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 전경/자료=춘천시]
미군은 6·25 전쟁 이후 분단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에 주둔하여 남북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한 한국전쟁 복구와 산업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경제 성장을 위하여 이바지한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오늘, 그동안 국제 정세와 역학 구도의 변화에 따라 그 역할과 기능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미군기지의 이전이라 할 수 있다. 전방인 경기 북부지역에 주둔하던 미군기지 일부가 후방인 경기 남부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미군기지가 이전하면서 공여지가 반환되는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지역 개발의 기대감을 안게 됐고, 반대로 미군기지의 새로운 요충지로 부상한 평택 주민들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정부는 2006년 한미간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용산기지 재배치계획(YRP)에 따라 전국에 산재한 주한 미군기지를 평택 등 5곳으로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미군 주둔으로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미군공여지특별법)」을 제정했다.
미군공여지란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군에게 기지·시설·군사훈련 등에 필요한 토지를 한국정부가 공여해 미군이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토지를 일컫는다. 미군공여지에 대해 미군공여지특벌법은 ‘공여구역’이라고 정의하며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2조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이 미합중국에 주한미군의 사용을 위해 제공한 시설 및 구역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군의 공식적인 대한민국 영토 내 주둔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1953년부터이며, 미군 주둔에 따른 시설과 구역의 제공·관리 등의 규정은 이로부터 13년 후인 1966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체결되고서야 이뤄졌고 이전에는 미군 점유 토지의 관리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다. SOFA는 1966년 미군이 국내에 주둔하는 군사시설과 구역의 제공·관리를 규정하기 위해 등장했다. 하지만 미군에 제공되는 토지를 수용하는 절차나 계속 사용을 인정하는 절차 등이 명확하지 않아 원 토지소유주와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 미군공여지 유형= 미군공여지는 법적인 사용권을 기준으로 전용공여지와 지역권공여지, 임시공여지 등 크게 3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전용공여지는 미군이 배타적인 사용권을 소유한 토지로서 미군기지 혹은 훈련장이 여기에 속한다. 지역권공여지는 원래 토지사용 용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미군이 사용권을 행사하는 토지를 말한다. 사격훈련장 안전지대나 미군송유관, 수도관, 전선 등의 보호 용도로 이용된다. 임시공여지는 군사훈련 등의 목적을 위해 미군에게 사용권을 주는 토지다. 공여지는 부여된 공여 목적을 벗어난 용도로 사용하고자 할 때는 SOFA에 따라 한·미 양국이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 공여지가 무조건적인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배타적 사용권은 어디까지나 공여를 근거로 한 사용을 인정하는 것이지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구분 |
개념 |
비고 |
전용공여지 |
미군이 점유한 토지로 배타적 사용권 인정 |
기지, 훈련장, 기타 시설 등 |
지역권공여지 |
주한미군 시설·안전보호 목적으로 본래 토지용도 범위 내 사용권만 부여 |
시설 보호를 위한 토지 |
임시공여지 |
군사훈련 등 일정기간만 사용 승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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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공여지는 입지하고 있는 지역 생활권에 따라 지역생활권 공여지와 자연권 공여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지역생활권 공여지는 지역생활권에 근접하고 있는 공여지를 말하며, 생활권과 떨어진 공여지를 자연권 공여지라고 한다. 자연권 공여지는 주로 훈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역생활권 공여지는 다시 근주거지역 5공여지와 도심권 공여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근주거지역 공여지는 주거지역, 도심권 공여지는 도심과 인접한 공여지를 의미한다. 자연권 공여지 또한 자연과 산림지역에 따라 근자연 훈련장과 산림지역 공여지로 분류된다.
