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을 최종 선정해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면제 대상 규모가 최대 42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인데, 시민단체는 4대강 사업의 예타를 면제했던 이명박 정부의 역대 최대기록(6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사업을 최종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17개 시·도가 신청한 사업을 위주로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국무회의에서 최종 선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전국 17개 시·도는 내륙철도, 고속도로, 공항, 창업단지, 국립병원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공사 33건, 70여조 원 상당에 대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예타 면제를 신청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 선정으로, 수도권에서 신청한 사업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수도권에서 신청된 사업은 서울시의 동부간선도로 확장, 인천시의 GTX-B 건설사업(5조9000억 원)과 강화-영종평화고속도로 사업(1000억 원), 경기도의 전철 7호선 도봉산-포천 연장사업(1조391억 원)과 신분당선 수원 호매실 연장사업(1조1646억 원)이다. 수도권이 아닌 시·도별로 1건씩 면제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 발표 시 올해 1분기에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 중 예타 면제지원 사업을 확정하고, 올해 중 비용 지원 등 패스트트랙을 통해 조기에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물류 기반 구축, 지역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지난 1999년부터 시행된 예타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정책적 의의와 경제성 등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해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로, 총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사업은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건설이나 정보화 사업, 국가연구개발 사업, 사회복지·보건·교육·노동·문화·관광·환경보호·농림해양수산·산업·중소기업 분야의 사업 등에 대해 예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평가항목을 보면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 분석 등이다. 기재부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이 3가지 측면을 판단한다.
비용편익분석(B/C)이 1을 넘겨야 해당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정책성 분석은 해당 사업과 관련된 정책의 일관성과 사업준비 정도, 사업 추진상의 위험요인, 고용효과 등을 평가한다. 지역균형발전 분석은 지역 낙후도 개선, 지역경제 파급효과, 고용유발 효과 등 지역개발에 미치는 요인을 평가한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사업목적과 규모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된 사업이나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해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정부는 신청 사업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이나 긴급 경제, 사회 상황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해야하는 사업 등을 골라 예비타당성 평가를 면제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1분기에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 중 예타 면제 지원사업을 확정하고, 사업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조기에 착수하게 된다.
경실련 “이미 30조 예타 면제, MB정부 넘을 수도”
그러나 예타 면제 발표 이후 지자체 간 희비가 갈리고, 경실련 등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면제 사업 규모가 최대 42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부가 면제 검토 중인 사업은 30여건, 총사업비로는 6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광역 시·도가 신청한 33건(서울시 1건)과 정부 자체 추진사업 3∼4건 등이다.
앞서 17개 시·도가 총 33건, 61조 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신청했으며, 시·도별로 1개 사업씩 예타 면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경실련은 지방자치단체들의 예타 면제 신청 사업들을 조사한 결과 17개 시·도에서 각각 사업 금액이 가장 큰 사업들이 예타 면제 대상으로 지정되는 경우 그 규모가 41조5169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예타 면제 사업 규모(4조7333억 원)의 8.8배에 이른다.
시도별로 규모가 가장 작은 사업들로만 선정된다 해도 그 규모는 19조7047억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이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국정감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예타가 면제된 사업은 총 221건, 총사업비 115조4280억 원 규모였다. 노무현 정부가 1조9075억 원(10건), 이명박 정부가 60조3109억 원(88건), 박근혜 정부가 23조6169억 원(85건)이었고, 문재인 정부는 2018년 5월 출범이후 2년 만에 29조5927억 원(38건)의 예타 면제를 실시했다. 이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SOC뿐만 아니라 시설안정성 확보, 복지, 공공청사 신축 등이 포함된 규모라는 것.
경실련은 이런 분석이 현실화하면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규모는 4대강 사업의 예타를 면제했던 이명박 정부의 역대 최대기록(6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가 2년 만에 30조 원의 예타를 면제한 것을 보았을 때, 재임기간 중 이명박 정부의 예타면제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토건정부로 비판 받아온 이명박 정부보다 더 토건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을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예타 제도가 없었다면 90조 원은 물론이고 유지보수 등을 합쳐 100조 원 이상의 혈세가 낭비될 뻔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예타는 국가 예산의 효율적 운영과, 무분별한 토건사업으로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라며 “문재인 정부는 지자체별 예타 면제를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발표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과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의 희비가 엇갈림과 동시에 대규모 혈세가 낭비될 것이란 우려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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