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잠실운동장 종합발전계획/자료=서울시] 서울의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향한 ‘국제교류 복합단지’로 변신한다는 소식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MICE시장은 2012년 기준으로 약 1조 600억 달러에 달하며, 2017년까지 약 1조 5,000억 달러, 연평균 7.1%의 성장이 전망되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다. 국내 MICE시장 역시 2011년 기준 19.2조원 정도로 추정되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관광지급이 관광수입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 관광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 증가도 있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저부가가치 관광활동 집중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지칭하는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인 ‘MICE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마이스(MICE)산업,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뜬다
MICE산업이란, 일반적으로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 등의 분야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1990년대 중반 아시아, 대양주 등 후발 대륙 국가들 사이에서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됐다.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비즈니스 이벤트(Business Event)’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MICE는 행사 유형 및 성격에 따라 정부회의, 협회회의, 기업회의, 보상관광, B2B 또는 B2C 전시회 등으로 분류가 가능하며, 다양하고 복합적인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MICE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고용창출 및 소득증대 효과가 높은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산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관산업 및 지역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공익적 성격의 생산활동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세계 선진국의 경우, MICE산업분야가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2011년 기준, MICE산업 생산효과가 2,635억 달러에 달하며, 고용효과 165만명 등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로 인한 GDP기여효과 1,061억 달러, 임금효과 595억 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무역전시산업이 생산효과 235억 유로, 일자리창출효과 22만 6천개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총 직접지출효과는 120억 유로로 참가업체 지출액 78억 유로, 방문객 지출액 38억 유로 등으로 분석됐다.
국내에는 2009년, MICE산업이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고 나갈 신성장동력 산업 중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분야’에 포함되면서 범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지원 및 육성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국내 전시회 개최규모는 2000년에서 2011년 간 연평균 약 3.72%씩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시장의 신규 건립 및 확충사업도 이어져 전시장 공급면적의 증가로 향후에도 전시산업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에 미래 먹거리 산업인 MICE산업에 서울시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는 코엑스에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총 약 72만㎡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지정하고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세계전시장공급현황(2011년)/자료=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국제교류 복합단지’로 변신..가능할까?
이번 종합발전계획은 2005년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난 2008년부터 6년간 논의 끝에 마련됐다. 코엑스와 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Business) △마이스(Mice) △스포츠(Sports) △문화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등의 기능이 어우러진 국내 최대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8만8,700㎡ 부지에 국제업무·MICE인프라를 추가 확충된다. 코엑스엔 3만5천㎡ 신설을 추진하고,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2015년 매각 예정)엔 1만5천㎡ 이상의 전시·컨벤션과 국제업무, 관광숙박시설을 조성한다. 서울무역전시장(SETEC)은 핵심 시설인 전시·컨벤션 시설을 확충하고, 서울의료원과 구 한국감정원 부지엔 국제업무공간을 집중 공급한다.
또한, 노후한 잠실종합운동장은 국제수준의 경기가 가능한 규모로 시설을 개선해 스포츠 메카로 조성하고, K-POP 등 한류 문화 확산거점으로 공연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복합화할 계획이다. 그밖에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2호선·9호선 도시철도역과 코엑스 지하공간 연결을 우선 추진하고, KTX, GTX, 위례산사선 등 사업 시행시 통합계획을 수립한다. 아울러, 민간소유 부지인 한전과 구 한국감정원 두 곳은 ‘사전협상제도’를 적용해 개발이 추진된다. 민간이 먼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요청하면, 서울시가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을 통해 세부개발계획을 수립·개발하는 방식이다. 시는 개별부지에 적합한 용도지역 상향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기여를 받아 공익적 개발을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종합발전계획으로 인해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가 MICE산업의 핵심공간이자 세계적인 명소로 발전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MICE산업에 대한 ’장밋빛 미래’가 실현되기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 지적한다. 그동안 서울시와 경기도, 부산, 대전, 제주도 등의 지자체들이 MICE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왔다. 특히 경기도는 킨텍스(KINTEX)와 한류월드 약 330만㎡에 ‘국제회의복합지구’ 지정을 추진 중이며, 송도컨벤시아가 연면적 6만1371㎡ 규모로 2단계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것은 사실이다. 또한, 2008년 전후로 송도 파라마운트 무비테마파크, 영종도 MGM스튜디오, 시화 유니버설스튜디오, 부산의 마블코믹스 테마파크 등 총 8조원에 달했던 MICE사업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게다가 전국 11개 대형 컨벤션센터의 전시시설의 평균 가동률이 50%에 미치지 못해, MICE 공급과잉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한국 마이스 산업, 혁신이 필요하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MICE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MICE시설과 교통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MICE 경쟁력은 세계 21개국 중 18위에 해당하며, 중국과 싱가포르에 비해서도 경쟁력 지수가 많이 낮은 편이다. 특히, 한국은 전시·회의시설, 숙박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교통 인프라, 관광지 매력도로 평가한 한국 MICE산업의 입지 경쟁력도 낮다. 아울러, 관광산업 홍보 활동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고, 관광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MICE행사 수요가 높은 국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도심 내 오피스 건물 활용, 외곽지역 회의 전시시설 투자 등 회의·전시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수도권 내 숙박시설 건설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숙박시설의 부족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외부와의 교류에 있어 항공교통에의 의존도가 높은 특성 상, 항공교통의 접근성,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내 중저가 항공사 육성 및 세계적인 중저가 항공사 취항 확대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밖에, 외국인 대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마케팅 강화와 MICE산업에 대한 정부의 산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MICE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 우선순위를 강화하고 정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형 MICE모델 구축을 통해 인접경쟁국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도시별 브랜딩 마케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미 중국, 싱가포르 등은 각 실정에 맞는 개발을 주도하면서 MICE산업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MICE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자칫 신기루와 같은 미래를 쫓을 가능성도 있기에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차근차근 준비해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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