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도시는 기후 변화, 감염병 등에 대응하기 위해 그 대안의 기본 틀이 되는 도시계획체계와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개선하기 위한 연구 및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상과 공간구조, 발전방향을 설정하는 계획은 많은 기초자료 및 사회, 문화 등을 분석 및 반영해야 하고 특히, 계획수립 과정에서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나 지금까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서울과 세계 대도시의 현황 및 도시계획체계 등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 등을 비교 분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하고 도시의 미래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 서울시 도시계획체계 및 도시기본계획의 위상 / 출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먼저 서울의 도시계획체계를 살펴보면 도시기본계획-도시관리계획-개별 건축으로 연결되는 수직적 체계와 교통, 재개발, 환경 등 각 부문계획들 간의 수평적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수직적 측면에서 보면, 도시기본계획과 개별 건축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느슨하면서 간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기본계획은 상위계획인 광역계획(수도권의 경우, 수도권 정비계획도 고려) 등의 지침을 수용하고, 하위계획인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지침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즉, 도시기본계획은 용도지역·지구·구역, 도시기반시설, 정비사업, 그리고 지구단위계획 등 도시관리계획에 필요한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며, 개별 건축 행위는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결정된 계획틀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도시기본계획의 법적 구속력은 일반 시민이 아닌 시장·군수(공무원)에게 미친다. 따라서 도시기본계획은 시장·군수(공무원)가 결정하는 주요 계획과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 시민(건축주)들의 토지이용과 건축 행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시계획체계에서 개별 건축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도시관리계획이다. 도시관리계획은 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방향을 수용하여 용도지역·지구, 기반시설, 정비사업, 그리고 지구단위계획 등의 도시계획을 결정 혹은 변경하게 된다.
특히, 지구단위계획은 해당 지역의 정비 및 관리방향에 따라 용도·건폐율·용적률·높이, 건축물의 배치·형태·색채 또는 건축선, 경관계획 등을 통해 개발 건축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제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현 도시계획체계 아래에서 개별 건축 등 도시환경 조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도시관리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이지만, 도시의 미래상과 계획목표, 정책 방향은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설정된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도시기본계획의 성격과 내용이 상당히 개념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행위 규제가 적용되는 도시관리계획과 건축 등 하위계획에 명확한 원칙과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다음으로 수평적 측면에서 볼 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주목할 점은 도시기본계획과 부문별 법정계획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점으로, 개별법에 근거하여 수립되는 부문별 법정계획에는 주택종합계획(주택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기본 및 시가지경관계획(경관법) 등이 있으며, 법정계획은 아니지만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2004), 도시기본계획에 따른 권역별 발전계획(2007), 준공업지역 종합정비계획(2009) 등과 같이 도시기본계획을 보완하는 후속 관련 계획들도 다수 운영되고 있다.
개별법 및 국·실별 관련계획들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도시기본계획과 부문별 관련 계획들 간의 관계 설정 등 계획 간의 상호 정합성을 확보하는 수평적 연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체계적인 도시계획 운영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 2000년 이후 서울도시기본계획의 변천 / 출처: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
서울의 최초 도시기본계획은 대한국토계획학회에 의뢰하여 수립한 ‘서울 도시기본계획(1966)’으로, 오늘날 서울의 공간구조를 결정짓는 주용한 계기가 되었다. 이후 1978년 ‘2000년을 향한 제2차 서울 도시기본계획’이 수립되었으나, 이들 계획은 모두 비법정 계획이었다.
1981년 도시계획법이 개정되어 도시기본계획이 법정화된 이후, 서울시는 1990년 최초의 법정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였으며, 1997년과 2006년 두 차례 재정비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0년 서울 최초의 법정 도시기본계획은 계획인구 1,200만명으로 설정하여 성년기의 도시 골격을 갖춘 개방화된 국제도시, 정보 및 지식산업의 비중이 증대된 도시, 도시 및 주거환경이 질적으로 향상된 도시, 광역적 도시기본계체계를 갖춘 도시, 문화·휴식·복지시설이 확충된 도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계획의 틀을 마련하였다.
또한, 평준화된 기초생활시설의 배치 및 격자형 도로망의 형성, 도시의 활동중심과 교통연결점을 일치시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강남·북 균형발전과 유연한 다핵공간구조를 추구하였다. 이를 위해 서울의 중심지 체계를 도심과 5개 부도심(신촌, 청량리, 영등포, 영동, 잠실), 그리고 59개 지구중심으로 개편하는 계획안을 마련하였다.
당시 도시기본계획은 공간구조, 생활권, 토지이용, 교통, 공원·녹지, 주택공급계획 등 6개 부문계획으로 구성되었다. 이중 공간구조와 교통망의 연계를 위해 도시 고속도로망과 도시 전철망 계획을 수립하였고, 다양한 시민편익시설의 균형 분산을 고려하여 지구별 공원·녹지계획 등이 수립되었다.
