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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도시공간을 치유하다 ①

도시회복(Resilience)이란 무엇인가

장희주 기자   |   등록일 : 2016-03-24 19: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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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Resilient Cities의 우수도시로 선정된 컬럼비아의 메델린/자료=wikipedia.org]

 

최근 몇 년 새 세계적으로 도시 운영에 있어 ‘도시회복(urban resilience)’이라는 개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Resilience의 사전적 의미는 ‘복원력과 유사한 개념으로 질병이나 억압, 역경으로부터 순조롭게 회복하는 능력’이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의된 바는 없으나 이 도시회복은 21세기 도시경영의 화두라 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으로 보기도 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수단으로 보기도 한다. 도시회복의 정의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도시가 재난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역량’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의 발전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도시회복을 위한 여러 사업들이 세계적으로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UN 산하기관인 재해경감국제전략기구(UNISDR)은 도시회복을 ‘위험이 생겼을 때 저항과 적응을 통해 그 충격을 흡수하거나 견뎌내는 도시의 역량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회복하도록 도시의 기본적인 기능과 구조를 작동하게 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도시회복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미국의 록펠러재단은 도시회복을 ‘어떠한 고질적인 스트레스나 극심한 충격을 받더라도 도시 안의 개인, 지역공동체, 사회시스템, 기업이 생존하고 버텨내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의 세계적인 부동산 투자기업 그로버너(Grosvenor)는 ‘기후 변화, 인구 성장, 자원 고갈, 그리고 인식의 변환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생산, 인간 정주, 문화적 발전의 중심지로의 기능을 계속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도시회복이 최근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으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세계적인 기후변화, 세계화 및 인구의 고령화, 도시인구의 증가, 그리고 도시의 고령화 때문이라 볼 수 있다.

 

[2010년 홍수피해를 당한 파키스탄의 Punjab region/자료=unisdr.org]

 

◆ 세계적인 기후변화= 도시회복의 등장배경은 무엇보다 세계적인 기후변화(climate change)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사 이래 인류는 홍수, 지진, 산사태, 가뭄, 폭설 등의 자연재해를 겪어왔지만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재난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그 규모 또한 커져서 도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몇 년에 걸친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절반 이상의 도시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2012년 10월에 발생한 허리케인 샌디는 대서양 연안도시들을 강타하여 7개 국가에 걸쳐 286명이 사망했고, 미국에는 허리케인 중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인 680억 달러의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아시아의 최근 대규모 자연재해를 보면 태국 방콕은 지난 2011년 사상 최악의 홍수에 이어 2013년에도 홍수가 발생하여 도시의 경제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된 적이 있다. 중국은 2013년 쓰촨성에서 큰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2014년 8월에는 윈난성에서도 지진이 발생하여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났다. 일본의 경우는 2011년 대지진이 발생하여 2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생기는 등 동부 도시들에 치명적인 손해를 입혔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다행히 최근 대규모 재난을 겪은 적이 없으나, 외국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50대 대도시 중 자연재해 위험도가 3위로 홍수와 열대성 폭우가 발생할 경우 큰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자연 재해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도시회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 세계화와 인구 고령화= 세계화와 인구 고령화도 도시회복의 등장배경이다. 세계화란 생활의 단위가 국가가 아니라 지구촌으로 국가 간에 인력, 물자, 정보가 자유롭게 이동되는 상태를 말한다. 세계화는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위협요소가 되기도 한다. 경제적 기회를 찾아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자원 부족 및 환경오염 등 여러 가지 도시문제가 생기고 있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해외이동으로 인한 전염병의 확산도 도시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과거에 사스(SARS)와 신종 인플루엔자가 창궐한 적이 있는데, 2014년에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하여 세계적인 확산 조짐을 보인 바 있다.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 통신망의 발달로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지만, 컴퓨터 바이러스나 해킹 등으로 공공기관과 금융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다.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의학기술이 발전되면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인구의 고령화는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사회복지 비용의 증가와 같은 사회문제가 되면서 한편으로 도시안전의 취약요인이 되고 있다. 고령자의 특성상 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난 및 안전대책이 제대로 수립되어 있다는 일본에서도 2013년 여름에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4명의 노인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보다 앞선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는 장기간의 폭염으로 흑인노인들을 포함한 739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앞으로도 홍수나 지진, 화재 등 대규모 재난 발생 시에 노인들은 상황 파악이나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적지 않은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앞서 설명한 기후변화가 자연 재해와 연관이 있는 반면에 세계화와 인구 고령화를 포함해 이어서 언급하게 될 다른 등장배경들은 인적·사회적 재난과 관계가 있다.

 

◆ 도시인구의 증가= 도시회복의 세 번째 등장배경은 세계적인 도시인구의 증가라 할 수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택과 대중교통의 부족, 공해와 범죄의 발생, 빈민가 생성, 사회적 불공평 등 여러 도시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들로 인해 도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도시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UN의 세계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에 세계인구의 30%가 도시에 거주했으나 점차 증가하여 2014년 기준 전 세계인구의 54%가 도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도시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 2050년에는 세계인구의 66%(약 62억 명)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도시인구가 증가하게 되면 노동인구가 많아지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많아지면 주택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대중교통, 수도, 전기 등 사회기반시설도 부족해지는 단점도 생기게 된다. 그리고 환경도 오염되고, 각종 범죄도 늘어나며, 도심 빈민가도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은 단점은 도시가 생산, 인간 정주, 문화적 발전의 중심지로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되고 도시의 안전을 저해한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 인도 델리, 이집트 카이로 등과 같이 인구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들의 회복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도시가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 도시의 고령화= 도시회복의 또 다른 등장배경으로 도시의 고령화 현상을 들 수 있다. 도시가 만들어진 후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과정을 거치는데 도시의 각종 기반시설이 노후화되는 쇠퇴기를 거치면서 도시가 재난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역량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도시에는 수많은 건축물이 있고, 도로, 교량, 철로, 터널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있다. 또한 지하에는 상하수도관, 가스관, 통신선로 등의 시설이 묻혀 있고, 제방이나 둑이 도시를 보호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도시 기반시설들이 오래 되어 지진이나 폭우, 폭설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붕괴되거나 파손되는 경우가 있는데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특성상 대규모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뉴욕 맨해튼 가스관 폭발 사고 현장/자료=cnn.com) 


2014년 3월 뉴욕 맨해튼에서 가스관이 폭발하여 아파트 두 동이 무너지고 8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고현장 지하에 125년 전에 설치된 가스관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과 규제 부실로 건물 붕괴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최근 서울의 특정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싱크홀 현상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하의 오래된 상수도관이 파손되었거나 지하철 건설, 고층건축물 건립 등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도심개발로 인한 지하수의 고갈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이 도시가 오래 되어 도시기반 시설물이 노후화나 재난으로 파괴되면서 도시가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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