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대상지 위치도 및 골목현황(후암동 두텁바위로40길)/자료=서울시]
골목길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수많은 발자국이 만들어낸 도심의 산물이다. 그러한 도심의 많은 골목길들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골목길들이 사라진 땅에는 획일화·정형화 된 도시개발과 원활한 교통을 위한 길로 계획되어지고 있다. 이는 골목길이 갖는 장소적 가치를 배제하는 것으로써 △경제적·효율적인 도시계획에 의해 골목길은 없어져야만 하고, △‘골목길은 잉여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도 60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치며 자생적으로 생겨난 실핏줄 같은 좁은 골목길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한때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로서 단순한 ‘길’이 아닌 자연지형과 역사, 문화를 담고 있는 생활공간의 일부였지만 개발의 시대를 거치면서 대규모 아파트와 자동차 공간으로 자리를 내주며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 남아있는 골목길도 열악하고 낙후된 곳이 많다. 최근 골목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게 되면서 거주하는 지역주민보다 외부인들이 골목길을 찾기 시작, 골목길이 갖는 특유의 감성을 공유하고 있다. 1990년대, 2000년대 젊은 세대들의 주요 만남의 장소는 당시 가장 화려하고 현대적이었던 지역 강남과 신촌이었다면, 요즘 세대들의 주요 만남의 장소는 오랜 시간에 의해 형성된 골목이 있는 연남, 상수, 종로, 북촌 등과 같은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재개발된 신도시 보다 보전된 골목길이 더욱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일‧삶‧놀이가 어우러진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 이처럼 골목길에 대한 보전가치와 역사가치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해온 역사문화유산이자 삶의 공간인 골목길을 일‧삶‧놀이가 어우러진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등 일정 구역을 정해서 ‘면’ 단위로 재생하는 기존 도시재생사업과 달리, 골목길을 따라 1km 이내의 현장 밀착형 소규모 방식의 ‘선’ 단위 재생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재생사업 핵심은 골목길의 역사와 문화적 숨길을 보존하고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며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 바닥이 파손되고 조명이 없어 어둡고 위험했던 골목길 주변 생활환경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하고, 일부 폐가를 활용해 카페‧식당, 마당 등으로 조성해 골목 활성화와 일자리 공간으로 활용한다. 또 담장 낮추기, 골목 마당 공유, 내 집 수선하기 같은 사업도 함께 병행 추진 한다. [골목길 재생사업 개요/자료=서울시]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착수한 ‘서울형 골목길 재생 기본계획’ 용역을 3월경에 마무리하고 오는 5월까지는 골목길 재생사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골목길의 현황부터 정의, 재생사업 추진대상과 방향 등이 담기게 된다. 6월엔 자치구 공모를 통해 사업대상지를 추가 선정하고 재생사업을 본격 확대 추진한다. 개발에서 소외된 골목길, 주변 주거지 소규모 재생 시는 기본계획 수립과 병행해 용산구와 성북구 2곳 골목길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주민 주도로 사업을 진행한다. 각 지역별로 주민, 자치구, 지역 전문가와 함께 현장 주민설명회, 심층면접, 객관적인 실태분석 등을 거쳐 5월 중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연내 사업에 착수한다. 용산구 후암동 두텁바위로40길(길이 430m, 일제강점기 구릉지형)은 남산과 인접해 있고 주거환경개선지구 사이 경사로에 마치 협곡처럼 위치해 있는 곳으로, 폭 1m~1.5m의 좁은 골목길이다. 시는 지역 내 경로당을 중심으로 골목전망대, 마을텃밭 등을 만들어 공동체 형성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목표다. 용산구, 후암동주민자치센터, 지역주민 등과 재생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할 예정이며, 골목 내 빈집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2월9일 시행)에 따라 ‘빈집정비사업’으로 철거 후 신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골목마당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집주인과 지속 협의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대상지 위치도 및 골목현황(성북동 선잠로2가길, 성북로16가길)/자료=서울시] 시에 따르면 성북구 성북동 선잠로2길(길이 800m, 폭 0.6~2m)은 조선시대 구릉지에 자연적으로 발생한 골목으로, 지난해 주택재개발구역 해제지역으로 빈집이 10여 가옥에 달하며, 집수선과 리모델링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허물어져 가는 높은 담장이 위협적이고 좋은 경관을 막고 있어 담장을 낮추거나 막다른 골목 3~4채 가옥이 대문을 열고 골목을 마당으로 함께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울러 가파른 구릉지 중간에 폐가를 활용, 동네마당을 조성하거나 오랫동안 문을 닫은 작은 상가를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조성해 골목에 재미와 활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생활환경 개선, 빈집 활용해 골목 마당·카페 조성 사실 대부분의 보전된 골목길들은 초기의 부흥했던 도시의 공간들이었으며 시간이 흘러 쇠퇴하면서 이 공간들에서는 부정적인 영향들이 발생한다. 범죄가 일어나거나 주민들의 생업이 완전히 쇠퇴하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영향들로 인해 생활 리듬이 단조로워지면서 부조화되고 부정적인 리듬의 공간이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거주민들의 의지를 통해 골목길의 공간 구성요소들의 정체성을 보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생은 다시 새로운 리듬들을 끌어드리고, 이를 통해 골목길은 다시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기존 도시재생사업이 비교적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어렵고 재생사업에서 소외됐던 지역은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는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을 병행해 도시재생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재개발 해제지역 같이 도시개발에서 제외돼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있는 지역들을 재생해서 슬럼화 되는 것을 막고 골목길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제도개선을 포함한 ‘골목길 재생 활성화 방안 마련 심포지엄’도 오는 3월 개최한다. 그동안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골목길이 자동차 중심으로 사라지거나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전락한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너비 4m 미만의 길로서 대지에 접한 보행길’에서도 건축행위가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됨에 따라 법령개선 등 골목길 재생 활성화 방안을 위한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폭 4m 미만의 골목길은 대부분 도시개발에서 제외된 지역의 사유 골목으로 그동안 최소한의 행정개입만 이루어져 매우 위험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갖고 있다”며 “골목길이 장터이자 놀이터이고 쉼터이자 주거공간인 모로코의 도시 페스처럼 서울의 골목길도 자연지형, 역사와 문화, 시민의 흥미로운 삶을 담아내는 공간이 되도록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재개발로 오로지 철거만 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골목길의 리듬을 살펴보고 이를 집중 탐구한다면 감성적, 장소적, 사회적 가치를 갖는 공간으로 보전하게 될 것이다. 골목길은 바쁜 현대의 리듬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골목길 그 곳에 가면 그 곳만의 리듬과 감성,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보전하고 활성화하여 다음세대에게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