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이강제 | 판형 140×210(무선) | 총 면수 400쪽 출간일 2019년 12월 19일 | ISBN 978-89-7012-582-4 (03810) | 가격 13,800원
승자의 왜곡으로 만들어진 역사라는 이름의 커다란 싱크홀
우리들의 정수리에 냉수 한 바가지를 퍼붓는 진주 선비 남명 조식과 내암 정인홍의 진실!
◈ 출판사 책 소개
전해지지 못한 역사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
사람들은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듯이, 실제로 역사는 당대의 지배 권력에 의해 수정·보완되어 해당 권력 계층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때때로 역사가 특정 집단의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루어진 셈이다. 오늘날의 역사가들이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않은 것’ 사이를 오가며 역사를 올바로 평가하려 애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과연 진실인가?’라는 의문이 꼭 역사학자들만의 관심사인 것은 아니다. 역사적 기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골자로 하는 국가 간의 영토 분쟁 문제는 뉴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고, 역사적인 사건을 재해석해낸 영화, 소설, 게임 등은 우리 문화의 한 갈래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길목에, 이 소설 《진주》가 있다. 이 소설은 1550년대부터 1620년대까지의 조선 중기를 배경으로, 남명학파를 창시하고 주도한 두 선비 남명 조식과 내암 정인홍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치 겹겹의 과녁을 꿰뚫고 나아가는 화살처럼, 이야기는 을묘왜변, 정여립의 난, 임진왜란, 정유재란, 인조반정 등이 연달아 몰아치는 조선의 격동기를 그대로 관통한다. 유린당하는 백성의 비명, 상소를 올리는 신하의 외침, 적을 맞아 내달리는 의병의 함성,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어전회의의 소요……. 역사의 파편처럼 흩날리는 난세의 수많은 소리 속에서, 독자들은 어느새 이 소설이 내재하고 있는 어떤 목소리를 감지하게 된다.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목소리는 올바른 실천궁행과 처세에 대한 의로운 선비들의 고민이자, 갈등으로 점철된 우리 시대에 고하는 물음이다.
일찍이 ‘칼을 찬 선비’라고 불리며 죽기를 각오하고 ‘무진봉사소’, ‘을묘사직소’ 등을 올려 임금의 잘못을 지적했던 남명 조식과, 일평생 과거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대사헌과 영의정에 올라 대북파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내암 정인홍은 조선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들의 기록은 후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워지고 첨삭되어 온전히 전해지지 못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진주 태생의 자신조차 그러한 사실을 모른 채 수십 년을 살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각자가 사실로 그리고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역사가 실제로는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중대한 지각에 이른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의 그늘 속에 가려진 실제를 추적하며, 실록을 비롯한 역사서부터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서신까지를 샅샅이 조사하여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픽션의 범주에 있는 소설양식을 취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실증적인 방법으로 그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는 탄탄한 구성은 이 책이 지닌 장점이다.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일독을 끝낸 독자들은 분명 다시금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책 소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선현들의 ‘진주정신’
소설 《진주》는 1600년대를 살아간 이 땅의 사람들 이야기다. 지우고 싶은 역사, 둘러빠진 역사라고 여기는 그 시대의 이야기가, 말하자면 패배주의에 물든 나 같은 이들에게 커다란 깨우침을 준다. 특히 광해와 정인홍은 임진, 정유 양란의 한가운데서 이 땅을 지키고자 왜에 맞서 싸우며 백성을 거두고 나라를 지탱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론보다 삶으로 도를 실천한 남명 조식, 정인홍을 비롯한 숱한 남명의 제자들이 의병으로 나서 목숨을 바쳐가며 나라를 지켰음에도, 그들은 인조반정 뒤로 그 자취가 깡그리 지워졌거나 조정에서 배척당했다. 그 뒷대들이 바로 이곳 진주 사람들이다. 혹 ‘진주정신’을 이야기한다면, 그런 어름에 우물을 파서 길어 올려야 하지 싶다. 이야기 곳곳에서 진주 사투리가 어려운 논쟁거리들을 명쾌하게 맺고 풀어가는 것도 재미있다. — 최인호(시인, 언론인)
너무나 진주스러운, 맑고 높고 카랑카랑한 소설
‘진주스러운’이라는 형용사는 없지만, 이 말이 있어야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있다. 이 말을 풀어쓰자면 ‘맑고 높고 카랑카랑한’이다. 맑은 것은 그 성정性情이며 높은 것은 그 기개氣槪이며 카랑카랑한 것은 그 마음이 돋운 한 소절 노랫가락 같은 슬픔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더 소상히 설명할 도리는 없다. 이 소설은, 참으로 진주스런 작가가, 참으로 진주스런 남명과 내암을, 참으로 진주스러운 언어로 풀어낸, 하나의 오롯한 성채城砦다. 지금껏 우리는 조선 중기를 오롯한 진주의 눈으로 살핀 적이 없다. 소설 《진주》 속으로 들어와서야, 우리에게 주입된 세계관이 부자연스러운 권력 질서일 뿐이었다는 놀라운 각성에 이른다. 이 소설은, 무의식적으로 생각에 스며들어 있던 체제를 뒤엎으면서 우리에게 내내 불편했던 것들의 정체를 깨닫게 한다. 형장의 이슬이 된 역사가 스스로 제 목을 다시 붙여 발언하는 것처럼 삼엄하다. “나는 여기 살아 있다.” 무엇이 살아 있는 것인가? 400년을 건너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달려든 필검筆劍의 검객이 하우 이강제다. 책을 읽다가, 허튼 상식을 가격하는 칼끝을 느꼈다면 당신은 진주스러운 무엇을 전율로 느낀 사람이다. — 이상국(작가, 〈아주경제〉 논설실장)
◈ 저자 소개
이강제
195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경상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학교, 경남대학교, 경상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창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04년 (주)도시미래종합기술공사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도시 도시계획》 《주택계획론》등을 펴냈다. 대학 재학 시 전원문학동인으로 습작 활동을 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인터넷을 통해 창작 활동을 하기도 했다. 줄곧 문학적 글쓰기를 갈망하며 부단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던 중,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남명 조식과 내암 정인홍의 생애가 역사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좀 더 큰 울림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설 《진주》를 집필하게 되었다.
