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는 무가선 노면전차 ‘트램’이 당초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했던 유치경쟁에서 지자체 5곳만 지원하는 데 그쳐 ‘계륵’으로 전락할지 우려가 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달 31일 트램시스템 기술 성능 검증과 연구 성과물의 국내·외 보급기반 마련을 위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에 착수했다.
무가선 저상 트램은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이 필요한 기존 트램과 달리 전선 없이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해 운행하는 노면전차로 유해가스가 배출되지 않아 철도 중에서도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자체 공모 기준은 복선궤도 1㎞ 이상, 정거장 3곳 이상, 교차로 2곳 이상, 총사업비 500억 원 미만인 노선이다. 무엇보다 상용 개통과 노선 연장 계획이 주요 평가항목이다. 제안노선에 대한 명확한 시설계획(본선, 정거장, 교차로, 차고지 등) 및 실증사업 이후 현실적인 운영 및 확장 계획이 있어야 한다.
연구원은 이달 말까지 각 지자체가 제출한 공모제안서 1차 평가한 뒤 3개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1월 2차 평가(현장 실사·발표 평가)를 거쳐 1개 지자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결정된 지자체는 ‘국내 1호 트램 도시’, ‘전국 최초 트램 도시’ 타이틀을 얻게 돼 공모 초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연구원에 따르면 청주·부산·성남·수원·전주 등 5개 지자체는 지난 14일 마감된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 선정 공모’에 뛰어들었다.
청주시가 신청한 노선은 청주시청 옆 옛 청주역사 광장~중앙로~성안로~용두사지철당간(1.1km) 구간이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취임 후 ‘오송역~세종청사(9.4km)’간 트램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트램1호 도시라는 상징성과 침체된 청주 성안길 상권에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해 공모에 신청하게 됐다”면서 “신청 구간은 차 없는 거리여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제안서에 △2010년부터 쌓은 트램 업무 노하우 △사업노선 주변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 △시민 의견 수렴 등 민관협치를 통한 시민 공감대 형성 △북수원복합환승센터 내 트램 차량기지·환승 정거장 설치로 고속도로·도시철도 직접 연계 등을 강조했다. 특히 수원시가 제안한 노선 구간에는 수원화성·종합운동장·대형 쇼핑몰 등이 밀집된 데다 향후 신분당선(광교~호매실)과 신수원선(인덕원~수원~동탄)이 연결될 경우 트램이용 수요 확보가 유리하다는 장점을 들었다.
성남시는 판교역부터 판교테크노밸리를 잇는 2.0㎞ 구간에 2021년 완공 목표로 트램 도입 이유와 계획 등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했다. 시는 트램 차량 3편성(1편성당 5량) 이상, 관제실과 변전·충전 설비 등을 갖춘 차량기지 건설, 정거장 4개소·교차로 2개소 이상 구축 계획을 밝혔다. 성남시는 판교1·2·3테크노밸리 기업(3806개)의 17만9000여 명 직장인 출퇴근길 등 대중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서라도 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시가 계획한 전체 5.15km 오륙도선(용호선) 중 일부인 경성대·부경대역부터 용호동 이기대 어귀 삼거리 간 1.9km를 실증노선으로 제안했다. 부산시는 사업에 선정되면 국내 최초의 무가선 저상트램 도시로 전 세계 무가선 저상트램의 기준이 됨과 동시에 다른 트램 노선의 건설추진과 오륙도선 잔여구간 3.25km 조기 건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주시도 고심 끝에 트램 공모에 참여했다. 시는 복선 1km 이상으로 개설될 트램 구간으로 전주 한옥마을 일대를 꼽았는데, 노선이 짧은 만큼 교통수단보다 관광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트램 도입에 대한 전주시의 진정성과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해 공모에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이 쏠렸던 ‘트램’ 사업 공모에 실제 지원한 지자체는 5곳에 그쳤다. 문제는 지자체 예산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자체 상당수가 자체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선 공모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업은 1㎞ 노선에 280여억 원의 사업비가 드는데, 이중 110억 원만 국비로 지원된다.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추가 연장을 할 경우 해당 지자체가 100%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의 공모 신청 포기 선언이 잇따랐다. 대구시는 지난 12일 공모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공모 요건과 기준을 검토한 결과 사업에 선정될 경우 국비 지원액이 11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추가 비용은 모두 지방비로 부담해야 해 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또 시민공론화 과정을 통한 시민적 합의와 대구시에 맞는 노선 검토 없이 참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도 들었다.
대전시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공모사업 포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대전시는 12일 공식적으로 “해당 공모사업의 사업 규모와 비용 부담 정도, 건설 및 운영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2호선 본선에 포함해 추진하는 것보다 과도하게 시비가 투입되고, 개통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사업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인천, 울산 등 많은 지자체가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지방비 부담이었다.
그러나 트램은 현재 전 세계 약 400개 도시에서 2300여 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초기비용은 높지만 지속적으로 대량 운행되면 효율성이 높다고 교통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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