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한강맨션아파트(1971), 반포주공아파트(1973), 잠실주공아파트(1975) 등 대단지 아파트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기엔 아파트 외벽에 색을 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급스러움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레이 계열로 깨끗하고 모던함을 연출하면서 본질에 충실한 건축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였다.
1980~90년대에 들어서 컬러TV 등장, 해외의 슈퍼그래픽 운동 확산으로 공동주택에도 컬러 바람이 불어왔다. 이에 따라 최초의 그레이 또는 베이지 바탕에 포인트 컬러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1985년 삼호가든맨션 아파트에서 최초로 원색을 활용한 과감한 슈퍼그래픽이 적용되면서 도시경관을 해치는 과도한 디자인이 확산되었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건축물의 색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부터 도시경관 색채계획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시작으로 각 건설사를 대표하는 네이밍 아파트가 등장했다.
브랜드 이미지 구현을 위해 안정적인 컬러 매뉴얼이 만들어졌고, 해외 유명 색채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등 브랜드를 상징하는 색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브랜드 컬러를 보조색 이상의 수준으로 넓은 면적에 적용하면서 강력한 컬러 이미지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후 2016년까지 이러한 디자인은 계속 발전하여 아파트 브랜드를 상징하는 강한 컬러들이 측벽과 정면에 전면 사용되었다.
이제 건설사들을 기업 이미지를 잘 나타내는 대표색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졌고, 도시 맥락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구현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경쟁적으로 새로운 외부 입면 특화에 도전하면서 다양한 색상 배색이 등장하였다.
2017년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색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마감재와 구조적인 변화를 통한 아파트 입면의 적극적인 차별화 경쟁이 시작되었다.
브랜드 상징화보다는 입면 특화에 초점을 맞추어, 유리, 금속 패널, GFRC 등 다양한 외장재를 활용하여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며 도장면 활용, 메지 깊이 조절, 특수 페인트 적용 등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연출하고, 브랜드 컬러 포인트를 가미하여 품격을 더하고 있다.
이 시기부터는 브랜드를 내세우는 디자인이 아닌 그 단지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단지별 특화디자인으로 발전하였다.
2024년 현재에 이르러, 새 아파트의 외관은 한층 더 화려해지고 있다. 단지 사이를 가로지르는 스카이 브릿지를 놓는다던가, 단지의 입구인 문주에 특화설계를 적용하는 등의 외관 특화로 차별화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하나 둘 늘고 있어서다. 이는 더 나은 주거환경에 대한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계속 높아지면서, 분양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