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택 개념도/자료=서울특별시의회]
최근 주거권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은 급속한 주거비의 상승이다. 주택의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이에 따라 전세금도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이다. 전세를 얻을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비싼 월세를 부담하거나 그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지하와 옥탑방, 쪽방, 고시원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
인구주택총조사 등의 결과를 살펴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자가거주 비율이 50%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소득 10분위 중에서 6~10분위 계층은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택의 실수요자는 대체로 1~5분위 계층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들의 소득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현재의 주택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전세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 월세를 강요받게 될 것이고, 월세는 주택의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오를 수밖에 없다. 집주인들은 수익률이 높은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세 물량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전체적으로 전세보증금이 폭등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 가구뿐 아니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문제 역시 심각해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공급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감소하고 있어, 전체 가구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5%에서 거의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공공의 재정 투입을 기반으로 시세 대비 30%의 낮은 임차료로 제공되는 영구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등과 같은 기존의 저소득 가구 대상의 공공임대주택은 제한된 계층에 공급될 수밖에 없어 광범위한 주거비 부담 문제의 해결에는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소요 비용의 대부분을 공공이 부담하게 되는 공공임대주택과는 달리, 참여 주체가 적절하게 소요 비용을 분담하게 되는 사회주택 공급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회주택 공급에 있어 공공은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통해 주거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주택을 공급하는 사회적 경제 주체는 이윤을 최소화하거나 자선 및 기부 행위를 함으로써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주택의 수요자는 자신의 소득수준으로 부담할 수 있는 적정주거비를 부담한다. 사회주택은 상대적으로 공적 보조가 덜 필요한 저소득-중간 소득자를 위한 부담가능한 주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구분 |
민간부문 |
중간부문 |
공공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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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임대 | 사회주택 | 행복주택 | 국민임대 | 영구임대 |
공급목적 |
중산층 주거안정 |
저·중소득층 주거안정 |
젊은세대 주거안정 |
저소득층 주거안정 |
최저소득층 주거안정 |
공급대상 |
중산층 |
젊은세대, 저·중소득층 |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
소득4분위 이하 |
기초생활수급자 |
[임대주택의 공급 목적과 대상/자료=주택산업연구원]
사회주택이란 ‘사회적 경제 주체’ 또는 ‘사회적 경제기업’이 정부로부터 택지, 금융, 조세 등을 지원 받아 주택 취약계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집을 지을 수도 있고, 기존 주택을 매입해 활용할 수도 있다. 공급주체가 국가나 민간이 아니라는 면에서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과 다르다. 사회적 경제 주체란 국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조직을 말한다. 비영리민간단체,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주택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이윤 극대화보다는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경제 조직체다. 주거문제와 관련, 취약계층의 주거안정과 주거공동체 활성화 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주택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용어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주택 공급을 실현시켰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85년 임대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됨에 따라 사회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이래 실제 공급실적을 살펴보면, 주로 공공부문에 의한 공공임대주택이나 민간기업에 의한 분양전환 단기임대주택 등이 공급되는 것에 그쳐 서구의 사회주택협회와 같은 비영리단체에 의한 장기임대주택의 공급이 활성화되지는 못하였다.
[복음자리 마을과 한독주택 모습/자료=호사카 미츠히코, 일본복지대학 아시아사회개발대학원]
당시에 사회주택이라고 불리지는 않았지만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체에 의해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흥시의 복음자리, 한독주택, 목화마을은 우리나라 사회주택의 시초라 할 수 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안양천변 철거민들을 위해 김수환 추기경이 쓴 친서를 들고 독일로 간 정일우 신부가 미제레올(Misereor)재단에서 지원받은 10만 달러로 구입한 땅에 1977년 시흥시 신천동에 복음자리 마을이 만들어졌다. 이후 1979년 서울 시흥동·난곡 철거민 164가구가 한독마을을, 1985년 서울 목동 판자촌 철거민 105가구가 목화마을을 만들었다. 공공의 지원이 우리나라 정부가 아닌 독일의 자선단체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이는 사회주택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2015년 6월 심각한 청년 주거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사회주택이 공급되는 것은 외국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만드는 최초의 사회주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철거민을 위해 시흥에서 시작돼 실현되었던 한국형 사회주택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과부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