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내 육각형 모양의 2층 정자 향원정에서 희귀한 온돌 시설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월부터 시행한 ‘2019년 경복궁 향원정 발굴조사’에서 향원정의 독특한 온돌구조와 건물의 침하원인을 밝혀냈다고 21일 밝혔다.
경복궁 향원정(보물 제1761호)은 경복궁 후원 영역에 네모난 연못을 파서 가운데 섬을 만들고 조성된 2층 정자 건물로, 경복궁 중건시기인 고종 4년(1867)부터 고종 10년(1873)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익공식(翼工式) 육각형 모양의 정자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아궁이가 설치된 독특한 형태로 난방을 위한 온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온돌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향원정은 해방 이후 몇 차례 보수를 거쳤지만 계속해서 기울어짐과 뒤틀림 현상이 발생돼 해체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018년 11월부터 해체보수 공사를 시작했으며,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함께 발굴조사도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발굴조사 결과 온돌바닥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어 주요시설인 구들장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고래둑, 개자리, 연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방은 건물 기단 안으로 기와를 깨서 넓게 펴고 그 위로 석회가 섞인 점토를 다지는 것을 교차로 반복해 기초를 조성했다. 이렇게 조성된 기초 바깥으로 방고래와 개자리를 두르고 있었다.
고래둑은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으로 온돌에서 불길과 연기가 나가는 통로다. 개자리는 불기운을 빨아드리고 연기를 머무르게 하려고 온돌 윗목에 방고래보다 깊이 파놓은 고랑이다.
문화재청은 특히 일반적으로 방바닥 전체에 여러 줄의 고래를 놓아 방 전체를 데우는 방식과 비교하면 향원정 온돌구조는 방 가장자리에만 난방이 되는 매우 독특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연도가 기단하부를 통과해 섬의 동북쪽 호안석축 방향으로 연장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남아있는 양상으로 미루어 보아 아궁이에서 피워진 연기는 별도의 굴뚝을 통과하지 않고 연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원정의 6개 기둥 중 동남방향 초석(주춧돌)에 대한 조사 결과, 초석을 받치고 있던 초반석에 균열이 발생돼 있는 것을 확인해 침하현상이 건물 기울어짐의 주요 원인이었음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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