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가 시작된 지 70여 년의 짧은 시간을 가지고 지나치게 빠른 도시화 과정을 겪으며 형성된 우리나라는 몇몇 도시들을 제외한 신생 도시들은 특별하거나 다양한 역사·문화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아직 미개발된 경우가 많다. 도시 브랜딩에 성공한 도시들을 통해 성공한 도시가 가지는 요소들과 우리나라 도시가 가지는 요소들의 차이를 파악하여, 우리나라도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은 제임스 조이스와 조지 버나드쇼 등 문학이 도시의 정체성을 새롭게 살려낸 사례이다. 1991년 유럽의 문화도시로 지정되었고 문학의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문화시설, 교육 등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대문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와 함께 하는 블룸스데이 축제는 더블린을 세계적인 문학의 도시로 탈바꿈시켜놓았다. 더블린시에는 20세기 영문학의 새 장을 연 작품으로 손꼽히는 제임스 조이스와 관련된 기념물이 많다. 제임스 조이스 동상을 비롯해서 제임스 조이스 다리, 제임스 조이스 센터 등이 그것이다. ‘조이스 산업(Joyce Industry)’라는 신조어도 생겨날 만큼 아일랜드 더블린시에는 조이스와 관련한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되어 있고, 더블린시에 있는 제임스 조이스 센터는 조이스 문학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제임스 조이스 관련 관광지 일대/자료=제임스 조이스 센터(http://www.jamesjoyce.ie/)]
한편 더블린시는 더블린을 지식도시로 만들어 지식산업을 주도하는 젊은이들이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대로 중의 하나인 더블린시의 오코넬 거리는 모든 역사적 사건들의 현장이 되어 시민들로부터 천대를 받았다. 1990년대에 더블린 시민들은 오코넬 거리의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가고, 공모를 통해 2003년 ‘스파이어(Spire of Dublin)’를 건설하게 된다. 120m 높이의 바늘과 같은 모양의 이 첨탑은 아일랜드인이 식민 지배국이었던 영국인의 국민소득을 추월한 시점의 ‘아일랜드 경제성장’의 상징물로 인식되기도 하여 더블린 시민들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이 ‘스파이어’ 외에도 제임스 조이스 센터, U2월, 오리엔탈 카페, 기네스맥주, 오코넬 거리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원스(Once) 등 많은 상징물이 더블린을 알리고, 사람들을 더블린으로 불러들인다. 많은 관광객이 느끼는 더블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론리플래닛>이 뽑은 ‘외국인에게 가장 친절한 국민’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싱가포르=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싱가포르는 기술, 과학을 기반으로 경제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되자 새로운 산업을 발전·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는 바로 문화·예술 산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 중심의 발전 전략인 르네상스 시티 프로젝트였다. 이는 문화·예술적 요소와 창조적인 산업요소의 융합으로, 문화·예술적 요소로는 문화·예술 부흥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고 다민족 국가의 다양성과 융합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문화예술과 관련한 인프라를 계획했다. 이와 함께할 산업요소로는 출판, 영화 및 비디오, 방송, 게임, 광고, 디지털 미디어 등을 육성하는 미디어산업과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패션디자인, 산업디자인, 전시디자인 등에 집중했다. 싱가포르는 이를 통해 국제 예술도시로 조성하고 문화적인 기반 조성을 통한 창조산업을 육성하여 국가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자료=에스플러네이트(http://www.esplanade.com)]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는 국립박물관, 국립도서관 리노베이션 및 재건축, 소규모 예술그룹을 위한 연습공간 제공, 싱가포르 문화의 상징인 에스플러네이드 건립이다.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 구축은 다민족 국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연구하며 국민들의 문화·예술적 의식을 함양시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면 확고한 문화·예술적 기반의 구축과 대표적 예술단체·예술인재를 발굴·육성하고 양질의 문화시설을 확충해 싱가포르 예술가들의 해외활동 독려와 국제적 문화 공동 작업을 장려함으로써 국제교류를 활성화시킨다는 방안이다. 문화예술부흥정책에 의해 싱가포르는 문화·예술 공연 및 전시가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양적 성장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자국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 및 기회가 증가되었다. 공연 유형별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음악공연이 13.12%, 무용공연이 16.46%, 연극공연이 6.42%, 기타공연 28.50%가 증가했다.
◆일본 요코하마= 요코하마는 기존 중심지 쇠퇴의 회복을 위해 ‘문화예술과 관광 진흥에 의한 도심부 활성화 검토 위원회’를 통해 중심 시가지의 활성화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게 되었고, 때마침 유럽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 중인 Creative City와 발을 맞추어 2004년 1월 ‘문화예술도시-CreativeCity 형성을 향한 제언’을 작성하여 기본 방향을 마련하였다. 개항을 전후로 지어진 산업시설물들과 근대건축물들이 다수 남아 있으며, 이러한 역사적 건축물들은 요코하마의 도시디자인에서 중요한 창조적 요소로 다루어졌다.
[요코하마 전경/자료=요코하마시(www.city.yokohama.jp)]
공공에서 설치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창조핵심거점인 Bank ART1929사업이 큰 효과로 나타났고, 그에 따른 요코하마시의 문화·예술 등의 활동에 의해 나타난 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조사결과가 약 120억 엔으로 추정되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 등 창조적 직업군의 집적화가 계속되고, 창조적 인재들이 성장하고 있다. 도심부에 남아있는 근대건축물을 창조적 학습과 공연장으로 활용함으로써 창조활동의 무대가 되고 있으며, 문화와 예술, 학습과 도시 재생적 창조요소를 바탕으로 한 전략을 추구해온 요코하마는 세계적 창조도시가 되면서 세계적인 예술과 문화를 꽃피우는 도시로 탈바꿈 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을 했다. 그것의 외형적인 결과로 무분별한 개발과 초고층, 초거대화를 지향했으며 이러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들을 랜드마크라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물리적인 양적 팽창의 시대에서 탈근대, 탈산업화 현상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고, 그 도시에 적합한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한 도시적·국가적 브랜딩이 필요하며, 실제로 양적으로 질적으로 동시에 성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도시 브랜딩을 위한 물리적인 형태인 랜드마크가 차별화와 창조성의 성격을 가지듯이 고유한 문화자원과 역사성, 도시의 정체성을 내포한 도시의 문화공간을 개발하고 그 속에서 생활할 때 창조도시로서 도시 경쟁력이 생긴다.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랜드마크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면, 사례를 통해 본 성공한 도시 브랜딩과 같이 경쟁력 있는 도시 브랜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