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삼성의 팝업 스토어/자료=urban114]
도시 공간 재활성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해당 공간의 장소 가치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공간의 시간과 장소, 사건의 연속적 흐름을 위한, 장소 가치를 되살리는 공간 재활성화가 필요할 것이다. 팝업 스페이스는 공간적인 측면에서 일시적인 구조와 이동성을 갖는다. 이러한 이동적인 구조는 내, 외부의 경계를 소멸시키는 경우가 많으며 비중심적 공간을 강조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콘텐츠 수용을 위해서 고정되지 않는, 열린 콘텐츠 중심 공간을 지향하게 된다. 한편, 팝업 스페이스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인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시간 제약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운영 프로그램 중심의 공간 구성은 시공간 사용자를 배려하도록 디자인 되어야만 하며,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 각 요소의 공간과 관련된 집기의 설치 및 해체를 용이하도록 디자인해야만 한다.
이러한 팝업 스페이스는 새로운 공간 사용 문화 양식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동적인 공간 구성은 콘텐츠의 변화와 해당 공간 안에서의 다양한 이벤트를 중시한다. 모듈화 되고 재활용성에 근거한 디자인은 친환경적 가치를 지닌다. 팝업 스페이스는 공간적·시각적·가치적 측면을 배경으로 복합 문화성을 띄게 되는데, 시공간의 제약은 원래 용도와 다른 한시적 용도와의 결합으로 다중 공간 모델을 제시한다. 때문에 자연스레 사이공간 중심 운영으로 전개되며 이를 통한 다양한 시공간의 중첩, 다양한 이벤트의 공존이 이루어지게 된다. 계속적인 흐름을 유발하는 다중적인 공간 구성은 공간 사용자에게 복합 문화성을 제공하며, 원래 공간의 장소성과 콘텐츠 중심의 시각화가 중첩을 이루며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구별짓기’에서 공간 개념인 ‘장(champ)’ 개념 속에서의 계급적 취향의 형성과 구별짓기를 통한 문화적 우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자본’이 부각되면서 거주의 취향은 들뢰즈의 ‘노마디즘’에서 언급된 탈영토적인 성격이 부가되었다. 한편, 사회학자인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새로운 공간의 변화를 실재하는 ‘장소’에서 네트워크상의 ‘흐름’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현대의 공간 개념은 한 장소에 정주하고 안착하는데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쌍방향으로 관계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생성과 재생을 반복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유비쿼터스, 사물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이 문화의 다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싱글족, 노마드족 등 새로운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미 우리 주변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점점 더 광범위한 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문화적 흐름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대 사회는 모든 가치가 상대화되고 다원화 됨으로 인해 어떠한 단일의 가치도 지배적이거나 우월한 것이 되지 못하고 모든 가치들이 단편화 되어, 이러한 각 단편들이 동질적 혹은 이질적으로 조합되는 그야말로 혼성(hybrid)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혼성은 극단적 혹은 이질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오던 것들을 화해시키고 이미 완성된 형태로서 발전의 포화와 정지 상태에 있는 것들을 혼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가능성의 전제가 함축되어 있다. 이러한 혼성, 즉 복합 문화적 특성은 현대 도시의 전반적인 문화 양상을 대표할 뿐 아니라, 향후 도시 재활성화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재활성화의 복합 문화적 특성을 3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첫째는, 혼성의 시대적 특징인 ‘상호 작용성(Interactivity)’이다. 도시는 이미 디지털 미디어 사회로 접어들었으며, 각종 디지털 기기들을 통한 네트워크 융복합 공간으로 구축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 도시는 쌍방향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대표된다.
쌍방향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수용자가 발신자가 되고, 감시자가 감시 당하는 자가 되는 ‘투명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두 번째 복합문화적 특성은 ‘다원성(Pluralism)’이다. 쌍방향적인 소통은 개별 수용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도시의 다양성을 구축하였다.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과 상이한 생활양식의 공존은 도시의 다원성을 구체화 시켜준다. 셋째는 ‘합성의 사회(Synthesis)’이다. 전통 도시 공간이 순차적인 구조를 통한 논리 전달이라면 현대의 디지털 도시는 순차적 전개 방식을 탈피하여, 리좀적 사고를 통한 다양한 융복합 논리 전달 양식을 만들어냈다. 하나의 생각의 씨앗은 다른 분야의 여러 가지 생산 문화와 맞물려 융합되고 재생산된다.
[잉글랜드 사우스햄튼에 위치한 팝업 우드 시어터/자료=urban114]
도시는 이제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는 문화적 유기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도시의 존재와 도시민의 삶이 복잡성을 형성하며 다양하게 서로 관계 맺음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현대 도시의 재생을 위한 가장 주요한 요소는 다양성에 대한 수용이라고 생각한다. ‘상호 작용성’의 팝업 공간적 특징을 살펴보면, 공간 사용자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지속과 콘텐츠 중심의 흐름 공간으로 표현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는 공간과 프로그램의 일시성으로 대표되며, 서로의 관계 구조 속에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한편, ‘다원성’의 팝업 공간적 특징을 살펴보면, 다양한 기능을 위한 다중심 구조의 공간으로 구현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도입을 위해 콘텐츠를 결정하지 않고 추후 수용이 가능하도록 구조화 한 것이 차이점이며, 이를 보편적으로 설치하기 위해, 집기 유닛의 모듈화를 지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합성의 사회’의 팝업 개념의 공간적 특징을 살펴보면, 장소 중심의 운영과 시간 중심 콘텐츠의 운영이 중첩되는 양상을 보이며, 다양한 콘텐츠 수용과 유동적인 흐름을 위해 사이공간을 중요시 하게 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러한 공간 사용은 다양한 공간 사용자의 여러 콘텐츠 이용으로 인해 공간성이 융복합 되며, 사용성이 재생산되는 공간적 특징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