◈ 책 속에서
설화나 전설은 민초들이 만들어낸 역사다. 이루지 못한 꿈이나 아쉽고 원통한 사연들을 기저에 깔고 있다. 과거의 어떤 사건이 햇볕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지만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이병주 선생의 이야기를 떠올려봄 직하다. 또 어떤 이는 역사는 승자의 변명이라고 했는데, 그리 치자면 설화나 신화는 패자의 자기 위안일 수도 있겠다. ―P.20
남명 선생이 보기에, 선비가 현실 정치에 나아가서 경륜도 펴보지 못하고 이용만 당하다가 망신당하는 주요 원인은 권세에 쉽게 유혹되고 헛된 이름에 만족하기 때문이었다. 선비가 권세를 탐내어 벼슬에 나아가면 그것을 지키는 데 골몰하여 상하좌우의 눈치나 살피고 사로써 공을 움직이게 마련이며, 또 허명에 도취되면 관직이나 차지한 채 눌러앉아 실질적인 일은 해낼 수가 없다. 그리고 집권자는 비판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실제로 할 일도 없고 실질적인 권한도 없는 한직에 명망 있는 선비를 끌어들이는데, 허명을 좋아하는 선비는 모두 이 낚싯밥에 걸려들고 만다. ―P.45
희한한 일이었다. 보통 때 같으면 별것도 아닌 일로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일이 잦았던 조계에서 산골 구석에 묻힌 조식이라는 선비의 불손한 상소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더 이상 논의를 이어가 봐야 그 자신만 쪼잔한 임금이 되기 십상이었다. ―P.92
덕천강 양편의 능선은 절정을 갓 지난 단풍의 불길이 물가에까지 옮겨붙었다. 시리도록 맑은 물에는 비늘을 번뜩이며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그것의 울음인지 노래인지 모를 소리가 물소리와 뒤엉켜 냇바닥의 펀펀한 돌바닥 위에서 자글자글 굴렀다. ―P.128
진주목사 김시민은 의병을 포함한 군사들을 모아놓고 큰소리로 물었다. 모두 애〔창자〕가 터져 죽을 때까지 싸우겠느냐고 물었다. “애나가?” 병사들은 하나 같이 큰 소리로 화답했다. “애나다! 애나다!” 그것을 야간전투시 암구호로 삼기로 했다. “애나가?” “애나다!” 한마음이 되어 외치는 조선군의 악에 받친 함성 소리에 터져 나온 그들의 창자가 이미 진주성벽에 몇 겹으로 주렁주렁 내걸린 것처럼 비장함이 넘쳐흘렀다. ―P.239
임금은 전란의 수습이 온전히 명군의 파병 덕분이었음을 주장하고 싶어했다. 오직 바다에서 이순신과 원균 두 사람이 적군을 섬멸했을 뿐이며, 육지에서는 권율의 행주대첩이 그나마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의병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치사도 없었다. 조선의 군사들은 거의 공을 세운 것이 없고, 명군이 아니었으면 나라를 온전히 보전치 못했을 것인데, 그 명군을 청한 것이 곧 자신의 용단이었음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빤히 보였다. ―P.261
누구를 섬긴들 임금이 아니냐고 하는 것은 스스로 역모의 뜻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지난 임진왜란 때 일부 선비들이 집 앞에다 ‘누가 다스린들 임금이 아니며 누구를 섬긴들 백성이 아니겠는가何事非君 何事非民’라는 글을 내걸어 왜군에게 항복의 뜻을 전했다고 하니, 그것은 성인의 통론이든 아니든 왜왕의 신민이 되기를 자처한다는 것은 선비의 도리를 망각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P.337
이제 반정이 성공한 이상, 그 모든 역모 사건의 진실은 모조리 뒤집어질 테고, 그들 왕자들은 모두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것으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비록 산림에 있으면서 받은 명목상의 직책뿐이라고는 하나, 영의정까지 오른 그에 관한 모든 사료들도 그가 만고의 역적으로 기록될 것이 뻔했다. ―P.348
◈ 차례
작가의 말 • 4 프롤로그 • 10
1부_ 뇌룡, 일어나다 삶이 끝나면 죽음도 끝나리니•31 곤지붕학 • 38 발운산과 당귀 • 54 을묘년 왜변을 책문하다 • 62 단성현감사직소 • 73 인군의 길, 처사의 길 • 82
2부_ 폭풍전야 유두류록 • 99 황강과 남강 • 113 신명사명 • 127 남명을 만나다 • 145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163 진주음부옥 • 175 경의검과 성성자 • 190 부음정의 장진주사 • 201 죽도의 피바람 • 219
3부_ 애나다, 애나다! 진퇴양난 아, 진주성 • 235 광해 임금 • 256 회퇴변척론 • 276 나아가기도 물러서기도 어렵구나 • 295
4부_ 남가일몽 칠신칠우 • 313 대동, 그것은 누구의 꿈이던가 • 334 진주, 여행의 끝 • 346
에필로그 • 355 작품론 • 3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