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bourne 시의회 청사인 ‘CH2’는 호주 최초로 그린 스타 6성 등급을 획득하면서 그린 스타 오피스 디자인을 출범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린 스타 등급은 건물의 환경적인 디자인과 성과의 수준을 나타내는 종합적, 국가적, 자율적인 평가 시스템으로서 그린빌딩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그린 빌딩의 장점을 홍보하는 목적에서 호주의 비영리단체인 ‘GBCA’에서 만든 지표다. [멜버른 시의회청사 외부/자료=멜버른시의회청사 홈페이지] [CH2 물보존 설계 전략/자료=멜버른시의회청사 홈페이지] 이 건물은 Melbourne에서 에어컨 없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친환경 건축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건축이라 함은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CH2’에선 실내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데 더 큰 목적을 두었다. CH2의 친환경 통합설계엔 유기체로서의 건물, 환기 시스템, 냉방 시스템, 일광 조절 시스템 등 크게 네 가지 특징이 있다. CH2 건물 외피는 생물의 피부 혹은 나무의 껍질과 같이, 건물 내부를 보호하고 숨 쉬게 한다. 지붕 부분은 나뭇잎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광합성과 같이 건물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흡배기 시설은 생물의 기관지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CH2는 업무 시간이 되면 지붕층의 공기조절 장치가 작동돼 바깥 공기가 바닥 배출구를 통해 실내에 공급된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창문을 통해 외부 공기를 유입시켜 야간 냉방의 효과도 함께 가져간다. 천장의 모습도 일반적인 천장과는 다른데, 천장이 파동 형태로 되어있어 오목한 부분엔 실내의 뜨거운 공기가 모이도록 설계했다. 그 공기는 천장 패널의 틈을 통해 외부로 배출된다. 이를 통해 전기사용은 85%, 가스사용은 87%로 감소했고, 물 사용량 또한 28%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냉방 시스템은 패시브 시스템, 액티브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패시브 시스템은 야간에 차가운 공기를 실내로 유입시켜, 오전까지 사무실의 냉방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후에는 액티브 모드를 사용하는데, 천장 하부에 부착된 방열 패널이 이용된다. 이 패널엔 냉각 매체인 물이 순환하도록 되어 있고, 이는 찬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은 여기에서 뿐만 아니라, 건물 남측 외벽 샤워타워에도 사용된다. 이는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남측의 서늘한 공기와 물을 저층으로 순환시켜 지상층의 상업공간에서의 온도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멜버른의 기후와 날씨 패턴을 이해한 시의회 청사/자료=wikimedia commons]
마지막으로 일반 건물의 경우, 에너지의 23%가 조명에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CH2에선 자연광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자연광 유입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는 실내 기온 향상을 통제하기 위해 CH2에선 주로 반사광과 그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에 따라 동측면, 서측면, 남측면의 설계가 각기 다르게 진행됐다. 동측면은 금속판으로 실내에 그늘을 제공하며, 서측의 수직 목재 루버는 아침엔 완전히 개방되었다가 오후엔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닫히는 주기를 갖는다. 직사광선이 유입되지 않는 남측면의 경우 하부 층의 창문을 상층보다 더 넓게 만들어 층별 조도 편차를 줄였으며, 일광량 센서를 통해 실내 조도의 균형이 맞춰지도록 했다.
이처럼 친환경 통합설계를 활용하면 혁신적 디자인을 통해 비용 절감, 투자비용 회수기간의 단축, 쾌적한 작업 환경을 전체적인 건설비용의 주요한 증액 없이 가져갈 수 있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 분야 별 다양한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동반된다면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성공적인 친환경 건축은 단순하게 에너지 관련 기술 개선, 친환경 재료 사용에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제도, 정책과 같은 행정적인 부분과 설계 목적과 과정 등이 서로 상호 작용을 해 나감으로써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형태의 친환경 통합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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