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권의 ‘핫플레이스’ 수제맥주 전용 펍, 밀당브로이
부산 북구 구포만세거리에 수제맥주 전문 펍 ‘밀당브로이’가 오픈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수제맥주 업체인 갈매기브루잉(주)이 밀당브로이의 위탁업체로 선정돼 운영하게 된다. 밀당브로이에서는 부산의 유명한 9개 수제맥주 업체의 다양한 수제맥주를 맛 볼 수 있다. 부산지역에서도 수제맥주 불모지로 알려진 서부산권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만큼, 향후 부산 수제맥주 산업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밀당브로이는 2022년까지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인 ‘구포이음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구포는 일제강점기 당시 밀 집산지로 밀로 만든 ‘구포국수’가 유명한 곳이다. 이러한 명성을 이어 ‘밀’을 이용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맥주 펍 ‘밀당브로이’가 문을 열게 된 것이다.
밀당브로이는 단순히 맥주만 파는 곳이 아닌 문화를 형성하고 지역상권을 살리는 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역 상권의 먹거리와 협업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저녁시간에만 영업하는 맥주 펍의 특성을 고려해 영업을 하지 않는 낮 시간에는 밀당브로이를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회의를 위한 공간이나 쉼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구포역은 정차하는 열차가 많이 줄어들면서 역 일대의 상권이 침체되어 있다. 밀당브로이 같은 펍이 유동인구를 만든다면 구포역의 상권을 일으키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구포
구포 일대는 낙동강을 이용한 물류의 거점이었던 감동진(감동나루), 육상 물류기능을 담당한 구포역을 중심으로 구포시장이 형성되면서 근대 서부산의 중심이었다. 2010년 KTX 2단계 개통으로 인해 구포역 정차횟수가 31.5% 감소하면서 북구의 원도심이던 구포역세권 상권이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다. 하지만 구포가 가진 생태·역사·문화자원은 풍부하다. ‘구포이음 프로젝트’는 이러한 자원들을 활용해 지리적으로, 생태학적으로, 심리적으로 단절된 것들을 이어주는 사업이다.
우선 구포역에는 단절된 천혜의 자연환경인 생태공원과 구포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보행전용 길 ‘감동나루길 리버워크’가 조성된다. 또, 삼일만세운동의 역사적 현장이었던 구포만세거리부터 구포시장까지의 길을 이어 역사와 문화가 있는 테마거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구포청년센터 감동’은 창업 인큐베이팅, 창업지원 프로그램 운영, 지역 커뮤니티 공간, 문화예술 거점 등의 복합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사업들은 관광 인프라를 되살려 관광객 유입을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 쇠퇴해 가는 구포역 일대의 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도시재생사업이 속도를 냄에 따라 구포역 광장 일원과 구포만세거리 일대가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구포역 광장은 경관개선 공사를 마친 후 문화광장으로 탈바꿈했다. 2019년에는 부산거리예술축제, 부산 국제수제맥주 마스터챌린지 등의 문화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문화정거장, 구포’ 등의 다양한 공연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포역 광장은 쇠퇴해가는 이미지를 벗고 문화와 콘텐츠가 가득한 공간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구포만세거리 일대도 간판개선 완료 및 전선지중화 사업 등을 착공해 깨끗한 거리로 단장 중이다. 현재는 이 지역에 수제맥주 전용 펍인 ‘밀당 브로이’가 들어서 서부산권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구포역세권의 뉴딜사업은 지역상인과 청년들이 상생하는 방식으로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모델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마을교육 공동체 김영수도서관
1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 교육의 발상지, 북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00여 명 정도인 제주도교육청이 지정한 ‘작은학교’이다. 작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이 학교에는 원도심에서는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유서 깊은 장소가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기업인으로 명망이 높았던 북초등학교 20회 동문 김영수 선생이 어머니의 90회 생신을 기념하기 위해 1968년 기증한 ‘김영수도서관’이 그곳이다.
