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통일 전 교류 협력을 통한 격차를 줄이는 비용이나 통일의 순간이 올 경우 필요한 북한 사회의 지원 등 모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것이다.
통일이 거론될 때마다 함께 언급되는 통일 비용은 과거 통일이 달성되었을 때 남북한 간의 소득을 균등하게 하는 지출액의 개념으로 이해됐지만, 최근에는 북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나 산업 구조조정 등 미래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비용으로 정의되고 있다.
한마디로 ‘통일비용’은 통일로 인해 한국이 부담하게 될 비용으로 볼 수 있는데, 통일비용의 집행 기간을 볼 때 협의로 보면 ‘통일 이후의 일정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넓은 의미에선 ‘통일에 이르는 전 과정과 통일 이후 일정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볼 수 있다.
통일 비용의 규모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정이 존재한다. 2014년 금융위원회는 약 5000억 달러, 2015년 국회예산정책처는 2316조~4822조 원, 2016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는 1조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달성한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의 경제규모에 4배에 달했던 당시 서독은 동서독이 합쳐지는 과정의 비용에 대해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1990년 10월 통일 이후 통일비용이라는 명목 하에 20년 가까이 30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했으며, 국민들에게도 한시적으로 ‘연대세’라는 세금을 부과하고 유류세, 사회보험료, 담배세,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등의 통일비용 부담이 서독과 동독 주민들 사이의 감정적 골을 만드는데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독일의 경제 규모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한 남한과, 훨씬 낙후된 북한이 통일을 할 경우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통일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많아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의 경제적 난관을 본보기로 통일비용 부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남북한 경제는 통일 직전 동서독보다 격차가 훨씬 크다. 1989년 인구는 동독이 1700만, 서독이 6500만 명으로 1대 4의 차이가 있었다. 1인당 소득 차이는 1대 3 정도였다. 남한과 북한의 인구는 2016년 기준 각각 5124만, 2489만 명으로 2대 1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북한이 146만 원으로 남한 3212만 원의 22분의 1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은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북한의 인구가 과거 동독보다 많고 경제력은 더 떨어지기 때문에 남북통일 때의 혼란은 독일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독일의 통일 방식대로 북한이 화폐를 남한의 ‘원’으로 통합할 경우 화폐가치가 절상돼 생산력이 감소하고 무역상품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우려해 화폐 가치에 차이를 둔다면 북한 인구가 남한으로 급격히 유입돼 사회문제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 전문가들은 “통일 비용 조달 차원에서 해외 자본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불가피하지만 이는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게 딜레마”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건설산업 측면으로는 독일이 구동독 지역의 노후화된 교통·통신 등의 인프라시설과 경쟁력이 낮은 산업시설의 개선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던 것을 볼 때 건설시장 역할과 중요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 초반기 건설산업은 인프라 시설을 직접적으로 건설하는 역할 이외에도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고용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1991년 독일 통일 직후 구동독 지역의 전체 취업인구 중 제조업 취업인구의 비중이 25.8%인 데 비해 건설업의 취업인구 비중은 10.3% 수준이었다. 구동독 지역에서 도로, 철도, 수로, 주택 등 각종 인프라 건설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건설업 취업인구가 증가해 1995년 건설업 취업인구의 비중이 17.4%로 제조업 취업인구보다도 많아지게 됐다.
또한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뿐만 아니라 서독 지역에서도 건설투자가 증가했는데, 서독 경제의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 평균 2%, 1988년에 3% 수준에서 통일 이후 약 2년 간 5% 이상 성장하는 등 서독 경제가 큰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이처럼 통일 독일의 사례에서 향후 한반도 통일 직후 또는 통일 이전에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건설 분야에 대한 사전적이며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끊겼던 남북 철도는 다시 이어지고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러시아와 유럽으로 달릴 것”이라며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동북아 협력사업들도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통일로 인한 초기 투입비용과 이로 인해 창출되는 편익비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