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건국대 근처 택시 차고지 부지에 세워진 커먼그라운드/자료=urban114]
인간은 다양한 문화적·생태적 변화를 맞이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정보통신 및 운송 수단의 발달로 인하여 지구촌이라는 말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표현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사는 시대를 맞이하였다. 도시화는 경제 성장의 필수 요소로서, 신흥국의 도시 인구 증가에 힘입어 2030년경에는 세계 인구의 60%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도시는 무한히 성장하고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화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나면 각종 문제로 인하여, 쇠퇴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도시화, 교외화, 반도시화의 단계를 거치며 도시를 관리하고 가꾸어야 할 시점이 도래하게 된다. 도시가 삶의 터전으로서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쇠퇴한 도시를 되살리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도시의 발전 단계/자료=urban114]
도시재생은 대도시 지역의 무분별한 외부 확산을 억제하고 도심부 쇠퇴현상을 방지함으로써 도심 지역에서의 인구 및 산업의 회귀를 촉진하고 재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서 등장한 개념이다. 이러한 도시재생은 물리적 정비사업과 함께 적절한 프로그램 주입을 통해 도시를 부흥시키겠다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도시 재생은 기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말하며 도시 재개발, 도시 재활성화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도시재생의 유사 개념으로는 ‘지속가능한 개발’, ‘뉴어바니즘(New Urbanism)’, ‘스마트성장(Smart Growth)’을 들 수 있겠다. 21세기 들어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지속가능한 개발’은 토지이용, 사회통합, 환경, 에너지 이용, 교통 통신 체계, 역사적 문화적 유산의 보존과 복원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개발을 의미한다. 1987년 세계 환경개발 위원회(World Commission for Environment and Development : WCED)가 발간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제하의 문서 ‘브룬트란트 보고서’에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미래의 세대가 그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해치지 않고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 보고서는 환경과 개발 문제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장기적이고 범지구적인 의제로 공식화 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뉴어바니즘’은 신자유주의적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경쟁적이고 혁신적인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신경제주의는 후기 산업사회의 경제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경제적으로 쇠퇴된 도시를 지식주도형 경제구조로 전환함으로써 도시의 활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스마트성장’은 미국에서 교외화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도시 주변지역의 저밀도 주택용지화, 도심의 쇠퇴화, 환경파괴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고,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갈등이 파생되자 이러한 종합적인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기된 도시 성장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도시계획협회(APA)에서는 개성 있는 커뮤니티 장소, 재정부담을 통한 교육, 고용과 주거 선택의 범위 확대, 장기적이고 지역 차원의 지속가능성 고려, 공중보건과 건전한 커뮤니티의 촉진을 위해 커뮤니티를 지도·설계·개발·재활용·건설하는 종합 계획의 활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난 30년간 고도성장과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의 진행으로 인하여 주변 도시환경이 급변하였으며, 그 과정 속에서 개발과 재개발의 역동적인 힘에 의해 근대사의 물리적인 흔적들이 거의 지워졌다. 신도시나 신개발 위주의 도시정책으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도시 공간과 건축물들이 사라지고 모두 똑같은 개성 없는 도시로 퇴락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다양한 선진 사례를 검토하여 도시 쇠퇴를 방지하고 공간을 재활성화 시켜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근대 이후로 도시의 재생은 다양한 방법론적인 변화과정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2000년에 Peter Roberts는 ‘Urban Regeneration’에서 1950년대 이후의 도시재생의 진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1950년대에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재건축(Reconstruction) 중심의 개발이 진행되었고, 1960년대에는 주거 개선 등 선택적 지역 개선의 의미인 지역 활성화(Revitalization), 1970년에는 낙후된 도시지역의 재개발(Renewal), 1980년대에는 공공재 중심 재개발(Redevelopment), 1990년대에는 전략 관점의 도시재생(Regeneration), 2000년대 이후에는 커뮤니티의 도시재생(Rehabilitation)의 과정을 거쳐 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재생의 시대 흐름 변화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의 강화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공간 사용자의 커뮤니티 역할 확장이다. 이러한 도시재생의 흐름 속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장소의 역사성과 흔적을 보존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장소성은 해당 공간 사용자의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에 기여하며, 이러한 공간 흔적은 지속적인 공간 사용에 있어서의 기호 성향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도시 재생의 발전 방향과도 일치하며, 공간 ‘재활성화(Revitalization)’는 도시의 역사성, 장소성을 보존하는 진정성(Authenticity)중심의 지속가능한 공간 디자인 요소로서 1960년대의 지나간 개념이 아니라 재조명 받아서 재해석되어야 하는 미래 가치일 것이다.
구분 | 내용 |
복합용도 (Mixed use) | 도시의 다양성과 복합용도와의 관계를 설명(부차적인 다양성이 안정된 지구력과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려면 ‘모든 시간대에 사람들을 있게 하는’ 혼합된 주요 용도라는 기본적인 토대를 갖고 있어야 함) |
미세 블록 (Small blocks) | 블록이 짧아서 모퉁이를 돌 기회가 많아야 함(미세블록으로 이루어지는 촘촘한 가로는 경로선택의 다양성과 함께 많은 교차점을 만드는데, 이는 도시민의 교차 이용을 유발하여 상호적 교류를 촉진시키는 공공공간으로 작용함) |
오래된 건물 (Age buildings) | 낮은 임대료로 거주공간 혹은 업무공간을 제공(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의 필요성/시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가치, 안정성을 위한 필수 조건) |
고밀도 (Concentration) | 과밀(Overcrowding)이 아닌 고밀의 개념(High density), 다양성을 수반한 집중의 개념(다양한 주거 유형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고밀도를 주장함) |
[도시근린 형성의 4가지 조건/자료=urban114]
한편, 제인 제이콥스는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 Cities(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통해 다양한 도시민들의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 공간은 가로, 건축물, 공원 등의 ‘물리적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다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복합용도, 미세블록, 오래된 건축물, 고밀도의 4가지 조건들을 제시하였다. 제인 제이콥스에 따르면 이 네 가지 조건들은 개별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결합하고 상호 작용하면서 도시의 사회적·기능적 다양성을 추구하여 도시의 풍부한 일상생활을 보조하고 활기찬 도시를 조성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또한, 이 조건들의 결합은 활기차고 흥미로운 가로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도시를 감시하는 눈(Eyes on the street)’으로 기능하여 도시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힘이 된다고 한다. 도시는 시간의 흐름 가치를 간직하는 추억의 용기이다. 이의 역사성·장소성의 보존은 해당 공간 사용자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유지시켜주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에 대응하며 시민 계층의 확장과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한 ‘복합용도’의 개념, 거주민의 커뮤니티 향상과 다채로운 이벤트를 생성시키는 ‘미세블록’의 개념, 해당 지역의 역사와 시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가치를 존중하는 ‘오래된 건물’의 개념, 사회 경제 문화의 양적 활성화를 위한 ‘고밀도’의 개념은 모두 공간 재활성화를 위한 도시 근린 형성의 조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