◆ 미군공여지특별법의 주요 내용과 관련 현황= 미군공여지특별법은 공여구역 해당 지역에 대한 생활·소득 기반시설의 확충 지원과 규제 완화, 지방자치단체 재정 부담 경감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 방안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밖에 공여지 반환 주변지역에서 외국인 투자지역의 지정·개발, 학교의 이전 특례에 따른 사항 등을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방위를 위하여 대한민국의 영역에서 미합중국 군대에 공여되거나 공여되었던 구역으로 인해 낙후된 주변지역의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반환공여지는 총 공여구역 242㎢의 74%인 180㎢에 이른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이 2002년 합의한 ‘연합토지관리계획을 위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협정(LPP)’에 의해 연차적으로 반환되고 있다. 반환공여구역은 미군공여지특별법에 따라 국방부장관이 반환일로부터 1년 이내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 반환공여구역을 양도하거나 매각할 때에는 지상설치물·지하매설물·위험물, 토양오염 등을 제거하고 해당 지자체장이 공공사업에 편입된 공여구역의 반환·이전 등을 요청할 때 우선적으로 미합중국과 협살해야 한다.
미군공여지특별법은 지자체의 매입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반환공여구역이 반환될 경우 하천으로 편입되어야 하는 토지의 담당 지자체가 도로·공원으로 조성할 때 매입 비용의 60~80%를 보조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 또는 지방공사가 직접 사업을 시행할 경우, 피징발자·피수용자가 조합을 구성하여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주한미군 이전으로 생계대책 대상자와 이주대책 대상자를 위하여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등은 5년 이상 20년 이하 기간 내에서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가 반환공여구역을 매입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대신 지급하고 있지만 대부분 재정 사정이 어려워 매입 재원 마련이 난제로 남아 있다.
전국에서 미군공여지특별법에 의해 추진되는 사업(100억 원 이상)은 2011년 기준으로 총 22개 지자체, 168개의 사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추진기간은 정부의 종합계획이 확정된 2009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며, 소요되는 사업비는 약 8조 9,372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비는 약 2조 1,145억 원(23.7%), 지방비 약 2조 6,405억 원(29.5%)을 차지한다. 나머지 약 4조 1,822억 원(46.8%)은 민간자본 투자가 계획된 지역은 의정부, 파주, 동두천, 하남시 등 4개 지자체에 불과하다.
구분
| 공여구역 | 반환공여구역 | ||
개소 | 면적 | 개소 | 면적 | |
전국 | 93 | 241㎢ | 54 | 180㎢ |
경기도 | 51 | 211㎢ | 34 | 173㎢ |
북부 | 38 | 168㎢ | 29 | 145 |
남부 | 13 | 43㎢ | 5 | 28 |
[경기도 주한미군 공여구역 현황/자료=경기도 대책지역과(2011)]
미군기지에 제공된 공여지는 경기도가 전국의 87.1%를 차지하고 있고, 지역에 반환되는 공여지 또한 95%로 가장 많다. 경기 북부지역은 경기도에서도 접견지역이라는 특수성을 안고 반세기 이상 지역발전 정체와 생활불편, 개발규제 등 각종 고충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경기도는 생활권이 경기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고, 지역발전 측면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지역 격차는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아픔과 접경지라는 지리적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전체 행정구역의 절반이 넘는 51%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기 북부지역은 수도권 규제와 더불어 군사시설보호법상 규제도 중첩적으로 받고 있어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지역적 상황을 수용해 특정지역 지원 성격의 미군공여지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지역의 재정여건과 경제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지역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북부지역 미군공여지 해당 지자체들은 이러한 특별법의 한계에 부딪치며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어 주민들의 기대감이 좌절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한미군 최대 주둔지인 경기 북부지역은 미군공여지특별법의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지원방식에 반발하며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개정 요구는 특별법이 특별법으로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법은 수도권 규제와 군사시설보호 규제 등 중첩 규제라는 지역발전의 저해요인에 미군부대 주둔까지 겹쳐 장기간 발전이 더딘 지역 현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미군공여지를 둔 경기도 지자체 대부분 평균 이하의 극심한 재정난으로 미군부대가 이전한 반환공여지를 비용을 들여 재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군공여지특별법 개정은 공여지 해당지역 주민들의 기대와 주요관심사로 다가온다. 개정을 통해 특별법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주민복리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익을 주는 실질적인 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