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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잘사는 ‘같이의 가치’ 도시재생사업②

광주시 광산구 문화역세권 1913송정, 대구시 북구 어울림 마을 복현

김길태 기자   |   등록일 : 2020-03-20 15: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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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담은 전통시장 1913송정역시장

1990년대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고 출몰한 대형마트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어갔던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지역경제의 상징이었던 전통시장이 빛을 잃어가자 광주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1913송정역시장은 2016년 빈 점포 10여 곳을 리모델링해 새롭게 태어났다.

1913은 송정역시장의 역사를 말한다. ‘송정역전매일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광주의 대표 시장이었던 이곳은 숫자가 말해주듯 시장도, 가게도, 상인도 점점 늙어갔다. 그러나 성공적인 리모델링 이후 재래시장 활성화의 전국 표준 모델로 지금까지 자존심을 유지하고 있다.

1913송정역시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그들이 지난 온 100년의 시간을 잊지 않고 시장 곳곳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시장 골목 바닥에 건물의 완공연도를 표시해 상징성을 부여했고, 가게마다 특색 있는 글귀로 시장의 역사를 스토리텔링했다. ‘방앗간 집 딸은 자라서 1913송정역시장에 떡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지리산에서 직접 캐 온 쑥으로 인절미, 송편을 만들 만큼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았습니다.’ 등 노포의 힘이 느껴지는 진솔한 홍보 문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을 잡아끄는 접근방식의 표현이다.

도시재생사업 전, 1913송정역시장은 가게 3곳 중 한 군데가 비어 있었을 만큼 되살리기 힘든 시장이었다. 하지만 KTX 역사에서 불과 3분 거리라는 장점을 살려, 지금은 긴 여행 끝에 출출한 배를 채우는 곳, 복고풍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옛날 거리로 대변되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빈 점포 10개로 시작한 1913송정역시장. 현재는 청년 상인들과 터주대감 상인들이 사이좋게 공생하며 점포 65개로 몸집을 불렸고, 고용 창출도 50명에서 100명으로 늘었다.

1913송정역시장은 새로운 것만을 좇는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오래 전 삶의 방식이 가장 핫한 트렌드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또 하나의 좋은 예다.

시간유산을 품은 지역브랜드

2016년 사업 초기부터 광산구 주민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는 남달랐다. 그때 조직된 주민협의체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월 1회 정기적인 회의를 포함해 여러 차례의 비정기 회의를 꾸준히 이어왔다. 특히 개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아이디어는 공간구성에서 디자인, 사업 아이템 발굴, 차후 운영방안 마련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부분을 검토하여 마련되었다.

이 모든 사업의 거점 역할을 한 곳은 2019년 개관한 ‘창작스튜디오’였다. 창작스튜디오를 구심점으로 활발한 커뮤니티가 결성된 광산구는 2016년 대비 22곳의 빈 점포가 사라졌고, 노후된 집 14채 수리, 담장페인트 칠 45채, 마을벤치 설치 20개, 작은 화단 조성 10곳 등의 사업들로 결실을 맺었다.

광주송정역세권 도시재생 대상지는 KTX역인 광주 송정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광주도시철도 1호선 송정역과 약 23개의 버스노선이 만나고 지나는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은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한 인문학적 가치와 만나 문화역세권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더해져 주민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국어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용아 박용철 시인, 판소리 대가 임방울 선생, 수채화 대가 배동신 화백 생가, 그리고 100년 역사의 1913송정역시장과 송정5일장, 송정매일시장 등…. 100년의 이야기로 엮어가는 문화역세권 ‘1913송정’이라는 테마는 지역 고유자원을 발굴해 때로는 문화예술 거리로, 때로는 송정 아트페어 같은 글로벌 축제로, 때로는 역전행복마을이라는 다정한 이름으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점점 힘을 키워가고 있다.

천년이 지나도 기억될 복현동 이야기 복현유사

대구 복현동의 뉴딜사업은 ‘복현유사’의 발간으로 포문을 열었다. 복현동에는 한국전쟁의 피란민과 같은 역사의 산 증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 점에 착안해 복현동의 역사를 담은 ‘복현유사’를 만든 것이다. 그들이 만들고 간직해 온 복현동만의 이야기가 도시재생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고 싶었던 것이다. 삼국유사가 고려시대까지 전승되던 삼국시대의 여러 역사와 설화를 담았듯이, 복현유사는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전설, 동화, 설화 형식으로 각색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지역문화진흥원과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청년 주민 5명이 편찬자로 참여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2019년 6월 편찬자 모집 공고를 시작으로 복현동 주민 인터뷰, 주민 참여 워크숍, 청년 편찬자 워크숍을 거치며 복현유사에 담길 내용들을 정리했다. 청년 편찬자들이 피란민 시절의 생생한 기억을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구술을 받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 어린 제비의 눈으로 복현동을 바라본 ‘제비 이야기’를 비롯해 ‘사내와 복현 도깨비’, ‘가람전’, ‘복현암이 남긴 선물’, ‘배자못과 행복현동’ 등 5편의 이야기를 창작해 수록하였다. 또 두 차례의 시 수업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지은 세 편의 시도 담았다. 무엇보다 복현동에서 오래 거주한 어르신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지역사가 생생하게 드러났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앞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복현동은 더욱 사람 살기 좋은 동네로 변모할 것이다. 아무리 기존의 것들을 살리고 가꾼다 하더라도 사라지거나 달라질 것들이 생겨날 터. 복현유사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복현동의 옛 모습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기록물이다.

원주민과 인근 대학, 청년 세대 주민들이 하나로

대구 북구의 복현1동은 아주 독특한 역사를 안고 있다. 원래 시유지였던 곳인데 한국전쟁 피란민들과 1960년대 수해지역 이주민까지 이곳으로 깃들면서 파란만장한 마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인근의 경북대학교와도 복잡한 과거사가 얽혀 있다. 캠퍼스 부지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무허가 건축물을 짓고 거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현1동에는 안전이 우려되는 무허가 건축물이 무려 120동이나 밀집해 있다.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재래식 공동 화장실을 쓸 정도로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대부분 40~50년씩 거주한 고령의 어르신들이고 장애인과 취약계층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복현1동은 이처럼 복잡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마을이기 때문에 좁은 골목마다 스며든 삶의 이야기도 평범하지 않다. 무엇보다 50년대의 피란민 시절, 6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밀려난 시절의 아픔까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주민들은 복현1동의 지역사, 마을사에 대한 연구적 가치, 미래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복현유사는 생활문화공동체 지역협력 네트워크 사업과 연계되어 추진되었다. 특히, 그들의 시대를 공감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피란민촌 어르신들의 구술을 받아 기록한 과정은 세대 간의 조화와 이해라는 측면에서 뜻깊은 사례다.

앞으로 피란민촌은 공공임대 아파트로 변모하지만 주변에 조성되는 마을 안심길, 경북대 어울림 가로에는 피란민촌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살릴 수 있는 테마길이 조성될 것이다. 또한 거점공간인 복잡소(福job소)에는 피란민촌 기억박물관, 스토리랩을 만들고 첨단기술을 활용한 융복합 콘텐츠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복현1동의 뉴딜사업은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아서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복현 어울림 장미마을 축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마을을 가꾼 것은 물론 주민화합과 마을공동체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쇠퇴하고 노후한 지역의 주거 여건과 기초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삶터로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피란민촌 주민들이 주거환경 정비 사업을 통해 영구임대 주택에 재정착할 수 있도록 공동체의 연결망을 촘촘히 하고 이웃 간의 연대와 결속을 강화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관련자료 : ‘2020 도시재생사업 30선’/자료=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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