부공간은 간접적으로 자연광을 받으며, 앞마당은 매우 밝다. 이들이 이어지는 동선은 어두운 공간에서 점차 밝은 공간으로의 여정을 구성해 치유의 길을 상징한다.

 

30년 전 지어진 기존 건물의 흔적은 계단실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기존 건물의 거친 조적표면이 피해자들의 말이 새겨진 새로운 돌들의 배경이 된다. 옛 벽돌과 외피의 검은 전벽돌이 재료의 통일감을 이루며 그 구축성이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기억의 축적을 보여준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공간을 통한 공감각적 경험으로 추모에서 치유로의 과정을 은유적으로 구현했다. 이로써 전쟁 관련 공간의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비극적 역사에 대한 공간의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열었다.

 

◆ 서대문 형무소= 장소적 역사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형무소 내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가혹한 고문 장면을 재현한 공간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과다한 연출로 인해 서대문형무소의 장소성이 훼손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사적 깊이와 대면하기보다 특수조명과 음향효과 속에서 밀납인형들의 잔혹극을 즐기듯 바라보는 심리를 경험하게 되는데, 역사는 그저 볼거리로 왜곡되고 축소될 뿐이다.

 

[서대문형무소 재현 시설물/자료=urban114]

 

◆ 대구시민 안전테마파크=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계기로 안전체험장에 관한 건립이 요구되어 지어진 종합안전체험장이다. 지하철안전, 생활안전, 심폐소생술 등 다양한 안전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다크 투어리즘 또는 역사교훈여행이라 불리는 관광산업은 새로운 문화적 소비현상을 이용해 끔찍한 재해가 있던 대구지하철 장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참여자로 하여금 역사적 사건과 비극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함으로 교훈을 얻게 하고 유사사건의 재발에 경계심을 갖도록 인식을 지니게 하는데 기여한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전경/자료=한국관광공사]

 

그러나 국내의 역사적 트라우마의 미적 재현이 과연 올바를 길인가. 역사적 객관성이 교육적 효과로 정당한 것인가. 극심한 고통의 경험이 가시적인 공간언어로서 재현되는 순간 정작 희생자들이 현장에서 겪었던, 과거에 있었던 절대적 공포감과 무력감이 증발될 수 있다. 문화적 소비와 관광대상이 아닌 트라우마의 기억을 대면하는 방식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전의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방식보다 이전의 것에서부터 추가되는 식의 발상의 확대가 공간이 가지는 회복의 난제들을 해결의 길이 모색되도록 기여하는데 일조하는 방향에 가까울 것이다. 극심한 고통의 역사가 문화적 소비와 결부되는 일에는 모순이 있지만, 비난할 수 없는 딜레마 또한 디자인의 몫이다. 진정한 기억의 대면과 애도의 환경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되어 주변 환경요소와 함께 의논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강한 시간성을 갖고 있는 메모리얼은 현대건축에서 점차 각광받고 있는 건축물 재생의 패러다임과 효과적으로 맞물린다. 기억의 공간이라는 기능적 속성과 건축물이 가진 시간의 물리적 축적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메모리얼 건축의 새로운 행보와 함께 건축물의 재해석을 통한 도시의 지속성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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