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시장 하이라인 방문/ 자료=서울시]
지난 2014년 9월 24일 미국을 순방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욕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 현장 시찰 및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역 고가를 ‘사람’ 중심의 녹색 시민 보행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1월 29일 서울역 고가와 서울역 인근을 통합 재생해 지역경제를 부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7017은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에 재생되는 고가, 17개의 보행로, 17m 높이의 고가라는 뜻을 담았다. 서울시는 노후 되어 수명을 다한 서울역 고가 총 938m를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생하고, 서울역광장·북부역세권 등으로 통하는 17개의 보행로로 연결한다.
1970년 첫 구간이 개방된 이후 44년 동안 이용되어 온 서울역 고가도로는 세월이 흐르면서 노후화 됐고, 서울시는 1998년 9월부터 13톤이상의 화물트럭 운행을 제한했으며 2006년과 2012년에는 정밀안전진단 최하등급인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듬해 1월에는 콘크리트 바닥판이 떨어지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근대 서울의 얼굴을 담고 있는 역사유산이자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상징하는 추억의 공간인 서울역 고가는 지난해 12월 13일을 기준으로 폐쇄됐다.
시는 서울역 고가를 산업화 시대 유산으로서의 역사적 가치, 통일 후 유라시아 철도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는 미래 가치를 고려해 전면 철거하기보다는 쉬고 거닐 수 있는 공간으로 재생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생계획의 큰 구상은 서울역고가와 하루 39만 명, 75개 버스 노선이 오가는 서울의 관문이자 국제적 관문인 서울역을 중심으로 낙후된 서부역 주변과 4대문 안 도심을 연계하고 아우르는 것이다.
시는 이러한 청사진의 통합재생을 통해 고립된 서울역을 사람이 거닐고 모이고 머무는 가운데 유동인구가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소통의 가교’로 부활시키고, 단절됐던 동서의 지역, 통행, 문화를 연결·통합함으로써 쇠퇴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성화 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17개 보행로가 신설되면 외국인 관광객 선호지역인 명동, 남산 등과 서울역 주변이 역사문화·쇼핑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도보관광시대가 열리며, 시는 서울역 일대를 앞으로 명동과 함께 꼭 들러야 하는 서울의 명소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이와 같은 고가도로·공중가로·육교나 지하도 같은 입체시설은 과거 입체도시에 매혹되었던 전 세계 도시정책의 폐기이자 사람 중심의 21세기적 도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에 부합하는 걷는 도시, 보행 중심이라는 큰 틀의 이해 안에서 도시구조 재편성과 도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의 하나로 폐고가 공원화사업이 등장했고, 이는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 뉴욕의 하이라인, 서울의 7017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자료=http://www.thehighline.org/]
◆ 파리의 공중 산책로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 파리 12지구에 위치한 푸른 나무와 식물들로 조성된 산책길이라는 의미의 프롬나드 플랑테는 고가 철로를 활용해 공원을 조성한 첫 사례다. 1859년부터 1969년까지 바스티유역에서 파리 동남쪽을 연결하던 철도가 있던 자리로 운행이 중단된 후 방치되어있다가 1982년 프랑스 정부가 바스티유 광장에 새로운 오페라 건물(Opera Bastille)을 건립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립 오페라 극장의 형성에 수반된 주변 환경 정비의 일환으로 공사를 시작하여 1993년에 완공됐다. 이곳은 영화 비포 선셋(Before Sunset)에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휴식 공간을 넘어 파리를 찾는 사람들이 한 번씩 꼭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총 길이 4.5㎞, 총 연면적 6만 5천㎡의 이 공중공원은 하루 평균 약 2,500명, 주말에는 약6,500명이 방문하고 있다. 고가철교 상부는 산책로 및 정원으로 하부인 도메닐로(Avenue Daumesnil) 9~129번지에 이르는 구간에는 예술가들과 수공업 장인들의 작업장과 소규모 가구공방, 금속 및 섬유공방, 악기제조, 핸드메이드 소품가게 등을 입주시켜 예술가들과 수공업자들의 작업공간으로 활용되는 입체적 공간화를 꾀했다. 최근에는 개성적인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이 생겨나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프롬나드 플랑테가 조성된 이후, 이 개념을 도입한 유사한 공원들이 곳곳에 조성되고 있는데, 맨해튼 첼시 지역의 오래된 고가교가가 하이라인(High Line)으로 재탄생 되었으며, 시카고의 블루스 밍데일 철로와 필라델피아 칼로힐의 폐선부지에서 계획들이 진행되고 있다.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 지도/자료=http://europeantrips.org/]
본격적인 서울역 7017프로젝트에 앞서 프롬나드 플랑테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공간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옛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계획을 마련함으로써 공간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기존의 특징들과 새로운 특징들 간의 연결성을 중시하고 있다. 그 결과 장소가 가지고 있었던 아이덴티티와 그 장소가 갖게 될 기능을 잘 융합하여 새로운 장소성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개발목적들이 공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 커뮤니티의 구심점에서 기능할 수 있는 공간 조성사업들이며, 특히 여가·문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과 만족도를 증진시킬수 있는 재생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의 경우 다양한 문화시설과 연구시설, 산업시설을 함께 조성함으로써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고용창출과 인구유입으로 이어져 지역간 경제적, 사회적,문화적 측면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시설들을 공공의 이익에 목적을 두고 정부주도로 개발하기 때문에 공간의 용도나 개발이익과 같은 개발에 따른 갈등이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