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예산절감을 위한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자료=경기도청]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0억 원 미만 관급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 가운데 건설업계가 이를 반발하고 나섰다. 공사비 하락에 따른 하청업체들의 피해와 원가절감으로 인한 부실공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 지사는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건설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100억 미만 공공공사에 표준시장단가 적용
지난 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추정가격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셈법만 바꾸면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며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로 귀결된다.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가 적용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한 건설공사에서 품질이 문제된 적이 없으며 많은 건설사가 공사를 하겠다며 입찰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행 행안부 예규는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는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표준품셈은 품셈에서 제시한 수량(재료, 노무, 경비)에 단가를 곱하는 원가계산방식을 말한다. 표준시장단가는 이러한 표준품셈(표준시장단가 포함)을 적용해 완료한 공사에 계약단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직접공사비를 말한다. 이에 정해진 단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표준품셈보다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표준시장가격이 표준품셈보다 대체적으로 낮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이 지사는 이 표준품셈을 ‘표준시장단가’로 변경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는 표준시장단가 적용시 예산이 절감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도가 현재 진행중인 100억 원 미만의 공공건설공사 3건을 무작위로 골라 공사예정가를 계산해 본 결과 표준품셈보다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때 적게는 3.9%, 많게는 10.1%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가 진행하는 오산소방서 신축공사는 표준품셈 적용 시 76억412만6000원인 반면, 표준시장단가 73억499만4000원으로 2억9913만2000원(3.9%) 차이가 났다. 또 진위~오산시계 도로확포장공사의 경우 표준품셈적용시 49억1517만 원인 반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44억1671만3000원으로 4억9845만7000원(10.1%)의 차이가 났다.
이 지사는 “지난해 경기도청에서 발주한 100억 원 미만 공사는 1661건에 공사비는 2098억 원이었다”며 “표준품셈이 아니라 표준시장단가로 공사 예정가를 산출했다면 적게는 81억(3.9%)에서 많게는 211억(10.1%)까지 공사비를 아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건설업체를 다 죽이는 것”
이 지사가 이 같은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려하자 건설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100억 원 미만의 공사에도 일괄적인 표준시장단가가 적용될 경우 공사비 하락에 따른 하청업체들의 피해와 원가절감으로 인한 부실공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 공사의 단가를 수집해 산정하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경우 중소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돼 100억 원 미만 공사의 경우 표준셈법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300억 미만 공사까지 표준셈법을 확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사가 관급공사 예산을 절감해 복지 등 공약사업에 사용할 계획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건설업체를 다 죽이는 것”이라며 “이 지사가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이라며 건설업계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데, 협회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지사의 ‘표준시장단가’ 적용 논란에 건설업계는 반발하고 있다./자료urban114]
건설업계가 ‘건설업체 죽이기’라며 반발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세금 낭비할 수 없다’라는 글을 올리며 건설업계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으로 공사예정가를 산출하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급공사는 도민의 세금이 투입돼 도민에게 원가를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그런데 건설협회는 건설업체를 다 죽이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며 “건설업체야 본질적으로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니 더 많은 수익을 보장받고 싶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협외에 제안한다. 도민 앞에서 어떤 방식이 옳은지 공개토론하자”며 “내가 직접 토론에 나서겠다. 장소시간 방식 모두 열어 두겠다. 무엇이 도민을 위한 것이며 무엇이 건설업계 미래를 위한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자”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예산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추진하면서 건설업계와 이 지사와의 ‘충돌’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편 경기도는 관련 내용과 관련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행정안전부 예규) 개정안을 마련, 이달 말까지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제한하고 있는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의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측은 이번 건의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앞서 이재명 지사가 추진하기로 한 10억 원 이상 공사원가 공개방침과 함께 투명하면서도 예산절감까지 가능한 공공건설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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