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지구촌 곳곳을 때를 가리지 않고 위협한다. 최근 발생하는 기상 관련 자연재해들은 발생빈도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자연재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는 홍수·태풍·집중강우에 의한 도로와 주택의 침수, 산사태, 지반과 축대 등의 붕괴, 토양유실을 비롯하여 가뭄에 의한 농작물 피해, 폭설에 따른 교통혼잡과 시민들의 안전 문제, 폭염에 의한 노약자들의 인명피해 등 여러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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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및 재해발생 모식도/자료=서울연구원]
국내에서는 기상이변에 따른 홍수·폭설·폭염·강풍 등이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1970년대 대비 2000년대에는 약 10.4배 증가하였으나, 인명피해는 1970년대 대비 2000년대에는 약 78%(358명→8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방재기술은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으나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시 여전히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상이변의 빈도가 늘어나고 강도는 더욱 세지는 추세에 있다. 지금까지 기상이변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인 문제점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근본적인 문제 진단과 체계적 관리를 통한 피해저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에 세계의 많은 대도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기상이변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도시방재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외국 도시의 방재대책 사례
영국은 2000년대에 들어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국토·도시계획체계를 대폭 개편하면서 계획 및 개발과정에서 홍수방어를 위한 최상위 계획정책지침인 PPS 25(Planning Policy Statement)를 작성하였다. PPS 25는 공간계획 수립 과정에서 홍수 위험을 고려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계획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위험 적응대책 선정 시 민감도 검증(Sensitivity Testing), 적응적 관리(Adaptive Management), 탄력적이고 복원력을 갖춘 설계(Resilient Design), 순차적 검증 적용(Applying Sequential Testing)을 고려해야 할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집중호우에 의한 내수배제 불량 해결을 위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배수체계(SUDS:Sustainable Urban Drainage Systems)를 적용함으로써 홍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SUDS는 30년 빈도 강우에 대응한 하수관을 설치하고, 30년 빈도를 초과하는 강우는 건물이 없는 지역으로 유도하여 건물침수 피해가 없도록 하며, 저류지 등에는 퇴적물 처리시설을 설치하여 그 지역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SUDS는 투과성 포장을 늘리고 배수되는 빗물의 양을 줄이기 위하여 주요 실천수단으로 지상에서 투수성 포장과 함께 생태수로·생태저류지·연못·습지 등을 조성하고, 지하에는 침투 트렌치와 관거 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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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배수체계(SUDS:Sustainable Urban Drainage Systems) 적용 전후/자료=서울연구원 이상민(2011)]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공간계획을 활용하여 기후변화 위험에 대응하고, 매력 있는 도시 조성 등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7개의 프로젝트 추진을 통하여 기후변화에 대비한 방재체제를 구축하였다. 로테르담 시의 기후적응 전략은 홍수관리, 수변 접근성, 기후변화 적응 건물, 도시 물 시스템, 도시 기후변화 적응의 네 가지 주제에 대하여 하구 도시들의 연결, 국가 물관리센터, 부유형 건물(floating pavilion), 스마트 항구 도시, 세계 엑스포, 시장 및 경제 개발, 로테르담 적응 전략과 같은 7개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주요 세부 대응 대책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침수를 고려한 도시 공간 계획수립, 건물 옥상 녹화를 통한 우수의 저류 및 도시 열섬효과 감소, 도심 공원 및 주차장의 저류시설 활용, 대규모 자연형 방재 제방 설치 및 제방을 이용한 상업시설 설치 등이 있다.
국내 도시에서 우선 수행되어야 할 방재대책
지금까지 자연재해 피해를 저감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지속적으로 제시되어 왔으나 최근 변화되는 방재대책 중 국내 도시에서 우선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내용으로 지역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방재대책, 재해위험도 평가에 기반한 도시공간 조성, 시민 참여와 자율방재 능력 향상, 모니터링 및 예·경보체계 확대·고도화 등이다. 행정구역이 아닌 유역과 지형특성을 중심으로 맞춤형 방재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홍수 및 침수 방지를 위해서는 지형특성에 따라서 상류지역인 고지(高地)에서는 홍수 유출량 저류, 중류지역인 유지(流地)에서는 첨두 홍수량 조절을 위한 지체, 하류지역인 저지(低地)에서는 홍수 유출량이 원활히 배제되는 배수에 초점을 맞춘 지역 맞춤형 방재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상습침수지역과 반지하주택 같은 침수 취약시설에는 풍수해보험 가입을 유도하여 침수피해 발생에 대비하여야 한다. 이 같은 지역별 방재 안전에 대한 지표를 작성하여 평가한 후 인증하는 방재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지역별 취약성을 파악해서 이에 적합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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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적응 전략에 따른 방재 대책 유형/자료=서울연구원]
계획단계에서부터 재해위험도와 취약도를 고려한 공간계획 수립이 진행되어야 한다. 각종 정비사업·개발사업, 개별 개발행위(건축, 형질변경 등) 추진 시 재해위험도를 사전에 분석·평가하여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계획단계에서 재해측면에서의 사전검증이 취약한 개별적인 건축이나 형질변경 등 개발행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여야 한다. 이외에 재해실적, 재해 발생 가능성, 취약성 등에 관한 정기적이고 체계화된 상세한 조사체계를 강화하고, 조사된 정보를 지도 등의 형태로 구축하여 보급하도록 한다. 기반시설, 개별 건축물 등을 재해위험도와 취약도를 고려하여 배치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재해가 발생해도 피해가 없는 도시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재해에 대한 행정기관의 책임에 더하여 시민·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나치게 관 주도의 안전관리와 책임성이 강조되고, 시민들의 참여와 역할이나 책임은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제도적인 기반 하에 시민 참여와 자율적인 방재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 제공, 홍보, 교육 과정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풍수해보험 등 재해보험 활성화 등을 검토하여야 한다. 특히 인터넷, SNS, GIS 등 정보기술을 시민 참여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시민과 재난관리부서가 기상 및 재해 관련 정보를 전달받아 행동계획에 참조할 수 있도록 실시간 예·경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홍수에 취약한 중·소 하천 중에서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하천과 상습침수지역의 복개하천 등에 실시간 자동측정 및 예·경보 시스템을 단기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인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산사태 및 토사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토사예측 및 관리 시스템 구축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행하여야 한다. 이외에 장기적으로 지자체 중심의 자체적인 강우레이더 도입을 통한 기상 예측·예보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이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시민들에게 침수상황 정보, 침수 취약지역 정보, 대피정보 등을 온라인 지도와 휴대폰을 비롯한 모바일 정보전달채널로 적극 제공하여야 한다.
기상이변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자연재해는 태풍·홍수·호우·폭염·폭설 등 다양하지만, 그중 인명·재산 피해를 가장 많이 발생케 하는 자연재해는 태풍·홍수·호우에 의한 풍수해가 대표적이다. 즉 각각의 자연재해 유형에 따라 구조적·비구조적 방재대책은 달라져야 한다. 우선 홍수피해 저감을 위해 홍수위험도를 고려한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유수지의 확보와 유수지 내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등 방재계획을 세우고 이를 반영하여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투수성 보도포장재의 사용, 도로의 빗물받이 개선 등을 통한 홍수 유출수 저감을 지향하고, 친수시설물 설치 시 범람방지 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등 홍수에 대비한 도시시설물 계획도 필요하다. 홍수에 대비한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침수예상 지역과 산사태 위험지역인 경사면에서의 건축물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홍수 시 붕괴 우려가 큰 건축물을 우선 해소하는 등의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