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신공항 조감도(상),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하) /자료=대구시, 부산시]
4월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가 오는 6월에 예정되면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후보지로 내세우며 영남 5개 시·도 간에 유치 경쟁이 첨예하다. 2011년에도 지역 간 대결 구도로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된 바 있어 이번 가열 구도가 입지 선정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왜 필요한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당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극심한 지역 경쟁 구도가 계속되자 2011년 3월 경제성 미흡을 이유로 백지화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4년 국토교통부의 항공수요조사에서 2023년 김해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면서 재추진되었다.
구분 |
2013년 |
2015년 |
2020년 |
2025년 |
2030년 |
증가율 (’15년~’30년) |
김해공항 |
967 |
1,093 |
1,487 |
1,816 |
2,162 |
4.70% |
대구공항 |
108 |
127 |
178 |
229 |
278 |
5.40% |
울산·포항·사천공항 |
83 |
86 |
94 |
100 |
103 |
1.20% |
[영남지역 장래 항공수요(단위: 만명)/자료=ADP, 한국교통연구원]
국토부가 진행한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김해공항에 1,678만 명의 수요가 몰려 활주로가 혼잡해지고 제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이 조사는 국토부가 2013년 8월부터 파리공항공단(ADP, Aeroports De Paris)과 한국교통연구원을 통해 진행한 것으로, 연구기관들은 국제선과 국내선을 각각 맡아 용역을 수행했다. 조사는 김해공항, 대구공항, 울산·포항·사천공항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영남권 최대 공항인 김해공항은 2015년 이후 항공수요가 연평균 4.7% 증가해 2025년 1,816만 명, 2030년에는 2,16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대구공항은 2015년 127만 명을 시작으로 연간 5.4% 성장을 거듭해 2030년에는 27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울산·포항·사천공항 등은 1.2% 성장에 그쳐 2030년 103만 명으로 예상됐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 다시 불붙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진행해왔다. 국토부는 지난달 12일 서울 청파로 코레일 서울지역본부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현재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를 선정하고 있으며 6월 최종 입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용역수행기관인 교통연구원과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은 영남권 5개 지자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지자체 의견수렴 결과와 입지 검토과정, 향후 일정 등에 대해 설명했다.
용역기관은 우선 기초자료 조사로 영남지역의 인구·경제·교통여건과 전망을 조사하고 영남권에 있는 김해·대구·울산·포항·사천공항의 시설여건과 장래수요를 분석했다. 이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공항 입지평가 국제기준과 국내외 공항의 입지평가 사례를 검토했다. 그 결과 평가항목(국제기준 활용)과 평가과정(후보지 압축 및 최적대안 평가)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용역기관은 설명했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은 ▲잠재적 후보지 선정 ▲패스/페일(PASS/FAIL) 방식을 통한 후보지 압축 ▲후보군 내 평가를 통한 후보지 압축 ▲평가방법 결정 ▲입지평가 및 최적대안 결정 등 총 5단계로 진행된다. 입지는 공항운영(기상·관제·장애물 등), 후보지 여건(시장성·확장성·접근성 등), 사회·환경(소음·지역경제효과·환경성 등), 비용, 사업추진 용이성 등을 고려해 평가된다. 이날 용역기관은 그동안 진행한 영남권 기존공항 수요조사 결과와 국내외 공항 입지 선정방법에 대한 방법론을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후보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자체 의견을 수렴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은 영남 내 접근성이 우수한 밀양에 활주로 2본의 국제선 통합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부산은 안전성과 24시간 운영 가능성이 확보된 가덕도에 활주로 1본의 국제선 신공항을 건설해 김해공항과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간 견해차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립적 입장이었던 울산이 대구·경북에 이어 밀양을 지지하고, 애초 밀양을 지지했던 경남은 정부 용역 결과를 수용하기로 한 5개 지자체 합의를 따라야 한다는 쪽으로 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훈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국토부는 5개 지자체 합의대로 용역을 외부전문기관에 일임했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토가 이뤄지도록 엄정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토부가 신중하고 정확하게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은 신공항 입지 선정에 대한 5개 지자체의 관심이 과열현상을 빚고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신공항 공약, 꼼수 아닌 진정성 있어야…
신공항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으면서부터이다. 이명박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워 추진하다 가덕도와 밀양 모두 공항으로서의 입지가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 지역민들의 분노를 샀다.
4·13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선거 공약으로 다시금 떠올랐다.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을 오는 6월 말 발표할 예정으로 한창 추진 일정이 진행 중이고, 외부전문기관에 신공항 입지 결정권을 위임한 상태여서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4·13 총선이 끝난 뒤에야 최종 용역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는 것은 지역 간 분란을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이기주의만 고집하면 신공항은 또다시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영남권 신공항은 국토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역이기주의를 벗고, 정치권에서는 선거 공약을 떠나 공정한 입지 선정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