2011년 도시기본계획은 서울 600년 기념사업과 21세기 세계화에 대비하여 서울의 미래상을 설정하고, 15년간 추진해야 할 중점과제와 시책방향을 제시하였다. 특히, 1990년대 초 자치구별로 수립된 자치구 도시기본계획을 반영하는 등 지방화 시대에 대응하여 상향식으로 계획을 수립하였고, 서울과 연접한 시·군을 포함하는 광역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목표연도인 2011년의 계획인구를 1,200만명으로 유지하되, 시민생활이 우선하는 도시, 지역의 특성과 역할을 중시하는 도시, 지속적으로 발전가능한 환경친화적 도시, 서울대도시권이 일체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협력기반 조성, 21세기를 주도할 서울의 세계 도시화에 주력하였다.
2011년 기본계획은 광역화에 따른 도시활동을 공간적으로 일체화하고, 기능분담이 가능한 공간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서울의 공간구조를 1도심, 4부도심(영동, 영등포, 용산, 청량리·왕십리), 11지역중심, 54지구중심으로 다핵화하는 4단계 중심지 체계로 전환하였다.
2011년 도시기본계획은 기존 계획과 달리 서울과 주변 지역을 고려하여 기능 분담과 교통망을 계획하는 등 광역적으로 접근하였다는데 특징이 있으며 계획내용에서는 물리적 시설 등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계획에서 운영·관리를 중시하는 소프트한 계획과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더불어,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에 발맞춰 1990년대 초 수립했던 자치구 기본계획들을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하는 상향식 도시계획을 시도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2020년 도시기본계획은 1997년 이후 IMF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가의 대외 경쟁력, 금융 및 고용시장, 그리고 주택 및 부동산시장 등이 크게 변화하였고, 정보화, 사회통합, 통일 등 새 천년 이슈에 대비하여 서울의 새로운 비전이 요구되었다. 또한, 개발제한구역의 우선 해제, 청계천 복원 등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인 관점에서 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수립된 2020년 서울 도시기본계획은 목표연도인 2020년 서울의 계획인구를 980만명으로 하향 조정하였다. 이는 서울의 지속적인 인구감소 추세를 반영하고, 개발 우선의 양적 성장에서 성장 관리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으며 환경친화적이고, 미래 서울의 여건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탄력적인 도시의 기본틀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중심지 체계 등 공간구조계획은 2011년 기본계획과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개발여건이 변화한 일부 지역을 조정하였다. 기존 1도심 4부도심에서 상암·수색이 부도심에 추가되어 1도심, 5부도심(영동, 영등포, 용산, 청량리·왕십리, 상암·수색), 11지역중심, 53지구중심으로 중심지체계를 조정하고, 생활권별 균형발전을 지향하였다.
2020년 서울 도시기본계획은 도시 전반의 물적·비물적 부문계획을 망라한 12개 부문별 계획으로 구성되었는데, 종전에 비해 정보통신계획, 재개발·재건축계획, 방재계획 등이 추가되었다. 이전의 도시기본계획이 물적·사회경제적 측명을 포괄하는 종합계획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 2020년 도시기본계획은 종합계획적 성격과 함께, 정책목표와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정책계획의 성격을 강조하였다.
2020년 도시기본계획은 법정 기본계획 중 처음으로 서울의 인구감소와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종전 기본계획과 구분된다. 특히, 서울을 5개의 대생활권으로 구분하고, 생활권별 발전방향을 제시하여 권역별 균형발전을 추구하였으며, 부문별 계획 목표의 달성을 위해 정책지표를 제시하는 등 정책계획의 성격을 강조하였다.
앞서 살펴본 도시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살펴보면, △도시기본계획은 국토법에 의해 수립되는 공간부문에 대한 최상위 법정계획이지만, 실제 운영과정에서의 역할과 위상은 미흡한 실정으로 오히려 민선 시정계획과 국·실별 계획들이 정책결정 시 우선시되고 있다.
△부문별 계획을 나열하는 방식의 기본계획으로 구성되어 장래 서울이 직면할 핵심 이슈 설정과 그에 대한 대응방향을 제시하는 전략계획적 성격보다 종합계획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부문 계획 간 내용이 상충되거나 정책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현행 서울의 도시계획체계상에는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을 연결해주는 중간 단계의 공간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도시기본계획은 그 성격상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스케일(1/25,000~50,000)로 표현하는데 그치고 있어 구체적인 스케일(1/1,000~5,000)로 결정·고시가 이루어지는 도시고나리계획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도시기본계획과 관리계획 간의 간극을 계획적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에는 도시기본계획 외에 국·실별로 수많은 계획들이 수립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주택법, 경관법, 건축기본법 등 개별법에 근거하여 수립되는 부문별 기본계획이 도시기본계획과의 정합성을 갖는지 점검하는 절차가 미흡하여 계획 간 상충 및 정합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기본계획 실현을 위한 모니터링체계의 부재를 들 수 있다. 도시기본계확과 권역별 발전계획 등 각종 도시계획에서 제시된 계획목표의 달성 여부와 진척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계획 목표를 수정 및 보완하는 것은 계획 수립과 집행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서울에는 도시기본계획 등 각종 계획을 수립한 이후, 그 내용과 정책들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급변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주택, 산업,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 등과 같은 이슈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면서 일관성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살펴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시기본계획의 정책지침 및 전략계획적 성격을 강화하는 한편 중간단계 및 자치구 차원의 공간계획이 필요하며 부문별 계획들 간의 정합성 확보를 위해 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계획의 수립뿐만 아니라 계획의 실현과정과 여건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발전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시적인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하여 계획목표의 달성 정도와 대내외적인 여건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