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하우스 외부전경 <출처 : 건축사사무소 모뉴멘타>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라고 하지만, 갈수록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워 기후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러다 보니 건물을 지을 때도 에너지 효율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조금 더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에 부담이 덜 가는 건축에서부터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
▲비스타하우스 내부전경 <출처 : 건축사사무소 모뉴멘타>
국내에서 향(방향성)은 주택과 아파트를 불문하고 주거 공간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나 모든 필지가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고, 모든 집이 남쪽을 향해 열려있지 않아 번듯한 정원이나 마당같은 외부공간을 가지기도 어렵고 해도 들지 않는다. 개성 있는 지붕을 가진 대전 유성구에 자리한 비스타 하우스는 북측 도로쪽을 제외한 세 면은 이미 집이 지어져 있거나 곧 집이 지어질 대지로 둘러싸인 필지이다. 최적의 조건을 가진 대지는 아니였기에, 건축물의 배치나 실내 공간의 배치, 창호 등의 계획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틀리에 모뉴멘타의 문정환 건축가는 비스타 하우스가 자리한 대지의 악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풍부한 내부 공간을 만들어냈다.
마당의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비스타 하우스의 경우, 마당을 대체할 만한 실내 공간이 필요하다. 압도적인 길이의 복도가 있고 그 통로는 주택 중앙의 작은 광장에서 모이게 된다. 상부가 개방된 계단을 통해 수직적으로 확장되는 이 작은 광장은 다양한 방향에서 쏟아지는 빛이 매력적인 공간이다. 계단 측면의 창호와 2층 복도의 전창, 그리고 지붕의 천창과 고측창을 설치하여 간접광을 내부로 유도하여 쏟아지는 빛은 공간의 분위기를 풍요롭게 한다. 또한 한 방향으로 연속되는 경사지붕은 태양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건축가의 지혜로운 설계에서 비롯되었다.
이 주택은 대지가 가진 문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실내 공간의 위계를 결정하고 배치하는 것에 힘을 썼다. 외관은 그 실내가 전혀 예상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입면에 단순한 형태를 반복해 어떤 리듬을 만들어 낸 점이 인상적이다.
비스타 하우스의 특이한 지붕은 Saw Tooth Roof(톱니 지붕)의 형태를 약간 변형시킨 지붕이다. 국내 주택 지붕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지만, 해외에서는 별개의 매스를 가진 주택 디자인에서 많이 차용한다.그러나 형태적인 매력과는 별개로 지붕 경사가 모이는 꼭짓점에는 오염이나 하자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다. 비스타 하우스에서는 이런 우려를 벽면에 빗물받이 설치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지붕 꼭짓점 아래 벽면을 자세히 보면 빗물받이를 별도로 설치해 눈물자국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드문 볼륨의 디자인을 결정할 때는 경사면의 끝에 쌓일 비나 눈으로 인해 발생할 하자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세심한 계획과 충분한 설명,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우리가 매체를 통해 접해왔던 주택들중 상당수는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상호 작용에서 오는 매력을 보여준다. 좋은 풍광을 가진 곳에 지어진 집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듯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외부 공간과 적극적인 상호 작용이 어렵게 된다면, 주택에서 어떤 방법을 취해야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는 실내에서 공간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생소한 풍경에 힘을 쓴 주택이다. 다른 주택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치들을 어떻게 낯설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역력히 느껴지는 매력적인 주거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