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강남구 개포 대청아파트 조감도/자료=서울시] 최근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둘러싼 법 개정 등의 여러 가지 여건 변화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활성화라는 입장에서 볼 때 여러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가로막던 법적 장애물들이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하나둘씩 수정돼 가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재건축을 억제시키고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 환경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어 재건축의 사업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재건축은 사업의 절차가 복잡하고 소형평형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 건설,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 또한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을 하더라도 사업성이 낮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던 리모델링이 규제 완화와 재건축의 반사이익으로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리모델링 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도시재생 뉴딜(New Deal) 사업과 맞물려 활기를 띄고 있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기본 틀은 두고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이는 기존 골조 등 틀은 그대로 두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리모델링과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리모델링은 허물고 다시 짓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철거가 아닌 친환경적인 부분 개발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설 폐기물은 재건축·재개발보다 평균 70% 이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무엇보다 리모델링은 실거주 중심의 사업으로 투기 세력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주민 비율도 작다. 이에 따라 주거지에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할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새 정부의 본격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리모델링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내력벽 철거 허용 등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건축업의 50%를 리모델링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와 북유럽 지역에서는 리모델링이 60%에 이를 정도로 선진국 건축 시장에서는 리모델링이 주를 이룬다. 이들 국가는 실용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건물을 오래 사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파트 평균 수명을 보면 한국이 30~40년 정도인 데 비해 영국은 140년, 독일과 프랑스는 80~90년, 일본도 50년이 넘는다. 반면 한국은 ‘아파트 200만호 건설’이라는 선거 공약까지 나올 정도로 아파트 공급 속도에만 치중해 왔다. 아파트 공화국으로 연립, 다세대, 다가구 주택까지 합하면 인구의 약 72%가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굉장히 밀집된 도시에서 수많은 이들이 살고 있는데 주차문제도, 지진문제도 해결돼 있지 않다. 199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지은 아파트 대부분이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은 다소 낮은 편”이라면서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의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리모델링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전국 아파트 중에서 재건축 대상은 10% 채 안 되며 나머지 90% 이상은 리모델링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또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폭이 큰 경우는 강남권이라는 극히 일부 지역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차 부회장은 정부 차원의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 지원도 요청한 상태다. 제안서에서는 기반시설이 양호한 도심 지역 단지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임대주택 및 전·월세 물량을 꾸준히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해 서민주거 안정을 도모하자는 주장이 담겼다. △세대 증가형 리모델링 시 분양형 일부를 임대주택·뉴스테이로 전환 공급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존 노후 임대주택을 리모델링 해 2만 1,000가구 신규 공급 △세대 구분형 리모델링의 확대 등이다. 또 지진 및 화재 대비, 에너지 저감 등 주거 안전과 환경 개선을 추구하는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재건축·재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공공 복지기금 투입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슬럼화 방지는 물론 국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기준으로 오는 2025년 전체 공동주택의 91.9%가 리모델링 대상이다. 하지만 현재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29%(1,185개 단지)에 불과하다. 뉴딜 사업과 더불어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사업비 상승이 불가피한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대안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주목을 받을 거란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서울 중층 아파트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하고 있는 것인데,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등으로 재건축 사업엔 걸림돌이 많아진 반면 정부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1988년 이후 생겨난 아파트들은 모두 리모델링 대상이어서 사업성에 대한 잠재적 가능성은 무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