1957년 원도심 삼도동에 건립된 제주도립도서관이 1996년 연삼로로 신축 이전하면서, 원도심에는 작은도서관 하나 없이 김영수도서관만이 학교도서관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2017년 북초교에 부임해 온 박희순 교장이 이곳이 원도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지역의 기관들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북초교, 제주도, 제주도교육청이 힘을 모아 제주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고, 그 첫 번째 결실로 김영수도서관을 마을도서관으로 확장했다.
김영수도서관은 북초교의 사용하지 않는 학교 창고와 관사를 합친 지상 2층 건물에 1평 남짓한 한옥방 5실이 들어앉은 독특한 구조로 고즈넉한 정서를 품고 있다.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는 북초교 재학생들과 교직원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평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지역주민에게 개방된다.
김영수도서관은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활동가 배출에도 적극적이다. 2018년 11월과 2019년 4월에는 마을도서관 활동가 교육을 진행해, 49명의 활동가를 배출하였다. 현재 활동가들은 자원봉사로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2019년 9월에는 도서관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김영수도서관 친구들’을 설립했다.
한옥 방바닥에 앉아 소리 내 책을 읽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 활동가들이 어울려 도서관은 사람 소리로 북적인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김영수도서관은 마을교육 공동체의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공간의 가치를 대물림하다
여전히 제주시 원도심에는 과거의 저력이라 할 수 있는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필지가 합해지면서 큰 길이 나고, 공사가 진행돼 제주성지 내 골목길 등 역사문화 자원이 보존되지 못했다. 이번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은 모관지구 일원에 사업비 982억 원을 투자해 흔들렸던 제주의 뿌리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오래된 미래, 모관 옛것을 살려 미래를 일구다’라는 사업의 철학은 물리적 재생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 등 도시의 종합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근간을 마련하겠다는 제주의 의지다.
마중물사업으로는 역사경관 재생사업이 그 첫 삽을 떴다. 제주의 정치, 문화의 중심이자 제주 시민의 뜨거운 함성이 담긴 관덕정 광장 주변을 제주시의 랜드마크로 공간 브랜딩을 하는 사업이다.
관덕정은 제주도에 남아있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옛 건물로 안무사 겸 목사로 부임한 신숙청이 군사들의 훈련청으로 창건했다. 이후 수백 년 간 제주 역사의 질곡마다 시민들과 함께 했는데 1950~1970년대에는 학생과 시민들이 이곳에서 군중집회를 열었고, 1990년대에는 대학생과 시민단체 등이 정부시책에 반대하는 극렬한 시위를 이끈 현장이기도 하다. 그러다 2001년부터는 탐라 입춘굿놀이 행사를 치르기 시작하면서 문화공연장으로 주된 기능이 바뀌었다.
이렇듯 제주도민과 함께 해 온 제주도민의 정신이 깃든 관덕정 광장은 재정비를 통해 광장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주민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또한 옛길을 활용한 도심 올레 조성을 통해 제주도민의 생활상과 이야기를 주민해설사의 입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콘텐츠도 구축 중이다.
이 밖에도 옛 제주감협 건물을 매입해 도시재생상생마당으로 리모델링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도시재생 홍보관, 도심올레 라운지, 기억 저장소 구축, 청소년 교육 문화공간 등이 조성돼 청소년 및 주민, 관광객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운영될 것이다. 2019년 11월 13일에는 ‘혁신창업거점 W360’도 문을 열었다. 제주시 건입동 옛 제주지방기상청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앞으로 지역 기반 창업지원과 스타트업 육성 공간으로 쓰이게 된다. 영상 스튜디오 및 프로젝트 룸 등을 구비한 W360에는 현재, 블록체인 및 빅데이터 분야 특화기업 7곳이 입주한 상태다. 이처럼 제주시의 도시재생사업은 옛 기억과 역사를 재해석하여 공간의 가치를 대물림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관련자료 : ‘2020 도시재생사업 30선’/자료=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